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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에 끼게 되다

초6 연대기

by Blue Page

바쁜 3월이 지나가고 4월이 다가왔다. 3월은 선생님을 파악하고, 적응하는 시기라면, 4월은 1년 동안 같이 지낼 친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찾고, 또 일명 '무리'를 구성하는 시기이다. 이미 적응을 끝낸 아이들이 이미 하나, 둘 모여서 어느 정도 무리를 구성해 놓은 곳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크게는 아니지만, 나도 약간의 조급함을 느낀 것 같다. 책에서 무리라는 말을 들어도, 중고등학교 때 일이라고, 아직은 멀었다고,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초6도 그런 시기일까? 초6에 무리가 생긴다는 말을 잘 못 들어본 것 같다. 하지만 무리에 끼지 않는 건 상상만 해도 싫었다. 그래서 얼른 주위를 돌아보니, 먼저 눈에 띈 건 여자무리. 아직은 좀 어정쩡한 무리 1, 2개와 4학년때부터 아무 일 없이 쭉 이어진 무리, 그리고 아직은 구성 중이지만 제법 큰 무리가 보였다.

그리고 남자애들은......

먼저 첫째, 우리 반에는 혼성무리가 없다. 그러니까, 남자애들과 여자애들이 같이 있는 무리 같은 게 없다는 뜻. 그러니, 내가 남자애들과? 음, 그런 생각은 안 하는 게 좋겠지?

둘째, 남자애들도 보니까, 무리가 있다. 남자애들은 그냥 무리 같은 거 없이 그냥 그때그때 마음 맞는 애들끼리 논다는 말은 너무 옛날말이다. 요즘 남자애들은 놀 때도, 자기 무리 애들끼리만 논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다른 남자애들 뒷담도 깐다... (여자애들은 그래도, 놀 땐 같이 놀자고 하면 잘 끼워 주는 편) 우리 반 남자애들 무리는, 선생님한테 제일 많이 혼나는, 사고뭉치(?) 무리 한 개, 잘난 척 많이 하는 남자애들 무리 한 개가 있다. 그리고 별로 인기 없고, 남자애들 무리에 끼지도 못해서 떠돌아다는 남자애들 4명도......


어쨌든 다시 돌아가 보자면,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무리는...... 이걸 생각할 때, 참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떤 책에서는 무리에 들어가면, 나오기도 힘들고, 다시 어떤 무리에 들어가기도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반을 보니, 그것이 맞는 것 같았다. 1학기가 시작한 지 1달밖에 안 되었는데, 우리 반에서는 많은 불꽃이 튄다. 말 그대로, 서로서로 말하는 데 말투나, 눈빛이나 불꽃이 튄다.

난 절대 그러지 못하는데, 여자애들이나, 남자애들이나, 서로서로 동성, 이성, 상관없이 그냥 서로서로 기분 나쁜 건 바로바로 말하고, 조금이라도 이상하고 바로바로 짚고 넘어가야 하고...... 사실, 그냥 거기까지만 하면 너무 좋은데, 이게 또 말싸움으로 이어진다는 게 큰 흠이다. 그리고, 이것이 또 무리 싸움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큰 흠이다.


예를 들면 이렇게.


A : 어? 그거 뭐야?

B : 향수.

A : 그거, 학교에 가져와도 되는 거야?

B : 몰라.

A : 그럼, 가져오면 안 되는 거 아냐?

B : 안 된다는 말 없었잖아.

A : 된다는 말도 없었잖아.


그렇게 짧은 말싸움을 끝낸 A와 B. B가 사물함에 가고, A도 더 말을 걸지 않는 데서 말싸움은 끝이 난다.

하지만, 심리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A의 무리 친구들이 사물함에 가는 B를 ('왜 저래? 자기만 생각하네!'이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리고, B의 무리 친구들이 잠자코 기다렸다가 B가 오자, B를 위로하는 말(위로가 필요한 상황인가?)을 해주고, 나중에, A의 무리 안에 있는 친구들이 만에 하나 잘못 말하거나, 행동하면, 바로 짚는... 다.


그러니, 무리를 잘 골라야 한다. 고민 고민 한 끝에 나는 아까 말한 아직 구성 중이지만 제법 큰 무리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내가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막 들어가게 되고, 이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옆에서 같이 놀고, 어슬렁거리면 되지 않을까?


1주일 뒤


결국, 난 무리에 들어가는 것에 성공했다. 솔직히, 처음에 무리에 들어갔을 때는 좀 놀랐다. 무리의 리더(?), 즉 무리의 중심이, 내가 작년에 있었던 무리에 있었던 애, 였던 것이다. 사실, 그 아이는 작년에 무리의 중심은 아니었고, 주로 '억까'를 당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억까란, '억지로 깐다'의 줄임말로, 억울한 상황을 당했거나, 억지를 부릴 때 쓰는 말이다. 예를 들어 손흥민에게 '넌 골키퍼를 잘 못하니까,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라고 하는 것.) 물론 장난이었다. 그런데, 무리의 중심이 되다니!

솔직히, 내가 될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목소리가 크거나,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가 될 것 같았는데. 그래도, 뭐. 난 상관없었다. 일단 무리에 낀 것만 해도 좋았으니까.


그런데 사실, 이번에 같은 반이 된, 내 단짝, 다이앤도 좀 신경 쓰이긴 했다. 내 단짝, 다이앤으로 말하자면, 이런 무리에는 들어오고 싶어 하지 않고, 여자애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다. 너도 여자면서! 하지만 꽤 인기가 있는, 좀 대단한 애다. 그리고 남자애들과 주로 어울린다. 자기는 아니라고 하지만, 여자애들에 비해 유독 남자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여자 계주를 뽑을 때도 남자애들 11명이 다~ 내 단짝을 응원했으니까!

사실, 이 무리에 같이 들어오라고 하면, 별로 좋아하진 않을 테니까, 그러면 내가 곁에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내가 내 무리 친구들과 놀고 있으면,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다이앤이 나는 계속 신경 쓰였다. 그런데, 어떡하지...... 우리 무리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계속 같이 노는데... 아니, 안 논다고 해도, 같이 있는데... 아직 학기 초여서 내가 같이 안 놀면, 난 무리에서 쫓겨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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