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6 연대기
"너희 그 챌린지 알아?"
클로에의 말에 앤디가 눈을 빛냈다.
"이거?"
앤디가 간단한 손동작을 해 보였다. 앤디가 모르는 챌린지는 거의 없다. 쇼츠를 안 보니 챌린지 같은 걸 알 턱이 없는 난 언제나처럼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앤디와 클로에가 대화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어? 어떻게 알았어?"
"야, 이거 모르는 사람도 있어?"
하하. 그거 모르는 사람 여기 있네. 난 미소를 얼굴에 뗬다. 물론 웃고 싶어서 미소를 띤 건 아니었다. 구분을 해 보자면 멋쩍은 웃음이랄까?
요즘 아이들은 쉬는 시간 종이 치자마자 클로에 자리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장소만 시장이었으면 어디서 선착순 이벤트를 하는 줄 알았을 거다. 그런데 우리는 왜 클로에 자리로 가는 걸까? 클로에가 무리의 리더여서? 그런데 왜 클로에가 리더가 된 걸까? 클로에는 자기주장이 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회장, 부회장 같은 걸 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요즘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의 최대의 관심사인 춤을 잘 춰서 그런 건가?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춤이라면 레이나가 제일 잘 춘다. 이런 클로에가 리더가 된 이유? 평소엔 궁금하긴 했지만, 그냥 넘겼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보니 알 것 같다.
1. 친근한 첫인상.
난 5학년, 작년에 클로에를 만났다. 처음 클로에와 눈이 마주쳤을 때, 클로에는 잘 모르는 나한테 미소 지어주었다. 사람 좋아 보이게 하는 미소였다. 이는 자연스럽게 클로에와 친밀감을 형성시켜 주었다. 그리고 비슷한 방식으로 클로에는 우리 무리에 여자애 한 명과 친해졌다. 그래서 클로에는 자연스럽게 우리 무리에 들어오게 되었다.
2. 원만한 대인 관계.
이렇게 클로에는 나와 내 친구뿐만 아니라 우리 반 여자애들 전체와 친해졌다. 앞서 말한 것처럼 클로에는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가 아니어서,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지 않았기에, 우리 반 여자애들도 좀 더 긍정적으로 클로에가 다가오는 걸 받아들였지 않을까 싶다.
3. 의사소통 능력.
클로에는 자기주장이 강하지는 않지만, 자기주장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자기주장이 있는 아이였다. 클로에는 자신이 싫은 것은 분명히 말했고,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 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도 듣고, 반영할 줄 알았다. 의사소통은 자신이 혼자 결정을 할 때는 상관없지만, 무리에 있어서 결정이 필요할 때는 빛을 발했다. 클로에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이것을 종합해서 대부분의 사람이 '응'할 의견을 만들었다.
이런 점들이 클로에를 한 무리의 리더로 만들어주었지 않을까 한다.
"줄리엣?"
내가 이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아이들은 다른 주제 이야기를 시작한 것 같았다.
"넌, 나중에 혼성무리에 들어가고 싶어?"
"뭐? 혼성무리?"
아이들은 원래 나한테 말을 거는 법이 없기 때문에 난 잠깐 멈칫했다.
"글쎄...? 근데 좀 불편할 것 같긴..."
"그렇지? 근데 클로에, 내 오빠가 혼성 무리 안에 있었다?"
레이나는 다시 클로에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럼 그렇지.
"진짜? 그래서? 어때? 좋대?"
"음... 좋은 것 같은데. 거기 언니 한 명이..."
레이나와 클로에가 말하는 걸 보던 나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아이들은 다들 무리에 들어간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 듯했다. 그런데, 이게 정말 당연한 걸까? 책에는 무리에 안 껴있는 건 마치 왕따와 비슷하던 거라고 나와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내 단짝 다이앤은 비록 무리에 끼어있지는 않지만, 착하고 동글동글한 성격 덕분에 왕따는 아니었다. 어떤 아이들은 심심하면 다이앤에게 가서 말을 건네기도 한다.
무리에 안 끼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가끔 있는 자유수업시간때 할 것을 오롯이 자기 자신이 정할 수 있고, 또 무리 아이들의 생일선물이나 여행 기념품 같은 걸 일일이 안 챙겨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좀 외로울 수 있다는 것?
무리에 끼면, 먼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자유수업시간에 늘 노는 친구들이 생긴다는 것과, 전혀 심심할 리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내 의견이 무리에서는 반영이 안 될 수도 있고, 뭔가를 챙겨야 하는 것이 많아서 부담스러운 것. 생일 선물, 여행 기념품등... 그리고 늘 무리에 뒤처질까 봐 전전긍긍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런데, 난 정말로 무리에 들어가고 싶은 걸까? 그냥 아이들 따라 들어간 것이 아닐까? 무리에 들어간다는 것은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