#14 내가 말하면 나를 본다 수영복이 너와 대화해?

by Blue Page

“수영은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는 스포츠다. 우린 물속에 살지 않아. 그러니까 더 노력해야 하는 거지.”

그렇게 말하며 아이들을 둘러본 코치님 앞에는 기압이 잔뜩 들어간 아이들이 서 있었다.

“지상 훈련 30분, 수영 60분. 다들 알아듣지?”

말하던 코치님이 다시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아까는 기압이 잔뜩 들어간 아이들의 얼굴을 보느라 몰랐는데,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서 입던 옷, 그대로였다.

“……왜 옷은 그거 입고 왔어…?”

아이들 손에는 모두 수영복과 샤워용품이 들려있었다. 아직 사물함 번호를 안 알려주니 그럴만했지만, 옷을 가져왔다는 것은…….

“수영복이 있는 데 왜 그냥 옷을 입고 와? 빨리 옷 입고 와. 1분 준다. 샤워용품도 싹 다 락커룸에 놓고 온다. 사물함은 키 번호순대로. 키 작은 애가 앞인 것 정도는 상식으로 알고 있지…?”


“아무리 성적 순으로 뽑았다지만, 수영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보통 수영 한 번씩은 배워 봤을 테고, 아니더라도 물놀이는 했을 거 아냐. 그러면, 수영이랑 물놀이 정도는 구분할 수 있지. 그렇지, 아닌가?”

“네.”

아이들이 중얼거렸다. 아직 수영복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아이들의 눈은 코치님이 아니라 자기 수영복을 향하며, 자꾸 수영복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구분할 수 있으면, 구분해야겠지. 첫째. 내가 말하면…….”

코치님이 수영복을 내리는 4학년 민서 앞에 다가가 섰다. 민서는 코치님이 다가가자, 몸을 움츠렸다.

“나를 본다. 수영복은 너랑 대화해?”

코치님의 말에 민서 옆에 있던 4학년 효성이 키득거렸다.

“둘째”

코치님은 효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고, 효성은 곧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잘하지 못한다면, 더 열심히 연습해라. 못하는 건 죄가 아니지만, 안 하는 건 죄야. 저기 시계 밑에 봐라. ‘이 세상에는 못 하는 건 없다. 안 하는 것만 있을 뿐.’”

정말 시계 밑에는 강렬하게 빨간색 글씨로 ‘이 세상에 못 하는 건 없다. 안 하는 것만 있을 뿐’하고 쓰여 있었다. 시계는 출발하기 전 아이들이 서 있는 곳에 맞은편에 있었다. 그러니까 이제 아이들이 수영을 출발하기 전에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그 ‘명언’을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셋째. 이 규칙을 어길 시에는…….”

아직도 수영복을 올리고 내리고… 하여튼 만지고 있는 5학년 한에게 코치님의 머리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날, 그리고 그다음 날까지, 체력 훈련만 1시간 30분 동안 하고 탈의실 청소하고 간다. 탈의실 청소는 남녀 다 하는 거고, 내가 봤을 때 안 깨끗하다? 다시 한다.”

코치님의 ‘친절한 규칙 안내’가 끝나니 벌써 3시 10분이었다. 수영부에 2시 40분에 왔으니, 지금쯤 지상 훈련이 끝나고 물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흠……. 지상 훈련도 시키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코치님은 (자신에게만) 아쉬운 결정을 내렸다.

“들어가.”

코치님에 한 마디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저마다 큰 소리를 내며 물 속에 뛰어들었다. 다 1번씩은 들어가 봤지만, 좀 긴 ‘규칙 설명’이 끝난 뒤에는 언제 들어가나, 설마 오늘도 안 들어가나, 걱정이 컸기 때문이었다.

퐁당.

물속에 들어간 해미는 가만히 서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물 싫어서 팔짱도 끼게 되었다.

‘근데… 이렇게 물속에 들어오니까 싫지는……. 나 지금 뭔 생각을 하는 거래? 물이 싫긴, 왜 싫어. 증오하는 거지. 아, 짜증 나!’

팔짱이 낀 것과는 다르게 좀 상반되는 생각을 하던 해미가 다시 정신을 다잡았다. ‘짜증 나!’ 하면서 팔로 물을 ‘팡’하고 때리기도 했다. 그래봤자 자기만 아팠지만. 하지만 해미가 팔로 물을 친 것을 ‘짜증 나!’의 신호가 아니라 ‘나랑 물싸움하실 분?’하고 묻는 신호로 느낀 애들이 해미에게 ‘나!’하는 신호로 물을 잔뜩 뿌렸다.

“히~야!”

“합!”

“야!”

“어? 너희 물 싸움해? 나도!”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면서.

“…….”

본의 아니게 물싸움 신호를 보내서 물벼락을 잔뜩 맞은 해미가 아이들을 죽일 듯이 째려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사과가 아닌 또 다른, 하지만 더 거대해진 물벼락이었다.

“…….”

‘아, 내가 말을 말지. 쟤네들이랑 대화가 통할 거라고 생각 한 내가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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