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근데 코치님.”
해미의 말에 코치님이 해미를 바라보았다.
“저는 수영 안 해요?”
“왜, 수영하고 싶어?”
돌아온 코치님의 대답에 해미는 대답할 수 없었다. 네, 보다는 아니요, 에 가까운 게 해미의 마음이었지만, 물어본 마당에 그렇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해미는 왜 물어본 걸까……. 이것의 대답은 전에 해미가 현준과 문자를 하다가 현준이 물어본 질문에 대한 대답과도 같았다.
‘해야 하긴 할 것 같아서’
오랫동안 대답이 없는 해미에게 코치님은 씩 웃었다. 전에 해미가 ‘친구 같다’라고 느낀 웃음이었다.
“하고 싶으면…….”
웃으며 해미를 쓱 바라본 코치님이 수영할 준비를 했다. 몸을 물속에 집어넣고 발을 벽에 갖다 댔다. 코치님이 금방이라도 쌩하니 물속을 헤엄칠 것 같은 느낌이 든 해미는 다급한 마음이 들었다.
“… 아뇨, 아뇨.”
숨을 참고 물속에 들어가서 거의 출발하기 직전인 코치님을 물속에서 꺼냈다.
“하고 싶다며?”
코치님이 올라와서 물안경과 모자를 벗었다. 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깊은 검은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제가 수영을 하고 싶겠어요?”
코치님은 해미의 표정에서 간절함을 볼 수 있었다. 코치님은 머리를 풀은 대로 물 위에 누웠다. 수영 모자와 물안경은 물 밑 어딘가에 던진 것 같았다.
“아.”
물 위에 누운 코치님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멀뚱히 해미는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물 위에 누운 코치님의 모습은 정말 자유로워 보았다. 풀어헤친 검은 머리카락이 코치님의 머리 주위로 여기저기 퍼져있었다. 그 모습마저도 자유러워 보인 해미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수영 모자와 물안경을 벗어 레인에 걸어놓았다.
“나처럼 눕게?”
코치님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였다.
‘어떻게 아셨지?’
놀란 해미는 코치님의 얼굴을 가만히 보았다. 코치님은 아까와 같이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자는 것처럼. 힘주지는 않았지만, 실눈을 뜬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
그렇게 말이 없어진 해미에게 코치님이 다시 말했다.
“내 옆에 누워도 돼. 자리는 충분해, 근데… 너 누울 수는 있겠냐?”
해미에게 있는 트라우마에 관해서 하는 말이었다.
“……네, 할 수 있어요. 아까 얘기했잖아요, 물속에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니까요?”
약간의 침묵 끝에 입을 연 해미의 말에서 해미의 의지가 엿보였다. ‘좋아’하고 속삭이듯 말한 코치님이 살짝 눈을 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해미를 바라보는 코치님은 해미에게 ‘보여줘’하는 듯했다.
“할 수 있다니까요.”
해미가 조심조심 코치님 쪽으로 이동했다. 그 모습을 본 코치님이 다시 눈을 감았다.
“근데!”
코치님이 눈을 천천히 떴다. 해미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다.
“그냥 누워요?”
“…….”
코치님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려고 했다.
“잠깐.”
또다시 해미였다.
“왜.”
코치님의 반응은 따듯하진 않았다. 하지만 해미는 코치님이 짜증 난 게 아니란 걸 알았다. 짜증이라기보다는…… 귀찮음에 더 가까운 ‘뭔데’ 눈빛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해미는 말을 이었다.
“그냥 누우라고요? 저 지금 처음 하는 거예요, 잡아주시기라도 하셔야죠! 제가 얼마나 무거운데 빠지…….”
‘뭔데’ 눈빛을 하고 있던 코치님이 일어났다. 머리카락도 따라 일어나서 코치님의 얼굴 앞을 가렸다. 머리카락을 넘긴 코치님의 목소리는 다시 장난기가 묻어있었다.
“무서워? ……해미?”
흐흐.
하고 웃은 코치님이 해미랑 눈을 맞췄다. 해미와 눈을 마주친 코치님은 웃고 있었지만, 해미는 눈에 힘을 주고 있었다. 아까야…… 그냥 들어가기만 하는 거니까 ‘나쁘진 않다’라고 했지만, 지금은 코치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알겠어, 알겠어. 처음이니까.”
“…….”
해미는 아무 말도 없이 의심의 눈빛을 하고 코치님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미덥지 않았다. 아까 전부터 계속 ‘흐흐’하면서 웃고 있는데…….
“도와준다니까.”
코치님이 손을 들어 보였다. 해미가 빠지지 않게 받쳐 준다는 뜻이었다. 해미가 옆에 수영하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 정도야. 쟤네는 지금 한 번도 안 쉬고 지옥 훈련인데…….
해미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코치님의 표정에는 점점 주름이 늘어가고 있었다.
“잡아줄게…… 잡아준다니까…?”
“정말이죠?”
그래도 해미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곧 코치님 앞에 누웠다. 몸은 생각보다 물에 잘 떠 있었지만, 해미는 자꾸 몸이 물에 잠길까 봐 발버둥 쳤다.
첨벙첨벙.
해미가 발버둥 칠 때마다 물은 날아갔고, 거의 매번 코치님의 얼굴을 맞고 떨어졌다. 해미가 얼굴로 물을 뿌려도(고의는 아니지만) 코치님은 해미를 잡아주었다.
첨벙첨벙.
해미가 다시 발버둥을 쳤다. 이번엔 아까 찬 것보다 더 세게. 코치님이 자신을 잡고 있던 손을 놓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잡고 있잖아.”
해미는 코치님의 말에 반항하듯 더 세게 물을 찼다.
첨벙첨벙.
“너, 그렇게 차면 더 가라앉는다?”
코치님이 경고해도 소용없었다.
“가라앉을 것 같으면… 코치님이 더 세게 잡아주실 거잖아요?”
“너 좀!”
“히히.”
언 듯 보면 코치님에게 장난치는 것 같지만, 진실을 그게 아니었다.
“넌 정말……. 하… 물이 아직 무섭니?”
“…….”
해미는 아직도 물이 무서운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