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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은 좋아하라고 있는 걸까?

내 생각에 아이돌은 1)

by Blue Page

"언니 너무 까다로워."

차에서 내려 특공무술을 가는 길에 나에게 팔짱을 끼며 한 엠마의 말에 난 잠시 굳었다.

인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들은 말이었다.

'나'와, '까다롭다'……?

이제까지 내가 조합해 본 조합도, 다른 그 누가 조합해 본 조합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말을 엠마는 너무 대수롭지 않게 내뱉고 있었다.


까다롭다고? 뭐가? 왜?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굴었나? 혹시, 수요일에 안 논 거 때문에…?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잖아…….


그 짧은 시간에 갖가지 생각이 들었다.

난 마음이 급해져 얼른 대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금방 대답할 수 없었다.

왜, 아니야, 너도, 그 하나도 내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뭐? 이러고 놀랄 수도 없었다.

결국, 난 '왜?'하고 대꾸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ㅇ-"

내 말은 재잘거리는 엠마의 말에 묻혀버렸다.

"아니, 언니는……."

애초에 처음부터 나의 대답이나 반응을 기다리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냥 말을 시작하는 하나의 문장이었던 걸까.

그래도 오히려 좋았다. 어차피 내가 '왜?'하고 물었어도, 똑같은 말을 해줬을 테니까.

나는 엠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처음으로 들은 '까다롭다'라는 말, 이유가 궁금했다.

"아니, 언니는 좋아하는 아이돌도 없어서 생일선물 챙겨주기도 힘들단 말이야."

단 한 문장으로 이유가 정리되었다.

갑자기? 란 생각이 스쳐 지나가긴 했지만, 뭐, 이런 주제도 이야기 나누기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듣고 보니 이해가 됐다. 그럴듯했다.

따지고 보면 팩트니까.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없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수긍하고 있는 나를 보고, 동생 한 명이 따라붙어서 질문 세례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많이 겪어봐서 그렇게 기분이 나쁘거나, 좋거나, 아니면 귀찮거나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 어떤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저 무감정.

그래서 난 무감정인 상태 그대로, 하나하나 대답했다.

동생, 루시는 마치 기자 같았다.

"아니, 좋아하는 아이돌이 없다고?"

"응."

루시는 그럴 리가 없는데…….

하는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진짜로?"

"응."

엠마에게 듣고, 또 내가 앞에서 대답해 줘도 루시는 믿지 못했다. 루시는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물었다.

"한 명도?"

"응."

"여자도?"

"응."

루시는 이제 거의 인상을 쓰고 있었다.

"남자도?"

"응."

물어볼 것이 바닥나자, 루시는 한숨을 쉬었다.

봐, 물어볼 거 없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엄밀히 말하면, 한숨에 기분이 나빠야겠지만, 뭔가를 이긴 느낌이었다.

음…… 이긴 거긴 했다.

좋아하는 아이돌, 한 명이라도 있을 거라고 가정한 루시의 질문세례에, 내가 결백을 증명(?)해, 루시가 알아내는 것을 포기했으니까.

난 루시에 표정을 보지 않았지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헐 대박! 과 아닐 텐데…? 중, 한 개 일 것이다. 아니면…… 둘을 '짬뽕'한 표정이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난 여전히 루시의 표정을 보지 않았다.

그냥……. 생각에 잠겼다.


아이들은 왜 아이돌을 좋아할까?

나는 왜 아이돌을 안 좋아하는 걸까?


아이돌은 좋아하라고 있는 걸까?

아이돌을 안 좋아하면, 이상한 걸까?

아이들은 실제로 정말, 진심으로 아이돌을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유행 따라가는 느낌'으로 별 생각이 없는 걸까?


아이돌은 자신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 기분이 좋을까?

아이들은 무언가를 얻으려고 아이돌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그게 설령 자신의 만족감이나, 행복일지라도.


그리고 좋아한다고 해도, 아이들은 왜 그런 종이에 불관한 '포카'같은 것을 모으려고 난리일까?

그것을 많이 모은다고 해도, 나중에 가면 쓸모가 있을까?

뭔가를 좋아하면, 꼭 그렇게 뭔가를 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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