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가 뭘까??
나는 글이 좋았다. 그냥 좋았다. 5학년때까지는.
6학년이 되어서는 글에 장점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내가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않아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글은 충분히 생각하고 쓸 수 있었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글 안에서는 뭐든지 내 맘대로 정할 수 있었고, 내가 쓴 글 안에서는 내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글'이란 것이 좋았다. 실제로 말하는 것보다.
내가 처음 글을 쓴 것은 4학년때였다. 3학년때도 독후감을 쓰긴 했지만, 그것에 대한 나의 태도는 '숙제다'였다. 평소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 해리포터, 나니아 연대기 등을 읽었긴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글을 '쓴다'는 생각은 잘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4학년 때 선생님에게 너무 감사하다. 물론 지금 난 6학년이어서 학교에서 마주칠 때도 있긴 하지만……. 그때, 4학년 때 난 처음으로 글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4학년때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선생님이 내 주신 주제로 글을 썼다. 그 당시에 우리 반에는 우리 반만의 화폐가 있었는데, 간단한 일, 예를 들면 분리수거 같은 것을 역할 분담해서 1인당 한 개씩 나눠가지고, 그것을 하고, 화폐를 받고 그것을 교실에서 쓰고 싶을 때 쓰는, 그런 방식이었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는 글을 잘 쓴 사람 TOP 3을 뽑아 상금(?)을 준다고 하셨다. 그때 내가 글을 더 열심히 썼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글을 써서 냈는데, TOP 3에 내가 꾸준히 든 것이다. 그때는 그냥 "책을 많이 읽으니까 글도 잘 써지네, 다음에도 1등 해야지." 정도로만,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 정도로만 생각된 것 같고, 다음에 1등을 하려고 좀 더 열심히 글을 썼다. 애들이 '또 얘야.' 하는 것을 들으며 뿌듯했고, 글을 읽고 써주시는 선생님의 첨삭을 읽고 싶어서 금요일을 기다렸다.
그리고 5학년 여름방학 때쯤, 난 한 책을 읽고 너무 강력한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 것을 느꼈다. 어떤 생각이었는지는 난 그때, 정확히 몰랐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지금 글을 써야 한다.' 그날, 컴퓨터 앞에 앉은 난, 처음으로 진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온전히 내 머릿속에 나왔고, 내가 쓰고 싶었던 글을.
브런치를 알게 된 건 엄마를 통해서였다. 여러 가지 종류의 글을 쓰고 있던 나에게 엄마는 '브런치'라는 글을 올리는 사이트가 있으니, 그곳에 내 글을 한 번 올려보는 것이 어떠냐고 하셨다. 그때 난 내 글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기에 흔쾌히 찬성했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려고 했다. 그러나, 브런치에는 작가신청을 해서 합격을 한 사람만 글을 올릴 수 있다는 규칙이 있었다.
당연하지만, 초6인 난 면접을 본 적도 없고, 서류심사 같은 것도 본 적 없다. 그런데 브런치에서 작성하라는 서류는 나에게는 면접 같았고, 어려웠다. 어떤 말을 써야 할지, 어떤 말투로 말해야 할지, 내가 쓴 글을 올려야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형식으로 새로 다시 써야 하는지 등등. 모든 게 다 막막했다. 그냥 백지상태에서 시험을 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난 해야만 했다. 왜,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것을 꼭 통과하고 싶었다.
2번의 '면접'끝에, 난 브런치에 합격하게 되었다. 이번 연도 8월 14일, 5시쯤 합격알람을 받고 소리를 지르던 일이 생각난다.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던 첫날, 난 나의 머리를 지배한 생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이런 책을 쓰고 싶다. 온전히 내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가 세상밖으로 나가면 좋겠다.'였다.
사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 지 1년이 좀 넘었지만, 아직도 이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고, 내가 글을 잘 쓰는 건지, 아니면 그냥 사람들이 초6이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게 신기해서 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Do or die"라는 나의 좌우명처럼, 난 포기하지 않을 거고, 브런치와 함께 성장해, 내 이름 석자가 들어간 책을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