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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더 좋아하기 위해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왜 아이돌을 안 좋아하는 걸까?

by Blue Page

난 매일 같이.

"야, 너희 그 아이돌 봤어?"

"**이 춘 챌린지!"

"아, ***너무 잘생겼어."

"진짜 콘서트 가고 싶다."

등의 아이돌과 관련된 말로 둘러싸여 산다.

반의 여자애들 대부분은 아이돌을 좋아한다. 내 단짝 다이앤도!

하지만, 난…….

좋아하는 아이돌이 없다. '팬'이, 아니라는 뜻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좋아하는 아이돌이 없다고?"

하며 애들은 놀란다. 이해할 수 없는 듯, 고개를 가로 젔는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은 이런 부분에서 이해가 안 될 것이다.

'아니, 아이돌 무대 영상이나, 춤추는 것이 안 멋져? 아니, **이 안 잘생겼어? 안 멋져? 계속 보고 싶지 않아? 입덕을 하고 싶지 않아?'


첫째. 아이돌을 안 좋아하는 것이랑, 아이돌의 무대 영상이나 춤추는 것이 안 멋지다고 생각하는 거랑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나도 아이돌 무대 영상 좋아하고, 아이돌이 춤추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둘째. 음……. 난 솔직히 좀 취향이 독특(?)하다. 솔직히 아이돌, 꾸미면 다 예쁘고, 잘생기고 멋지다. 안 멋진 아이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이돌이 아니겠지. 왜? 멋지고, 예뻐야지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근데 난 솔직히 아이돌이 별로 잘생겨 보이진 않는다. 분명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그러는 건 멋진데… 그런데 난 이상하게 아이돌이 별로 잘생기다고 생각하지 않고, 별로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난… 그런 취향은 아닌 것 같다. 아이돌이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취향인 것이다.

내 생각에 아이돌은, 그렇게 멋지고 빛나는 존재가 아닌 것 같다. 그냥 똑같이 예쁘고, 멋지고, 노래 잘부르고, 춤 잘추는 것이. 나에게는 별로 매력으로, 개성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딱 하나 부러운 것은, 인터뷰나 토크쇼에 나간다는 것일까. 그냥 내 얘기를 듣고 좋아해 주니까.


셋째. 입덕……. 아니 나도 뭐 영화를 보거나, 예능에서 우연히 본 연예인에게 좀 빠진 적도 있고, 그 아이돌이나 뭐, 배우 그런 사람들을 응원하면서 같이 감정이입을 한 적도 있고 그랬다. 아, 근데 그것 같고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 걸까? 그걸 가지고 입덕을 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팬의 사전적 정의는 '운동 경기나 선수, 연극·영화나 배우 등의 열렬한 애호가.'이다.

그냥 단순히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는 될 수 없는 것이다.

열렬하게 좋아하고,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진짜 열심히 응원을 해야한다.

그저,

"야, 너. ***좋아해?"

하는 질문에,

"응."

하고,

"너, ***싫어해?"

할때,

"아니."

라고 해서 팬이라고 할 수 없는 거다.

'아이돌의 열렬한 애호가'……. 그런데, 되돌아 보면, 솔직히 난, 내가 어떤 아이돌에게 관심을 가져도, 그것이 1달 넘게 지속된 적이 없었다. 이 배우가 좋았다가도, 다른 영화를 보면 또 이 배우가 좋아지고. 이 아이돌이 좋다가도, 갑자기 이상한 점이 보여서 싫어지고……. 그런 것의 연속이었다.

근데 이것을 팬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데, 입덕을 할 수 있을까? 애초에 난, 내가 어떤 배우나, 아이돌에게 잠깐 관심을 가지더라도 난 이걸 '팬심'이나, '입덕'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난, 다른 무엇보다 내가 가장 중요하다.

내 기준에서는, 이 세상은 내가 있어야 돌아가는 세상이다. 왜냐? 내가 죽으면 이 세상도 내가 못 느끼기 때문에, 내 기준에서는 이 세상이 전혀 돌아가지 않으니까. (음, 좀 이상한 논리인가?)

어쨌든, 난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이다. (내 기준에서.)

그러니 솔직히, 내가 누굴 더 좋아할 수 있을까.

날 좋아하고, 사랑해 주기도 모자란데.

난 이렇게 생각한다.

'아이돌보다 내가 더 중요해.'

그렇다. 아이돌은 자신도 자기를 좋아할 거고, 자신을 좋아하는 많은 팬도 있다.

많은 팬들이 그 아이돌이 먹는 것, 좋아하는 것, 취미, 연애기록(!)……등등을 궁금해하고, 알고 있다. 심지어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 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 팬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나의 행복을 위해서 그런 것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말 좋은 것이고,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난 나에게 많은 실험을 해 보았다.

좋아하지도 않는데 유명한 아이돌 그룹의 유튜브 영상도 꽤 봤었고, 아이돌 얼굴도 다 외웠었고(사실 난, 그전까지만 해도 그룹 6명 중에 1명도 알아보지 못했다. 광고에서 맨날 보는 얼굴도 있었는데!), 나 스스로 세뇌를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효과가 있지 않았고, 난 나를 더 잘알 필요가 있었다.

이제까지의 난, 숨기는 사람이었다.

내가 뭘 원하는지, 나도 잘 몰랐고, 그냥 효율적이고, 비싸지 않은 거,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쫓아갔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고르고 싶을 때, 결정을 못 내리게 되었다.

이상했다.

내가 뭔가를 참을 때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잘 아는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참지만, 다음번에는 원하는 것을 고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난 내가 잘 안다고 장담했는데.

난, 모르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난 나에게 사과했다.

'미안해. 널 너무 못 챙겨줘서.'

효율은 별로 따지지 않아도 된다. 내가 원하면, 내가 행복하면. 그게 더 효율적이다.

가격은, 따지지 않아도 된다. 부모님이 허락한 선 안에서는, 마음 놓아도 된다. 그거, 1000원 절약한다고 해서 노트북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거. 그걸 왜 네가 골라? 걔가 고르라고 해야지. 내 돈으로 내가 사는데 왜 다른 사람까지 신경 써? 그냥 내가 원하는 것을 사면 된다.


아직도 난 내가 원하는 게 무너지 잘 모른다.

내 마음은 아직도 효율을 따지고, 값을 따지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진다.

하지만, 내 마음은 신경쓰지 않는다.

난 이렇게 생각한다.


난 지금 나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 할때야.

**이라는 아이돌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 지 보다는,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이라는 아이돌이 노래, 춤 외에도 더 잘하는 게 뭔지 보다는, 내가 뭘 잘하는지.

**이라는 아이돌이 어릴 때 무얼했고, 나중에 계획은 뭔지 보다는, 난 지금 무얼하고 있고, 나중에는 무얼 하고 싶은지.


그렇기 때문에 아직 내 마음, 나에게는 '아이돌'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가 없다.


나는, 나를 더 좋아하기 위해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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