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일지(2)
부와아아앙.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소리... 나는 그냥 집에만 있어도 하루에 10번은 듣는 소리여서, 무의식적으로 의식하고 있지 않는 소리였어. 어쩌다 크게 들리면 그냥 '아 시끄럽네'하고 그냥 넘어갔지.
그런데.... 너는 많이 힘들었던 걸까?
오늘 아침.
"25분까지 준비 끝내."
"응. 알았다니까."
아침은 늦잠 잘 틈도 없이 승마 갈 준비로 분주했어. 엄마는 우리의 아침을 쌌고, 나와 내 동생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채 멍하니 준비하고 차에 올라탔고...
차는 곧 20분을 달려 승마장에 도착하고는 부드럽게 우리를 보내주었지.
"넌 이거 쓰고, 넌 이거 써. 아, 시간 없다. 다 된 애들 따라와."
우리에게 헬멧을 나눠주며 선생님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우리가 일찍 온 편은 아니더라. 급하게 헬멧을 메고 승마장으로 향했어. 승마장으로 가는 몇 발자국 안 되는 길은 항상 내 마음을 들뜨게 해서 승마장 흙을 밟을 때쯤 기분이 무척 좋았던 것도 기억나.
그다음 탈 말을 선생님들이 배정해 줄 때도 여느 때보다 좀 더 부산스러웠어. 늦어서 그런가?
"너희 몇 회차니?"
"제찬이 타고 싶은 사람?"
"거기, 추가합격된 사람 몇 명이야?"
"애가 추가합격이에요. 아, 얘까지."
"너 거기 키 큰 애. 이거 타자."
"아, 선생님 걔 말고요. 걔는 이거 타야 해요."
"처음 온 사람 없지?"
선생님들끼리 나누는 대화사이에서 나와 내 동생은 멀뚱히 서있다가 선생님이 지정한 말 위에 올라탔지. 말을 올라탈 때는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돼. 4번째 밖에 안 돼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내가 말을 탈 때 발을 올려놓는 데에 발을 올려놓으면 말을 푸르르거리면서 몸을 움직이거든. 그때가 제일 무서워, 뭐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제일 무서운 일이었으니까.
"얘는 박차 세게 하면 안 돼."
내가 말을 올라탈 때 내 옆에서 말을 끌어주는 선생님이 말했어. 사실 원래 애들은 한 10 몇 명 오고, 선생님들은 3, 4명 정도밖에 없어서 선생님들은 보통 어린애나 말이 좀 굼떠서 애들이 혼자 조종하기 어려운 경우에 옆에 붙어서 고삐를 잡고 말을 끌어주거든, 근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 봤을 때 알게 된 거지만 이 선생님은 내가 탄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잡아주셨어. 네가 보통 말이여야지.
"얘는 오토바이소리를 무서워해."
하고 나에게 당부도 해 주셨어. 하지만 난 몰랐지, 네가 그렇게까지 오토바이를 무서워할 줄은. 무서워해봤자 얼마나 무서워하겠어. 하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말 이름 설명해 줄게, 처음부터 제티 마동이 제찬이..."
맨 앞에 있는 말, 제티를 잡고 마이크로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이 말 이름을 설명해 주며 승마는 시작했어. 다른 날과 같이 말이야. 그때 난 네가 '동키'라는 걸 알게 되었어. 동키가 맞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일단 너를 그렇게 부를게.
말 이름 설명이 끝난 다음에는 평보로 승마장 안을 돌기 시작했지. 난 그때가 시작이었는지도 몰랐지만, 그때가 시작이었어.
잠시 뒤...
부와아아앙.
큰 소리는 아니었어, 장담해. 하지만 그때는 하필 나와 동키, 네가 차도 쪽을 지나고 있을 때였고.
그 소리에 넌 흥분해 갑자기 고개를 위로 쳐들고 네 몸을 너도 주체하지 못했어. 놀란 나는 굳어서 잡고 있던 고삐와 손잡이에 힘을 주었고.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워."
다행히 선생님은 너를 금방 진정시켰어.
"이렇게 한단 말이야, 그럴 땐 네 몸을 앞으로 숙이면 절대 안 돼. 뒤로 해야 해, 뒤로."
놀란 나는 선생님의 말을 따라 몸을 뒤로 했어.
선생님의 목소리에 동키, 넌 진정한 것 같았어. 넌 금방 진정했잖아, 그렇지? 그래도 계속 귀가 뒤로 향해 그 차도에 무슨 소리가 나나 주시한 다는 건 알아차렸지만, 선생님이 널 컨트롤할 수 있어서 나도 안심했어. 그래서 선생님의 손에 널 맡기고 난 마이크를 든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앉았다 일어났다를 했어. 난 이제 끝난 줄 알았어.
그런데 조금 뒤, 내 생각에는 10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던 것 같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넌 다시 날뛰기 시작했어. 저번에는 1, 2번밖에 날 뛰지 않고 금방 안정됐는데, 이번은 정말 정말 심했어. 선생님도 아까 전에 유지했던 침착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워, 진정, 진정! 야, 야! 야!"
다시 말을 잘 들는 듯하던 널 끄던 선생님이 달리려는 너의 고삐를 더욱 바짝 잡고선 위로 서려고 하는 너를 밑으로 당겼지.
"야!"
그렇게 한 3번 뛰었을까, 넌 그제야 진정하고 선생님의 말을 들었어.
"아, 선생님. 너무 소리 크게 내지 마세요. 얘 날뛰잖아요."
내 말을 끌던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에게 하는 말을 들고 난 왜 네가 뛰었는지 알아차렸어. 넌 선생님이 말들 똥 치우는 소리에 놀라서 뛴 거야. 그렇게 놀랄 일이었니?
"워, 워, 진정해."
난 선생님이 너한테 하는 말을 들으면서 심호흡했어. 선생님 말에 너뿐만 아니라 나까지 진정이 되더라고.
이번엔 나도 많이 놀랐다?
아빠 말로는 아빠 주변에 있던 어른들도 날 걱정했대, 아빠뿐만 아니라.
"어머, 어머, 쟤 어떡해?"
이러면서.
어쨌든, 난 아빠를 보면서 미소 지었고, 그러는 과정에서 내 마음은 다시 진정이 되었어. 솔직히 진정된 이유는 다른 데 있었어. 동키 널 잡고 있던 선생님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으로 늘었다는 사실 말이야. 그 사실에 내가 더 진정이 된 것 같아. 응, 너 한 마리를 컨트롤하는 데 선생님이 두 명이나 필요하다는 얘기야. 선생님 한 명은 고삐를 진짜 짧게 잡아서 네 목 쪽으로 잡았고, 한 명은 내가 잡고 있는 손잡이를 같이 잡아주었어. 그 덕분에 내가 더 안정이 될 수 있었지. 손잡이를 잡고 내 허벅지에 팔을 댄 선생님에게서 힘이 느껴진 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 네가 가금 움찔움찔거릴 때 손잡이를 잡고 있던 선생님 손과 역시 힘주며 손잡이를 잡고 있던 나의 손이 조금씩 닿기도 했어. 정말, 진정되더라. 선생님을 믿었어. 아까 널 진정시킬 때 보니까, 힘이 엄청 세시더라고...!
그렇게 선생님 두 명과 나, 네가 같이 돌고 있는데...
부와아아앙.
또 그 소리였어. 난 선생님을 믿었고, 앞을 보고 가는 중이었어. 너의 고삐와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그런데, 네가 갑자기 앞을 향하던 머리를 들더니 뒷발인지 앞발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발을 들었어. 정말, 이 정도면 익숙해 질만도 하지, 하지만 난...
여전히 무서웠어. 어쩌면, 알기 때문에 더 무서웠을 수도 있어. 아는 게 더 무섭대.
승마 탈 시간이 다 돼가자 처음부터 널 잡고 있었던 선생님이 물었어.
"한 번 더 타라고 하면, 탈 수 있을 것 같아?"
"어..."
난 고민했어. 사실 답은 정해져 있었지만.
"못 할 것 같아요...."
날 힐끗 본 선생님들의 눈빛에 난 덧붙였어. 뭔가 죄송했거든, 나 때문에 이렇게 두 명이나 붙어서 도와주셨는데...
"아, 선생님들이 잡아주시니까 괜찮기는 한데... 놀라서..."
마지막 '놀라서'라는 말은 조용히 나와서 공기에 묻혔어. 선생님들은 들으셨을까?
지금 이렇게 생각하니까 내가 그때 어떤 생각으로 버텼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너는 나에게 내가 이제껏 할 거라고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경험을 시켜줬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