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6 연대기
"줄리엣, 안 와? 아니, 안 놀 거야?"
"응? 으... 응."
친구들이 나를 불렀다. 정확히 말하면, 내 무리가 나를 불렀다. 내 단짝, 다이앤을 보던 난 고개를 돌렸다. 이제까지 혼자 있었으니까, 괜찮겠지? 단짝이긴 하지만, 내가 같이 안 있어도 되겠지. 내가 이 무리에 들어오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남자애들하고도 곧잘 노니까... 사실, 난 나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남자애와 잘 지낸다고 해도, 다이앤은 여자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직은 안 된다. 그러니까, 아직은 난 다이앤과 같이 놀 수 없다. 학기 초에, 아직은 조금 불안한 대규모 무리에 껴있는 건 안전장치를 안 한 채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다. 언제, 어디서 무리에서 뒤처질지 모르고, 또 무리에서 쫓겨난 날엔... 그날엔 정말 끝장이다. 난 지금 '그' 불안한 대규모 무리에 껴있다.
사실, 난 내 단작 다이앤처럼 혼자 떨어져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때 책이나(?) 보고 있는 걸 원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책이 싫은 건 아니다.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학기 초에, 아이들이 가장 활발할 때, 아이들과 동떨어져, 혼자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 음, 다이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난 별로 반기지는 않는 상황이다. (마치 왕따 같잖아!)
"줄리엣? 오는 거지?"
나와 같은 무리에 속해있는 아이, 엠마가 말했다.
"안 올 건가 봐, 그냥 우리 먼저 홍삼게임하고 있자."
음... 다른 아이들은 엠마처럼 날 생각해주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생길까 봐, 내가 이런 것이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다이앤과 떨어져서 대규모 무리에 껴야 할 것 같다.
2~3주 정도가 지난 뒤.
이제 내가 무리에 들어온 지도 1달이 다 돼 간다. 어쩌면 넘었을지도? 사실, '무리'라는 것에 끼는 게 처음이라 많이 어색하다. 게다가 난 이제까지 최대로 많이 놀았던 인원이 4명까지밖에 없는데, 이번무리는 무려 여섯 명이 훌쩍 넘는다. 대충 7~8명?
어색하긴 뭐가 어색하냐고 할 수도 있다. 실은 노는 건, 그냥 논다. 똑같다. 하지만 무리니까, 아무래도 3~4명끼리 놀 때랑 많이 다른 것 같다. 가장 많이 다른 것을 뽑자면...
리더의 말을 따르고, 리더를 따라가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무리'고, 인원수가 많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다. 3~4명끼리 놀 때는 각자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고, 또 뭔가를 정할 때 1명, 의견이 완전히 다 다르면, 2명 정도만 양보를 하면 쉽게 타협을 볼 수 있다. 이번에는 무려 X2배다. 숫자가 무척이나 늘어났다는 말이다. 그래서 뭔가를 결정할 때 주로 리더의 말을 따르는 것 같다.
예를 들자면...
A : 오늘 점심시간에 뭐 할 거야?
리더 : 글쎄...?
B : 나가자, 나가고 싶은데.
A : 너무 덥지 않아?
B : 걸으면 되지!
C : 뭐야, 나간다고?
D : 쟨 나가고 싶다는데? (B를 바라보며)
A : 난 딱히...
E : 오~ 뭐야, 그럼 나가자.
C : 아, 진짜 나간다고...?
리더 : 음...
A : 근데... 너무 덥잖아
E : 근데 어제도 안 나갔잖아.
리더 : 그럼 나가자!
이렇게!
그런데 어제 느낀 거지만, 난 이런 방식(리더의 말을 따르는 방식)이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냥 무작정, 리더가 '어? 오늘은 나가자. 안 나가면 그냥 혼자 있어.' '응, 나가지 말자. 너무 더워.' 하는 걸 따라가는 건 너무 지치지 않나...?
어제는 이런 일이 있었다.
"얘들아, 나가자."
우리 무리에 리더, 클로에가 과학이 끝나고 맞은 1교시 쉬는 시간에 말한 말이다. 쉬는 시간에 어디를 나간다는 건지! 솔직히 난 나가고 싶지도, 더군다나 그것도 리더의 말 한마디에 주인을 따르는 강아지 마냥 군말 없이 무작정 나가고 싶지 않았다.
"나간다고...?"
내가 정말 이번에도 그냥 클로에의 말만 듣고 무작정 따라나가야 하는 건지 고민하던 순간, 아이들은 우르르 나가버렸다.
"얘들아..."
나를 제외하고도 7명이나 되는 무리의 아이들이 우르르 나가자 과학실은 텅 비었다. 결국, 난 또 따라나가고 말았다. 그런데, 아이들은 따라 나온 나를 보고도, 절대 날 기다려주지 않았다.
"야, 클로에! 같이 가!"
"아, 너무 좋다!'
"과학 너무 싫어, 진짜!"
그저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기 바빴다. 순간, 왕따가 된 느낌이었다. 순간, 아이들이 날 못 본 건가 싶었다. 난 아이들을 불러 보았다.
"얘들아, 같이 가! 같이 가자니까? 무시해?"
날 무시하는 게 분명했다. 그날, 아이들은 그냥 날 없는 사람 취급했다.
"아, 빨리 올라가야 하는 거 아냐?"
"어? 그러네, 가자! 종 치겠다."
난, 그저 이번에도 아이들과 한참 떨어진 곳에서 나 혼자 터덜터덜 계단을 올라가, 수업 시작하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야만 했다. 그날 난 쉬는 시간에,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이젠 나도 더 이상, 참지 않을 거다. 응, 리더 말을 따르는 거? 그럴 수 있지. 하지만, 날 그렇게 무시해도 되는 거야? 응, 그러면 난 이제 더 이상 이 무리에 있고 싶지 않아. 맞아, 내가 왕따처럼 혼자 문제집 풀고, 책 읽고, 이러겠지. 근데, 난 왕따 아니다? 왜?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니까, 내가 선택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