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6 연대기
"이사벨!"
"응...? 왜?"
클로에 무리가 이사벨을 불렀다. 보니 이사벨이 친한 친구끼리 수다를 떨고 있는 걸 레이나가 보고 부른 것 같았다. 레이나는 클로에 무리에서 앤디 다음으로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다. 음... 그리고 자기주장이 강한 것과 더불어, 남자애들과 무척 잘 지낸다. 특히 앤드류량은! 앤드류와 서로 칭찬도 하고, 아프면 걱정도 한다. 내가 앤드류 짝이어서 조금 닭살이 돋을 때도 있다. 으...
그런데 레이나는 이사벨을 왜 부른 걸까? 난 잘 모르지만, 이사벨과 레이나는 친한 것 같았다. 그런데 성격은 정말 달랐다. 그래서 친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무리에 들어간 걸, 레이나는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얼마 전에 레이나가 이사벨을 클로에 무리에 데리고 오려고 했다. 실제로 데리고 왔다.
그런데 중간사정은 잘 모르지만, 이사벨은 결국 그 무리에서 나와, 원래 무리로 돌아갔다. 그럼 이번에도 이 무리로 들어오라고 이사벨을 부른 걸까? 궁금증이 내 몸속을 돌아다녔다. 클로에 무리는 그다지 눈치 있는 무리는 아니어서, 내가 바라본다고 해도 눈치를 못 챌 것이다.
참지 못한 호기심에 나는 자리에 앉아있는 채로 고개를 고개를 슬며시 들었다. 클로에 무리는 이미 이사벨을 자리에 앉힌 채, 이사벨의 자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사벨이 내 앞자리여서 너무 감사하다! 덕분에 귀를 갖다 대지 않아도 대화 소리가 똑똑히 들렸으니까. 그중 레이나의 목소리가 제일 컸다.
"야, 머리 이렇게 묶지 말라니까!?"
"응."
이사벨은 건성으로 대답하고 원래 얘기를 나누던 친구들을 힐끗거렸다.
'그게 무슨 상관이지? 머리를 풀든, 묶든, 빗든, 안 빗든...'
나는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레이나와 그 무리는 기어코 이사벨의 머리를 다시 묶어주었다. 그리곤 이사벨의 자리에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내용을 들어보니 이사벨과 별로 관련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이사벨은 가고 싶은 눈치였지만, 클로에 무리는 적어도 5명은 넘었다. 그리고 애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수다를 떠는 터라, 함부로 일어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얘들아, 너희 이상형 있어?"
"음..."
"너희는 뭐야? 운동 잘하는 사람 VS 공부 잘하는 사람. 난 운동!"
"무조건 운동이지!"
"난 공분데."
"그럼, 강아지상 VS 고양이상."
원래랑 별로 다를 게 없는 얘기를 하고 있던 클로에 무리는 종이치고 선생님이 들어오자 자기 자리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것이 클로에 무리의 방식이다. 클로에 무리는 대부분의 쉬는 시간을 클로에의 책상에서 보내지만, 가끔은 한 아이의 책상에 진을 치고 그 아이를 둘러싼 채로 수다를 떨 때가 있다. 그러면 보통 '그 아이'는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서, 클로에 무리가 수다 떠는 걸 듣고 같이 맞장구를 쳐준다. 마치 같은 무리처럼. 그럴 땐 보통 쉬는 시간 10분 동안 모두 그 아이의 책상에서 보낼 때가 많다.
잘 관찰해 보니, 클로에 무리가 접근하는 아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클로에 무리 아이거나, 무리에 들어오기 좀 쉬워 보이는 아이. 물론 난 이제 클로에 무리가 아니기에(바로 전 화에 나왔던 이야기), 정확히는 모른다. 그런데 클로에 무리가 클로에 무리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나와, 아무 무리도 안 들어갔고, 들어갈 생각도 없는 내 단짝 다이앤과, 또 아직은 좀 어정쩡하고 조용해서 꼬시기 쉬워 보이는(?) 아이들에게 접근을 하는 것을 보면, 내 생각이 틀리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클로에 무리가 어떤 아이의 책상에 진을 치고 거기서 수다를 떠는 걸 '태풍'이라고 부른다. 어떤 아이의 책상에서 수다를 떨고, 그 아이의 물건을 막 만지고, 교과서에 그림을 좀 그려 넣고... 마치 태풍같이, 그렇게 시끄럽게 하다가 종이 치면 후다닥 자리에 앉고, 다음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그 아이의 책상에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에 클로에 무리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몰랐다. 그런데 계속 관찰을 할수록,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클로에 무리는, 나, 다이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을 자신의 무리에 들어오게 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추측을 하고 나자, 난 클로에 무리에게 해줄 한 마디가 생각났다.
"마치 태풍 같아. 하지만 내가 더 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