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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덕후가 책 덕후에게

초6 연대기

by Blue Page

To. 내 편지을 읽고 있을 다이앤에게...


내가 너한테 '브런치'라는 사이트에 작가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지 50일이 지났어.

그리고 너한테 내가 글을 쓰고 있는 닉네임을 알려준 지 벌써 9일째야.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도 내 닉네임을 알려주지 않은 채 41을 버텼다는 거지. 어쩌면 그냥 그렇게 버티고 싶었는지도 몰라. 조금은.

하지만... 그래, 솔직히 네가 맞춘 뒤에 감당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냥 모른 척하고 아니라고 할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서 알려준 게 내 마음이겠지. 사실은 아직도 믿기지 않아. 내 글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도, 네가 내 글을 읽고 재밌다고 하는 것도. 난 아직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더디거든.

그래도 언젠가는 깨달을 테고, 지금! 이것이 현실이라는 현실에 행복해. 그럼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이렇게 쓰니까 내가 네게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모르겠다. 어쩌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걸지도 몰라. 내 글을 네가 읽어주는 것 말이야...

그날 기억나니? 국악 시간에 네가 '우리 반에 애들 너무 부정적이야'하면서 '그래도 네가 있어서 괜찮아'라고 한 날 말이야. 그때 난 그냥 널 보며 미소 짓기만 했지. 사실 기분이 엄청 좋았는데도 말이야! 그때 내가 '나도'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너도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그리고 그다음 날에 네가 아팠지. 내가 너희 집에 초인종을 누르고, 네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은 날. 그날에도 나는 네가 '아프다'는 소식에 놀라서 어버버 했지. ㅋㅋㅋ


그리고 너한테 미안하기도 해. 그동안 너에 생각을 존중하지 못한 것 말이야. 솔직히, 내가 널 너무 가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네가 남자애 성을 떼고 부를 수도 있지. 근데 내가 너무 하지 말라고 그래서...

그리고... 너보고 자기랑 가장 친한 여자애라고 한 남자애랑 네가 뭐 괜찮은 거니까, 이젠 물 뺏어먹는 것(?)도 신경쓰지 않을게, 내가 참는 건 잘 할 수 있거든?!


그럼, ㅂ2


From. 바다 덕후 줄리엣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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