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어디……. 난 누구……."
핀의 말이 장난으로 느껴진 레나가 씩, 웃었다. 레나는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어디긴 어디예요. 여긴 드넓은 에메랄드 빛 바닷속. 아…… 저기 보이는 황홀한 물속 세계가 보이나요? 수면 위에는 거대한 에메랄드가 파도치고, 안에서는 수많은 물고기가 헤엄치는 곳……. 이곳이야 말로……."
"……알겠어, 네가 물을 좋아하는 건 알지만…. 제발, 난 진지하다고."
레나의 말을 핀이 끊었다. 말이 끊긴 레나는 무심한 핀의 태도와, 말을 끊겼다는 점에서 조금은 서운 할 법도 한데, 헤헤 웃으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알겠어, Mr. '진진'씨! 근데…… 뭐가 진지한데?"
풋.
하고 핀이 웃음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레나는 이미 들어버린 뒤였다.
"헤이! Mr. 진진!"
레나의 말에 핀이 빵 터져버렸다. 핀은 웃으면서 잠시 자신이 '최초 운동 학원'에 와 있다는 사실도 까먹었다. 그러다…….
"야, 새로운 얘 있다잖아."
"그니까, 우리 이미지 잡은 거…… 기억하지?"
"근데 선배처럼 굴 수나 있겠냐?"
"그니까, 우리도 지금 여기 들어온 지 1달도 안 됐거든?"
"인정, 인정. 아, 잠깐. 밀지 마."
"그럼 빨리 들어가던가."
학원 문으로 도복을 입은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다시 현실을 자각한 핀은 다시금 조용해졌다. 시끄럽게 우르르 들어온 한 무리의 아이들 뒤로, 저번에 핀이 텔레비전에서 본 관장이라던 사자가 보였다. 그 사자는 핀과 레나의 엄마를 보자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아,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어머, 안녕하세요?"
"아, 관장님……? 엄청 젊으시다."
레나의 엄마와 핀의 엄마가 관장에게 한 마디씩 하더니, 호호하고 웃기 시작했다. 사실, 핀이 보아도 관장은 꽤 젊었다. 그렇게 엄마들을 바라보며, 레나와 함께 엄마를 따라가려고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난 순간!
"아, 핀은 그대로 앉아 있어."
엄마가 말했다. 엄마의 말에 다시 앉은 핀은 레나를 바라보았다. 레나는 자신의 엄마를 바라보며 어정쩡하게 서 있었고, 레나의 엄마는 핀의 엄마와 레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왜……?"
앞서가던 관장이 뒤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관장의 눈에는, 애매한 위치의 아이들과 엄마들이 들어왔다. 관장이 덧붙였다.
"아, 아이들이랑 같이 들어오세요."
관장을 따라가면서 핀을 제지하던 엄마가, 관장의 말을 듣고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얘는 왜요…? 시끄럽기만 할 텐데……. 하는 표정이었다.
"아, 불편하시면 앉아 있어도 상관은 없어요. 근데…… 같이 설명하고 들어가려고요."
관장의 말을 들은 엄마가 핀에게 들어오라는 눈빛을 보냈다.
'쳇……. 내가 들어가고 싶다고 해도 안 들여보내 줄 거였으면서.'
입이 삐죽, 튀어나온 핀은 레나와 함께 사무실로 향했다.
"와, 진~짜 떨린다! 완전 기대, 기대! 심장이 내 입 밖으로 튀어나오면 네가 넣어줘, 알겠지?"
사무실로 가면서 레나가 핀에게 말했다.
"으응……."
핀은 대충 대답했다. 사실, 지금 심장이 튀어나올 사람은 레나가 아니라, 핀이었다. 핀은 아까 전부터 그래왔다. 하지만, 레나처럼 기대가 되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불안해서였다…….
"네, 들어오시죠."
관장이 4 사람에게 안내한 방은 핀의 방보다 조금 큰 방이었다. 밖에는 '사무실'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 있었다.
'사무실……?'
사무실 안에는 뭔가가 많았다. 간식도, 서류도……. 안에 작은 냉장고도 있었다.
우와.
하며 방을 둘러보는 아이들을 바라보더니, 아! 탄성을 내뱉은 관장이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냈다. 아이들이 음료수를 받은 것과 동시에, 관장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네, 안녕하세요. 전 관장, 레브입니다. 먼저, 친구들에게 묻겠습니다. 왜 운동을 하려고 합니까? 그러니까…… 여기 왜 왔습니까?"
갑작스럽게 훅, 치고 들어온 관장에 질문에 레나와 핀은 서로 눈을 마주쳤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핀에게 핀의 엄마가 말하라는 시늉을 했다. 근데 핀은 말할 수 없었다……. 뭘 말해야 할까……?
체력이 안 좋아서요? 엄마가 시켜서요? 최초 운동 학원이여서요? 레나가 한다고 하니까요?
많은 대답이 떠올랐지만, 그 어떤 것도 핀의 마음을 정확하게 설명해 주지 못했다.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단어를 해미는 생각해보았다.
아마도, 그냥일 것이다. 사실, 핀이 하는 행동 중에서 대부분은 보통 '그냥'이라는 이유 때문에 벌어지니까.
"……."
대답하지 않는 핀과 레나를 대신해서 이번에는 레나의 엄마가 힌트를 주려고 했다.
"음……. 모르겠어? 그럼… 여기서 뭘 배우고……."
"……아, 어머니는 잠깐만요."
관장의 말 때문에 레나의 엄마의 말을 끝나지 못 했다.
관장은 젊지만, 카리스마가 있었다. 관장의 말투부터 그랬다. 할 말은 딱딱. 분명하게. 말투는 부드럽고 친근하면서도 단호함이 묻어 나는. 그게 관장의 말투였다.
하…….
핀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런 관장의 말투를 들은 엄마는 분명히 관장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엄마들을 상대로도 얘기를 잘하는데, 아이들한테는 오죽할까……! 이렇게 젊고, 카리스마 있는 관장이라면, 충분하다고 엄마는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