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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건드리면 안 되는 이유

'난 그게 진짜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본문 중-

by Blue Page

순간, 아이들이 조용해졌다.

여전히 침묵을 유지한 채 아이들은 어딘가로 다가갔다.

"왜……?"

가만히 앉아있다가 '사고'를 놓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을 따라갔다. 다가간 나는 다이앤의 곁에 섰다. 그리고 물었다.

"무슨 일인데?"

"유리가 깨졌나 봐."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체육시간에 씨름을 하는데, 여자애들이 살이 보이는게 부끄럽다고 해서(난 그게 진짜 이유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오로지 그 이유때문에 자유시간을 가진 남자애들이 자신의 자유를 발로 차고 싶은게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창문을 깨뜨려 먹겠냐는 말이다.

"왜."

내 말에는 '왜 깨졌냐'라는 뜻이 담겨있지 않았다. '왜 깼냐, 깰 이유가 어디 있냐'라는 이유가 담겨 있었다.

"공 던지다가?"

내 질문에 다이앤도 확신을 가지고 대답하지는 못 했다. 그저 나처럼 짐작만 할 뿐. 하지만, 유리창에 깨진 흔적으로 보아선, 공이 맞았다.

그 공은, 깨진 유리창 밑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그 공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크기가 작았지만(난 남자애들이 가지고 노는 배구공이나, 피구공정도로 생각했으니까), 충분히 유리창을 깰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음…… 콩주머니 크기정도?

'공? 제임스 아냐?'

유리창을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을 난 집어넣었다.

아까 내가 제임스가 창문 쪽에 있는 앤드류를 향해 계속 공을 던진 것을 본 것만으로는 그 아이를 범인으로 몰아가기에 근거가 부족했다.

그냥 '네가 아까 던졌잖아, 범인은 너야!'하고 말하수가 없잖아……?

돌아온 나와 다이앤은 바닥에 앉았다.

"야, 대박."

"넌 지금 저 공으로 날 맞추려고 한 거야……?"

"네 머리가 맞았어야지."

"그니까, 네 머리가 저만큼까지 닿았어야지."

"야, 쟤 머리 깨진다."

"아냐, 머리는 안 깨져."

남자애들은 어수선했다.

선생님은 남자애들은 체육을 하던, 보통 교실의 2배쯤 되는 교실 한구석에 앉혔고, 계속 떠드는 남자애들을 조용히시켰다.

"조용, 앉아있어."

몇몇아이들이 서서 깨진 창문에 다가가려 하자, 선생님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거기 가지마, 가지말라고."

남자애들을 진정시키니까 이번엔 여자애들이 문제였다.

"아, 보지말라고."

"좀."

"정신 차려."

"하지말라고."

"야, 리버 데이비드. 고개 돌려."

씨름을 하는데, 짧은 옷이 살짝 들려, 살이 보이는 것을 남자애들이 보는 것이 부끄럽다는 이유였다. 사실 말이 '부끄럽다'지, 내가 생각했을땐, 사실 어설프게 씨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런 것 같았다.




"누가 깼어?"

남자애들이 씨름을 하러 이쪽으로 오자, 제일 먼저 보이는 남자애에게 내가 제일 먼저 물은 말이다.

"응?"

"누가 깼냐고, 저 창문."

내 말을 이해한 잭이 곧 대답했다. 난 사람들이 많아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까봐 긴장했는데, 잭은 그런 긴장 쯤은 단숨에 날려버리고 곧 대답해주었다.

"아, 제임스."

"제임스?"

"응."

내가 묻지 않아도 잭은 그 '유리창 사건'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추임새가지 넣어가며…….

"아니, 제임스가 저기로 던졌다? 그래서 유리창이 깨졌는데, 그 밑에 앤드류가 있었어. 근데, 다행히도 맞진 않았대. 와, 맞았으면……."


"저기 창문에 이만큼 떨어져 나가고……."

나와 다이앤 옆에 앉은 라이더가 잭이 간다음, 나와 다이앤이 그 사건에 대해 모르는 줄 알고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그 옆에 금이 엄청 갔어."

"아, 진짜?"

사실, 눈이 있으면 아까 창문을 보았을때 다 봤을텐데...

하면서도 난 그 말을 끝까지 들었다. 뭔가 그래줘야 할 것 같아서.




정말 저렇게 창문이 쉽게 깨지는 구나…….

이제 절대로 창문 건들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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