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6 착한바보 남자애들의 싸움을 응원해주고 싶다니

불쌍하다.

by Blue Page

5교시 쉬는 시간.

"네가 저기 앉고 얘가 여기 앉고 쟤가 저기 앉으면 되는 거 아냐?"

"난 얘 옆에 앉기 싫은데."

"근데 난 얘랑……."

"그럼 네가 여기 앉으면 되겠네."

"아, 넌 신경 끄라고."

아이들은 자리 얘기로 바빴다.

선생님이 곧 시작되는 다음 주부터 자리를 앉고 싶은 자리에 앉고 싶은 애들끼리 앉으는 것을 허락하셨기 때문이다.

"……."

소란스러운 가운데, 난 침묵을 지켰다. 이미 앉기로 한 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 다이앤, 마이클 그리고 칼렙은 같이 하브루타를 하는 사이로서, 이미 같이 앉기로 얘기를 한 적이 있었고, 2달 동안 그 약속은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이클이 다른 애들이랑 앉을 수도 있대."

다이앤의 말에 난 별로 놀라지 않았다.

원래 마이클이 좀 그런 애니까. 내가 마이클하고 한 약속이 몇 개고, 그 약속을 마이클이 바람 맞힌 적이 몇 개인가.

하지만 계속해서 내가 마이클을 보며 웃어주고, 여전히 물티슈를 빌려주며 종종 수업시간에 눈을 마주치며, 에델이 잘난 척이나 예쁜 척을 할 때 시선을 교환하며 같이 살짝 에델을 비웃는 이유는 마이클이 그런 의도가 없었을 거라고 믿는 내 어리석은 마음 때문이다.



마이클은…… 착한데 바보 같은 애다.

진짜 바보다. 그리고 눈치가 정말 없다. 그것을 증명해 주는 사건을 정말 수도 없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난 바로, 또는 나중에 문자로 잔소리를 퍼붓는다.

'얘네들이 진짜 너한테 화났을 것 같아?'

'걔네들은 시험을 못 본 자기한테 화가 났는데, 거기서 네가 왔다 갔다 하면서 나대니까 애들의 화가 너한테 가는 거라고.'

'그냥… 쉿.'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자칫하면 오해받기 쉬운 말을 해서 여자아이들에게 맞고 다니고, 남자애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농구를 좋아해서 남자애들 사이에서 인정받지도 못하고 무리에도 끼지 못 한채 떠돌아다니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아이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정말 착한 아이고, 진짜 순진하다.

어떻게 보면 약간 강아지 같다. 같이 얘기하고, 조금만 잘해줘도 꼬리를 흔들면서 자꾸 얘기하고 싶어 하고, 금방 신뢰를 가지고 어려운 게 있으면 내 자리로 와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언젠가 그 애가 자기처럼 착한 바보인 애, 저스틴과 몸싸움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상황은 잘 모르지만 진짜 싸움은 아닌 것 같아 보였고, 그냥 애들끼리 '너희 이런 기술할 수 있냐?'하고 저스틴가 먼저 건 기술을 자존심이 있는 마이클을 건드려서 마이클도 뭔가를 보여준답시고 하는 몸싸움 같았다.

그 싸움은 한 남자아이 뒤인 교실 뒤에서 벌어졌는데, 그냥 한심한 남자애들의 몸싸움으로 생각한 아이들은 아무도 그 싸움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어떤 아이가 다른 아이가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헤드락을 걸거나, 얼굴에 피가 나거나, 그렇게 좀 심하게 싸웠을 때야 살짝 관심을 가질 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 싸움에는 마이클이 사이에 있었다는 것을.


씩. 씩.

헉. 헉.

후욱.


마이클과 저스틴의 몸싸움에는 "야!", "그만!" 이런 말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숨이 찬 듯 헉헉거리는 마이클과 숨이 조금 가빠보이는 저스틴의 숨소리뿐.

둘 다 숨을 고를 때, 마이클이 거울로 다가갔다. 아까 마이클이 얼굴을 잡는 것을 보았는데, 혹시 피가 나나?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난 너무 멀리서 마이클을 지켜보고 있었다. 멀리서 거울에 대고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는 마이클의 뒷모습은 보였지만, 정작 마이클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눈이라도 마주친다면 입 모양으로 물어볼 수 있었을 테지만, 마이클은 내가 자신을 쳐다본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

하악.

흡.


다시 숨을 고른 뒤 저스틴과 마이클은 다시 붙었다. 먼저 공격한 사람은 은 저스틴이었다. 저스틴은 잠바까지 입은 마이클에게 힘겹게 헤드락을 걸고 넘어뜨리려고 했다. 주위에 있는 의자나 사물함은 눈에 보이지도 않나 보다.

"……."

그 싸움을 보고 있는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 착한 아이 둘이서 다른 애들에게 부추김을 받고 서로 아무런 악의 없이 싸우는 것 같아서 불쌍하기도 했고, 이러다가 마이클이 다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었다.

혹시라고 마이클이나 저스틴이 다치면 선생님께 말해야 하니, 선생님도 힐끗 쳐다보았다. 난 그저 걱정되는 마음뿐이었다.

실제로 우리 반에서 남자애들은 몸싸움으로 인해 다친 애들 수가 꽤 많았다.


후.

헉.

후우, 후.


잠시 숨을 고른 마이클은 저스틴의 헤드락에 아무런 저항도 안 하다가 곧 넘어가겠다 싶을 때쯤에 몸을 비틀면서 역으로 저스틴을 넘어뜨리려고 힘을 썼다.

"으……!"

기합(?)과 '으'의 중간쯤 되는 말이 마이클의 입에서 나왔지만, 난 그것을 단어로 표현할만한 능력이 아직은 없다.

어쨌든, 다시 얘기로 넘어오자면, 저스틴은 마이클의 노력에 불구하고 살짝 비틀거릴 뿐, 넘어가지 않았다. 어? 왜 안 넘어가지? 하고 마이클이 놀란 것이 표정에 드러났지만, 곧 인상이 표정을 덮었고, 마이클은 다시 힘을 주었다.

안타깝게도 저스틴은 마이클보다 힘이 셌다. 곧, 저스틴과 마이클은 거의 교실 바닥을 구르다시피 하면 엎치락뒤치락하였다.

다행히도,

"왜 내 자리 뒤에서 이러고 있니."

하고 싸움판 앞에 있는 자리에 앉아 있는, 운동을 잘해서 남자애들한테서 꽤 힘이 있는 남자애가 말했고, 그 말을 선두로 아이들은 하나둘 자기 자리로 흩어졌다. 마이클도 다를 바 없었다. 잠시 저스틴과 얘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곧 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싸웠는데 저렇게 해맑게 얘기를 해도 되나. 하긴, 엄밀히 따지자면, 둘이 원해서 서로 싸운 것도 아니지.'




지금까지 본 몸싸움 중에서 가장 짠하고 왠지 모르게 불쌍한(?) 몸싸움이었다.

왜 남자애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교실 바닥을 구르며 몸싸움을 해댈까.

찾아보면, 남자애들이 몸싸움은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신체적·심리적 발달 단계의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 그 몸싸움 안에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무언가를 증명하고자 하는 욕구'가 매우 강력하게 작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존재감과, 무언가를 증명하고자 하는 욕구.

이 불쌍한 두 아이, 마이클과 저스틴은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냥 남자애들이 하는 몸싸움이라면, 시끄럽고 너무 공격적이라며 고개를 저었는데, 왜 이 두 아이의 싸움에는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을까.

아마 난, 그것을 보면서 이 아이들을 계속해서 싸우게 만드는 것이 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이 두 아이도 다른 남자아이들 틈에서 존재감과 자신도 충분히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지 않았을까.

이것은 제 3자의 발언이다. 난 마이클도, 저스틴도, 그 싸움을 부추기고, 가까이에서 지켜본 다른 남자애들도 아니다.

그저 남자아이들의 몸싸움이 눈에 들어와 잠깐 시선을 준 여자애일 뿐이다.

남자애들 아무도 날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 내가 이렇게 남자애들의 싸움을 분석해도 되나, 싶지만 난 항상 궁금했다.

남자아이들은 왜 쉬는 시간마다 몸싸움을 하나.

선생님은 왜 뻔히 알고 계시면서 누가 크게 다쳤을 때 빼고는 관여를 하시지 않으시나.



만약 마이클과 저스틴의 그 싸움이
존재감과 자신도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욕구로부터 비롯되었다면,
난 다음에 또 그 착한 바보 두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싸울 때는 응원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