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가 울분을 토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지만

소외감

by Blue Page

누군가 나에게 '너의 인싸 기질이 나타나는 장소는 어디야?'하고 묻는 다면 나는 당연히 이렇게 답변을 할 것이다.

'하브루타.'

하브루타는 아는 친구들 몇 명이서 아는 이모에게 유대인의 교육 방식, '하브루타'를 배우는 시간인데, 그 시간에는 질문을 만들고 토론을 하며, 틀에 갇힌 질문보다는 보다는 창의성을 길러주는 질문이나 얘기를 많이 한다.

딱 6명이서 하는데, 나는 이 시간이 왠지 모르게 좋다. 난, 6명이서 할 때 내 안에 있는 생각들을 다른 장소들보다 가장 잘 표출할 수 있다.

내 매력이 정점을 찍는 장소랄까? -> 그게 매력이라면.

'그다음은…… 교회.'

교회도 좋은 장소다. 모두가 다 착한 사람들이고, 또 생각보다 난 교회에서의 이미지가 좋다.

'모범생이지만, 말은 많고, 다른 사람들과도 잘 지내는'

이미지다.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고.

어쨌든, 내가 나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하브루타와 같이 '눈치를 안 보는' 장소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말도 잘 건다.

아마 그다음은.

'학교.'

일 것이다.

이제까지 정말 내가 좋아하는 긍정적인 장소였다면, 이제는 좀 어둡다.

남은 장소는 특공무술과 학교뿐이었는데, 그래도 난 학교에서 더 잘 지낸다. 특공무술에서는……. 이따 말하겠지만, 상황이 더 안 좋다.

학교에서는 사실, 난 흔히 말하는 '아싸'다. '선택적 아싸'.

바로 작년, 재작년인 5학년 4학년 때 어떻게 이렇게 활발하게 말도 잘하고 친구도 많았는지 정말 아찔하다. 계속 이어졌다면, 난 아마 어떤 무리든 소속되어 있었겠지.

지금은 그냥 수업시간에 문제집을 푼다. 사실, 집에서 공부하면 이렇게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건데, 아이들이 불쌍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공무술.'

정말 내 매력이 쭉쭉쭉쭉 내려가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장소이다.

음…… 나, 비호감일 수도?

난 일단, 운동을 못 한다. 그리고 싫어한다.

그나마 잘했던 게 수영일까? 그거는 그래도 중상위건에 속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일이 생겨서 끊게 되었고. 난 1학년부터 6학년인 지금까지 계속 특공무술을 다니고 있다.

하지만 6년 동안 다닌 특공무술에서도 나란 존재는, 빛을 발휘할 줄 몰랐다. 아니, 아예 빛과는 상반되는 존재다.

운동에서는 One Top인, 반짝반짝 빛이 나는 다이앤과 달리.




"전체 차렷."

"특공!"

"바로 해쳐!"

"수고하셨습니다."

짝짝짝.

운동이 끝났다.

아이들은 모두 한 곳으로 뛰어간다. 짐 놓는 곳.

"아, 비켜."

"누나가 먼저 쳤잖아."

"야!"

아이들이 시끌시끌 떠들 때는 그나마 괜찮다. 나도 사이에 껴서 그냥 '비켜'하는 것으로 왠지 모르는 소속감이 드니까.

옷이 든 바구니를 들고 나와서 도장 한가운데 앉아서 양말이나 겉옷을 입을 때부터 난 머리를 빨리 굴린다.

'어디로 가지?'

내 머릿속에는 그 생각밖에 없다. 나는 얼른 주위를 살핀다. 대부분의 날은 아이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보통 난 먼저 눈에 띄는, 조용한 아이 곁에 간다 아니면 단짝 다이앤이나. 학교에서도 자존심이 상해서 중요한 일이 아니면 절대! 다른 아이의 책상에서 알짱거리지 않는데…….

정말 특공무술에서는 난 자존심이 바닥이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하지만 난 보통 다이앤에게는 잘 가지 않는다.

다이앤은 보통 바로 양말을 신지 않고 물구나무서기를 한다든지, 갑자기 텐션이 올라와서 동작 연습을 한단 든 지, 아니면 팔짝거리면서 뛰거나…… 하여튼 가만히 준비하지는 않고 여러 가지 연습을 하기 때문에, 운동을 못 하는 나로는, 소외감이 들기 마련이니까.

운이 좋을 때는, 내가 다른 아이들 곁에 가가까지가 힘들어서 혼자 앉아있으면 아이들이 내 옆에 짐을 놓기도 한다. 그럴 땐 정말 좋다. 그래도 좀 인정받는 느낌?

이건 진짜……. 내가 봐도 내가 어이가 없다. 하지만, 이게 내 진심이다. 진짜 마음이라고.

그래도, '아이가 옆에 짐을 놓는 게 인정받는 느낌'이라니! 소외감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어쩌면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스키 캠프 재밌겠다!"

"그러니까!"

"꺄~~!"

"관장님, 그때 저희 졸업 파티 합니까?"

"하지."

"진짭니까?"

"매년 했잖아."

"나, 작년에 언니들 너무 부러웠잖아!"

"나도, 나도."

아이들은 이제 내년 초에 가는 스키캠프 얘기로 눈을 반짝였다. 나도 그렇게 눈을 반짝이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럴 수 있지. 넌 작년에 못 갔잖아.'

하고 날 다독이긴, 작년에 못 간 다이앤이 너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화에 참여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작년에 가지 못 해서 이번이 두 번짼데, 왜 저렇게 신나 할까. 벌써 2번 다녀온 아이들보다도 더 신나 보였다. 어쩌면 아직 1번밖에 못 가봐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어느새 내 표정이 구겨진 것 같았다. 난 표정을 억지로 펴고 신발을 갈아 신으러 출발했다.

"이젠 너희가 고기를 구워야지."

관장님의 너스레에 아이들이 난리를 쳐댔다.

"저희가 구웁니까?"

"오빠한테 부탁해야겠다."

"고기를 구웁니까?"

"저희가?"

나도 한 마디 했다.

"저희가 고기를 어떻게 구웁니까?"

목소리가 좀 오버스러워서 너무 가식적으로 들렸다.

내 목소리를 들은 아멜리아의 동생, 엘리너가 날 향해 뒤를 돌아봤다.

"언니도 스키캠프가?"

"응."

뭐 이런 질문이 다 있지? 싶었지만, 난 웃으며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이런 장소에서 기분이 안 좋은 질문을 받았다고 해서 표정을 구겨봤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슬픈 아웃사이더였다.

"아마도 가지 않을까?"

엘리너가 '언니 가? 진짜? 몰랐네?'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난 기분이 나쁜 걸 참고 내 신발을 바라보았다.

후…….

엘리너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신발애 발을 넣으며 말을 이었다.

"언니는 그런 말을 하면 항상 안 오던데?"

나? 싶었다.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나? 난 여기서만큼은 욕심 같은 게 없어서 대회 같은 거는 절대 나가지 않았는데 어디서 그런 말을 들은 거지?

하지만, 난 절대 그런 말을 내뱉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엘리너가 고개를 돌리고 있기 때문에 억지로 웃을 필요는 없었다.

"아니야~ 나 안 그랬어."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엘리너는 대답하지 않았고, 난 귀찮은 애한테 괜히 말 거는 상황이 될까 봐 입을 꾹 다물었다.


특공차 안에서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오늘따라 아이들이랑 관장님이랑 말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애들이 관장님한테 '관장님! 근데 어쩌고 저쩌고.' 하면

관장님도 애들한테 '맞아. 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아이들이 관장님한테 또 '그러면 어쩌고 저쩌고.'

어쩌고 저쩌고의 반복이었다.

그 대화에서도 난 전혀 소속감이 들지 않았다. 분명 한국어로 말해서 다 들렸고, 아는 단어만 나와서 다 이해했는데도 오늘따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마, 내 입은 내 뇌보다는 눈치가 빠른 건지도 몰랐다.

그래도 낄끼빠빠를 좀 할 줄 알았으니까. 내 입은, 아이들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않은 이상 절대 열리지 않았다.

난 아이들과 관장님의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 아이들과 관장님이 즐겁게 웃으며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가 듣기 싫었다.

하긴, 자신이 소속되어있지도 않고, 오히려 소외감이 드는 대화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이상한 것이다.

소외감이 들어서 정말 나를 자책하기 밖에 더 안 되는 자리에 있고 싶다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자리에 나 대신 앉히고 싶다.

하지만 난 이 차에서 소외감이 든다는 이유로 죽음을 무릅쓰고 뛰어내릴 수 없었다.

이렇게 옆에는 하하 호호 웃는데 난 낄 수 없는 것 같이, 어쩔 수 없이 소외감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선, 난 그냥 창문을 바라보며 멍 때렸다. 다행히 그때 난 창문 자리에 잘 자리 잡고 앉아있었다.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니까?"

아이들은 행복해 보였다.

아이들에게는 이게 휴식이겠지. 나는 창문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차라리 눈치가 없었다면 좋았겠다. 그렇다면 소외감은 들지 않을 텐데.

'언니도 스키캠프 가?'라니…… 내가 안 가기를 바랐던 것일까? 그냥 스키캠프를 가지 말까? 사실, 난 6년 동안 다니면서 지금 이 애들이랑 몇 명 빼고는 아는 사람도 없어. 모르는 사람한테 졸업축하를 받는다고? 별로 내키지는 않아.

가끔 관장님이 나한테 잘못했다고 지적해 줄 때가 가장 좋아. 어쩌다 칭찬이라도 들으면 날아갈 것 같다니까?

사실, 아이들은 지적받으면 별로 안 좋아하고, 칭찬을 좋아하지. 칭찬을 받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진 표정이야. 하지만 그건 배부른 소리야. 칭찬이든, 지적이든, 일단 관장님이 나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거잖아? 그게 얼마나 좋은지도 모르면서.

관장님이 어떤 자세를 시키든지, 관장님이 보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빨리 시작했든, 느리게 시작했든, 아니면 다른 사람이랑 속도가 똑같았든! 관장님의 시선을 받아, 관심을 받는다고.

난 그 관심을 얼마나 받고 싶어 하는지 알아? 난 일부러 빨리 시작한 적도, 뜸을 들이다가 시작한 적도 있었어. 그런데 관장님은 너희들만 본다고. 그러는데 그렇게 배부른 소리를 할 수 있어?

내가 이 학원을 처음 다닐 때는 눈치가 좀 없었다? 난 잘해서 관장님이 아무 말 없는 줄 알았던 거야.

근데…… 그게 아니다? 진짜 잘하는 사람, 다이앤이나 아멜리아 같은 사람은, 관장님이 더 신경을 쓴다?

그럼 난 뭐지? 옛날에는 내가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 일부러 나와서 관장님의 관심을 받았다. 생각해 보니까, 그때가 3학년인가, 4학년 땐데. 난 그때부터 이미 관장님이 나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생각해 보면 내가 관장님한테 말을 많이 걸더라…….


아마 난, 특공무술을 다니는 동안 이 상상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아무도 날 그 상상 속에서 빠져나오게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니까.


다이앤, 어쩌면 나, 스키캠프 안 갈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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