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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okay to cry

No one says anything to you

by Blue Page

*서로 뺨을 때리면서 욕하는…… 그런 막장 드라마 아닙니다. 두 사람은 실제로 무척 친하고, 가족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어른이 있었습니다.*


찰싹.

뺨을 때리는 소리가 공중에 흩어졌다. 얼핏 보면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지만, 이건 내가 들은 실제 소리다.

"……."

이 소리를 낸 장본인, 그러니까 뺨을 때린 사람 엠마는 놀란 표정을 감추며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런 엠마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눈시울을 감추고 천장을 바라보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의 단짝, 다이앤이었다. 그런 두 사람에게서 고개를 돌리지 못하며 주위를 감싼 아이들은 침묵을 지켰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야, 엠마."

침묵을 깬 건 관장님이었다. 관장님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다이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엠마에게 한 마디 했다.

"……."

관장님의 말에도 엠마는 입을 열지 않았다. 나도 안다…… 엠마도 놀랐을 거라는 걸. 아마 그래서 다이앤에게 말을 못 하는 거겠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참 곤란했을 테니까.

"그래……."

"아, 조심 좀 하지……."

"이번엔 너무 셌어……."

"어떻게 언니를 그렇게……."

엠마와 다이앤 주위에 있는 아이들은 관장님의 말을 선두로, 엠마에게 한 마디씩 말을 건넸다. 다이앤을 힐끗힐끗 살피면서…….

난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지금 다이앤은 동생에게 뺨을 맞았다. 단짝인 나는 지금 뭘 해야 할까? 위로를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지? 자칫하면 다이앤이 울 수 있다. 원래 위로를 받으면 더 눈물이 나는 법이니까……. 다이앤은 울고 싶어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내 안에 두 가지 감정이 토론을 시작했다.


주제: 다이앤을 위로해줘야 한다.

찬: 이렇게 가만히 있는 건, 엠마나 나나, 다른 애들이나 똑같은 거잖아? 단짝인 내가 진정을 시켜줘야 하지 않겠어?

반: 섣불리 위로를 하다가는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상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어……. 일단 조금 더 상태를 지켜보자.

찬: 언제까지? 그냥 집에 갈 때까지 지켜보기만 하다가 멀뚱히 '안녕'하고 집에 가려고? 그리고 이런 글이나 쓰고?

반: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위로를 해봐. 어떻게 말할 건데? '아프지?' 야, 당연히 아프지, 넌 뺨 맞아봤냐? 그 정도 소리로 맞으면 아픈 건 당연한 거 아냐?

찬: 그렇게 가만히 있겠다? 그럼 내가 무슨 단짝이야? 위로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진정이 어려우면? 아니면, 그냥 '괜찮아?'하고 물어보기라도 하든가!


그렇게 내 안에서 벌어지는 토론을 지켜보다 난 다이앤에게 아무 말도 못 했다.

"너무 셌어……. 조심 좀 하지……."

라는 말만 엠마한테 10번째 하면서…….


평소에 엠마와 다이앤은 사이가 좋았다. 집에서는 어쩐지 모르겠지만, 밖에서는 무척 좋았다. 가끔 싸울 때도 있지만, 그 싸움의 끝이 웃음이라면… 사이가 좋은 거 아닐까? 그리고 난 생각한다. 다이앤은 무척 투명한 친구여서, 집 안에서도 그렇게 엠마와 잘 지낼 거라는 걸……. 그래서 엠마는 다이앤을 친근하게 대한다. 오늘도 그렇게 하다가, 실수를 한 것일 것이다. 아마도……?


띵.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엘리베이터 앞에 있었던 우리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하……."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이앤은 물을 마시고 한숨을 쉬었다. 아까는 너무 놀랐지만, 이젠 좀 진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듯했다. 진정한 다이앤의 어깨 위로 손이 올라왔다. 다이앤의 두 번째 단짝인 아멜리아의 손이었다. 그 손을 본 내 감정이 나에게 다그치기 시작했다.


찬: 그래, 그럼 저렇게라도 위로를 해야지! 가만히 있는다고? 와~ 줄리엣 인성보소? 단짝이 우는 데 그냥 가만히 놔두고 '음……. 섣불리 위로했다간 울 것 같아서 못 했어.' 하게? 야 너 완전…….


화가 잔뜩 난 내 감정을 무시한 채, 나도 다이앤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만 반복하면서…….

완전 로봇이 따로 없었다. 손으로 등을 쓰다듬으면서 10초에 한 번씩 '괜찮아?' 하는 로봇.

학원 차에서 내려, 작별하는 시간.

"……놀랐지……. 잘 가."

"응, 잘 가."


그렇게 난 집으로 돌아왔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이 글을 썼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다이앤은 내 마음을 모를 것이다. 사실, 내 마음을 몰랐어도, '너! 왜 나한테 위로 안 해줬어?' 하는 애는 아니지만…….

그냥, 전해주고 싶었다.





울어도 된다고. 아무도 너에게 그걸로 뭐라고 하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울고 싶을 때, 시원하게 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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