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그럴 순 없어. 열심히 해서 따라잡으라고 하든지, 그래야지. 수영은 잘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 차이가 매우 큰 스포츠야.”
해미와 같은 라인에서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 얘기한 지아에게 코치님은 상당히 가혹한 지시를 내렸다.
“코치님, 코치님. 전 1학년 때 수영을 5개월 정도 하다가 그만두었는데, 배운 애들한테 가요……?”
“기억나면 가.”
“그럼 가야지.”
그렇게 해서 수영장 두 레인에 아이들 모두가 나뉘어졌다. 한쪽은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 아이들. 그리고 한 쪽은 배운 적이 있거나, 부모님에게 배워서라든지 따라 해서라든지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는 아이들. 지아는 배운 적 있는 아이들이 있는 2레인으로, 해미는 당연히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아이들이 있는 1레인으로 갔다.
풍덩.
선생님까지 들어오자 이제 진정한 수영부 시작이었다.
“2레인?”
선생님이 2레인에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일단 각자 할 수 있는 거 계속 뱅뱅이 돌고 있자. 음…… 순서는 하다가 뒤에 애가 빠르다 싶으면 먼저 가게 하고, 그렇게 하자. 자기도 자기가 느리면 좀 인정하고 뒤에 있는 애 먼저 가게 하고, 알았지? 안 바꿔주는 애 보면 나한테 얘기해. 억울하면, 여기로 오든가.”
코치님이 말한 ‘여기’는 1레인이었다. 내심 해미는 지아가 오기를 바랐지만, 지아는 그렇게 애들이 다 보는 앞에서 레인을 바꾸거나, 그렇게 할 만큼 간이 큰 아이는 아니었다. 뭐, 해미였어도 못 했겠지만.
“그러면, 돌아.”
말과 함께 맨 앞에 서 있던 지아가 출발했다. 아마도 6학년이라 앞에 선 것 같았다, 뒤에 현준이 있는 걸 보면. 하지만 지아가 자리를 뺏길 리는 없겠다고 해미는 생각했다. 지아는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저번에 지아가 물놀이 하는 걸 보며 해미가 깨달은 거였다. 지아는 꽤 수영을 잘했다. 지금도 금방 뒤따라간 현준이 뒤처지는 터였다.
“잘한다, 지아.”
옆에 지아가 있기라도 한 듯 말한 해미가 코치님에게 다시 말했다.
“선생님, 지아 잘하죠?”
아무리 혼잣말 같은 걸 말해도 누군가가 대답해 주길 바라는 게 해미의 성격이었다.
“잘하긴 하지. 근데, 넌 지금 지아 신경 쓸 때가 아닌 것 같은데?”
해미의 말에 대답한 코치님은 해미에게 벌써 앞에 가고 있는 민서를 가리켰다. 그리고 민서에게 말했다.
“야, 민서야. 너 잘한다?”
“네? 아… 감사합니다.”
민서는 배영하고 있었는데, 코치님의 목소리가 들리자 금방 일어났다.
“배영…….”
코치님이 말을 삼켰다.
“아냐, 근데 너 자유형 할 수 있어?”
민서는 레인을 만지작거렸다.
“네? 네. 자유형은 할 수 있죠.”
“평영이나 접영은? 더 할 수 있는 거 있어?”
“네? 평영요? 아, 평영은 할 수 있어요. 근데 접영은…….”
민서가 말끝을 흐렸다.
“왜, 못 해? 괜찮아. 여기 지금 다 할 줄 아는 사람은 없을걸?”
“예? 아니, 그게 아니고……. 할 수는 있는데, 오리발 끼고는 잘 못 해서요…….”
“흠……. 다 할 수 있는데 접영을 오리발 끼고 잘 못 해서 1레인에 섰다…?”
코치님은 민서가 흥미로운지 잠시 바라보았다.
“응, 저기로 가.”
“네? 네……. 네?”
‘네’만 세 번 연거푸 말한 민서가 2레인을 보았다.
“2레인이요……?”
“나 딱 알겠어, 넌 지금 ‘자신감 부족증’이야.”
코치님은 병을 진단하는 의사 같았다. 그런데 ‘자신감 부족증’이라니……. 해미는 그게 뭔지는 몰랐지만 뭔가 그렇게 말하는 코치님이 멋있어 보여서 중얼거렸다. 반면 민서는 열심히 이해하려는 것 같았지만, 이해가 안 되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에…? 자신감…….”
“부족증이 뭐냐고 묻지 마. 그냥 내가 애들 단점을 분류하는 일종의 기준이니까. 어쨌든 지금 내가 봤을 때 넌, 2레인으로 가야 해.”
“아……? 네.”
민서는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이었지만, 코치님의 말을 따라 순순히 2레인으로 갔다. 이제 1레인에 남은 건 해미뿐이었다.
‘엥? 나 혼자야? 아까 애들 1레인에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아, 아까 애들? 꽤 있었는데 어디 갔냐고? 아, 말도 마…! 게네들 ‘자신감 부족증’이 꽤 심하더라고. 뭐, 민서만큼은 아니지만, 아니 자유형에서 평영까지 배운 애들이 왜 1레인에 오냐는 말이야. 어쨌든, 그래서 결론은!”
하면서 코치님은 마지막 단어에 힘을 주었다.
“2레인에 가야 하는 애들을 다 보내었더니, 너만 남았다, 그게 결론이야. 트라우마 있는 네가 어찌 수영을 배워왔겠니?”
맞는 말이었지만 왠지 기분이 나빠진 해미는 뚱한 표정으로 지아가 다시 한 번 벽을 차고 나가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 한 번, 민서한테 코치님이 말할 때 한 번, 지금 한 번 보았으니 벌써 지아는 수영장을 세 바퀴나 돈 것이다. 뒤에는 현준이 지아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용을 쓰며 오고 있었다. 아직 2번 자리는 빼앗기지 않은 채로.
“그래, 그래. 현준이 용하지? 아직도 자리를 빼앗기지 않은 걸 보면, 깡은 있는 것 같네…….”
해미는 지금 이 상황이 어이없었다. 옆 레인에서 아이들은 저렇게 수영을 하고 있는데, 자신은 선생님과 서서 아이들을 구경하는 상황이라니! 게다가 아이들은 쉬지도 않았다.
“음……. 그래, 이 상황이 웃기지? 안 웃긴가? 쉬고 있으니까 괜찮지 않아?”
“네……. 아이들은 저렇게 하는데, 이렇게 쉬고 있으니까… 미안한 한편 편하기도 하네요. 물이 이렇게 편…….”
헉. 하면서 해미는 입을 막았다. 그리고 자기 목까지 둘러싸고 있는 물을 바라보았다. 지금 해미는 물 ‘속’에 있었다. 그리고 방금 그것이, 물 ‘속’에 있는 것이 ‘편하다’라고 생각했다.
해미의 생각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코치님이 해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래, 어때. 물속에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뭐, 편하다고 말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을게.”
“아니, 아니요. 그러니까……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제 머릿속에 무언가가 그렇게 말하고 있고, 그것이 제가 원래 가장 ‘이상적인’ 대답이라고 생각했던 대답이에요. 그런데…….”
코치님에 미소를 가만히 바라보며 해미는 대답했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