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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6학년?

초6 연대기

by Blue Page

"이제 그만 일어나야지."

꿈같았던 방학은 엄마의 목소리로 끝이 났다. 이제 방학은 끝이다. 몸은 막 잠에서 깨어난 곰처럼 느릿느릿 거리는 데, 머리만 빨리 돌아간다. 오늘이 개학인가? 아, 8시네. 안 일어나고 싶긴 하지만, 개학이니까... 그래도 개학이란 사실이 내 머리를 빨리 돌아가게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차마 밖으로 나오기까진 할 수 없었다. 곰도 겨울잠에 깨면 이런 느낌이겠지? 하고 생각한 그 순간, 빨리 돌아가는 내 머리가 무언가를 감지했다. 잠깐만, 내가...

"6학년이야...?"


오랜만에 학교를 오니... 다리가 아팠다. 그냥 아픈 것도 아니고 무슨 산 등반 한 것처럼 쑤셨다. 내가 방학 때 너무 놀고먹긴 했었나 봐......! 하긴, 6학년 교실이 5층에 있으니 그럴 만도...

그러니, 학교에서는 나와 친구들이 계단을 오를 때 미소를 짓는 걸 바라면 안 되겠지?


"죽겠다."

"그러니까, 왜 5층이야?"

"우리가 제일 무릎 관절이 안 좋은데...?"

"야, 중학생은 1학년이 5층이래..."

"아니, 에스컬레이터 언제 만들어?"

"우리 학교는 예산 없다니까?"


곧 이런 대화들이 오갈 테니까.

교실에 도착해서 종이에 쓰여있는 아이들의 이름과, 자리를 보니까 생각을 하기도 전에 마음 한구석이 한숨을 쉬었다. 아, 1년 동안 시끄럽겠구나... 한 번도 같은 반이 안 된 아이가 대여섯 명 정도 있었다. 4, 5학년때에 비교하면 꽤 많은 비중이었지만, 아이들은 그때보다 무심했다. 걔네들도, 나도, 딱히 뭔가를 하길 바랄 순 없었다. '나랑 아무 상관없는 애'고, 어차피 친해질 테면 나중에 친해질 테니까. 아님 말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리고 6년 동안 학교 생활을 했는데,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기도 했다.

또, 전학생 입장에서는 조금은 서글픈 입장이겠지만, 아무도 전학생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전학생? 그게 뭐, 걔 말고도 같은 반 안 해봤던 애가 있는데? 똑같은 거 아냐? 맞는 말이긴 했지만...

다른 애들은 그래도 사실 난 기대로 가슴이 뛰었다. '어? 새로운 이름이 있네, 누구지? 아, 그러면 선생님이랑 같이 들어와서 자기소개하나?' 하지만, 조금 뒤 전학생은 어디서 들었는지 혼자서 (익숙하게)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학기 초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심 기대했던 난 아닌 척했지만,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곧 9시가 뒤고, 선생님께서 들어오는 것으로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6학년 생활이 막을 열었다. 조금 시끄러울 것 같긴 했지만, 이제 이런 초등학생 생활이 마지막이라고 하니 즐겨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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