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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감정이 있다

승마 일지(1)

by Blue Page

"아, 똥냄새."

승마장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겨준 건 말이 아니라 말의 똥, 정확히 말하면 말의 똥냄새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너무 강력한 냄새에 혼이 빠진 나는 비틀비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름이 뭐예요?"

들어가자마자 이름 쓰고, 지문을 등록했다. 나와 동생이 일찍 온 건 아닌지 바로 옷 입고, 그다음 말을 타러 이동했다. 나와 내 동생은 처음이라 눈치껏 승마장으로 들어갔다. 승마장에는 말 2마리가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몇 번째예요?"

"아, 처음이에요."

말을 바라보면서 나와 동생은 승마를 처음 탄 사람, 아닌 사람으로 나뉘었다. 말 1마리를 더 가져오신 선생님이 말을 고정시켜 놓더니 우리를 바라보았다.

"자, 누가 먼저 타볼래요?"

처음 타 보는 사람 줄에 있던 6명은 조용했다. 선생님이 우리를 쭉 둘러보았다. 곧 끝에 있던 아이 한 명이 지목을 당했고, 그 아이가 말에 올라타게 되었다. 아이가 말에 올라타는 동안 선생님은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다른 선생님들은 말을 계속 데리고 오셨다. 설명을 길지 않았다. 곧 승마장에 있었던 사람 모두가 말 위에 올라타있었다.

내가 탄 말의 이름은 '마동'이었다. 마동은 크기가 꽤 컸다. 사실 처음 올라타는 거라서 설렘이나 기대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처음 타는 건데 안전장치 하나 없이 왼발만 올리고 바로 타니까 말이 날 떨어뜨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해서 그냥 선생님이 하라는 것만 간신히 할 뿐, 처음에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친구랑 얘기를 할 때는 '말의 근육이 움직이는 게 느껴지면 너무 재밌을 거 같은데?' 하며 해맑게 웃었던 것 같은데...... 막상 겪어보니, '말의 근육이 움직이는 게 느껴지는 것'은 재밌는 게 아니라 무서운 거였다. 생각보다 말은 등을 안 움직이면서 가지 않았고, 등 근육이란 근육은 다 쓰는 것처럼 내가 타 있는 등이 자꾸 꿀렁꿀렁거렸다. 가끔씩 꼬리로 내 다리를 쳤고, 몸을 푸르르 떨기도 했다.


"자, 그만."

신호와 함께 우리는 고삐를 잡은 손을 바지주머니 쪽으로 당기면서 몸을 뒤로 했다. 마동이는 반항하는 기색 없이 순순히 멈춰주었다.

"이제 가자."

신호가 들렸지만, 내 앞에 말이 아직 움직이지 않았기에 나와 마동이는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앞말과 너무 붙으면 앞 말이 발로 걷어찬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마동이를 앞말이 출발하기 전에는 절대 출발시키지 않았다. 이제 앞말이 움직였고, 나도 마동이에게 박차를 강했다. 그런데 마동이가 움직이지 않았다.

'어?'

다시 한번 박차를 강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렇게 세게 강하지는 않았다. 오늘이 처음이긴 하지만, 마동이는 앞 말이 움직이면 자기도 스스로 움직였기에 조금 시간을 주기로 하고 기다리던 순간! 선생님이 마동이에게 오시더니 마동이의 고삐를 손으로 움켜쥐고 말했다.

"가, 가라고."

선생님의 소리를 들은 마동이가 약간은 반항하는 투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옆에 있는 울타리를 짜증 내듯이 툭 치더니 조그맣게 내뱉었다.

"이 새끼가..."

놀란 나는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 마동이에게 다시 한번 박차를 가했다. 마동아, 빨리 가자. 마동이는 아까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걸었다. 아마 이게 뭔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빨리 걸었다.

"얘가 안 가면, 발로 세게 차. '퍽'소리가 날 정도로. 알았지?"

"네..."

그렇게 살살하지는 않았는데...... 하지만 난 어쩔 수 없이 선생님이 말 한대로 마동이를 세게 한 번 찼다. 뭔가 움찔하는 것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더 세게."

으...

"조금 더."

마동아, 미안해.

"응, 그렇게."

이제 끝인가?

"더 차 봐."

하...

"한 번 더."

팍.

"어, 이제 그렇게 하는 거야."

이 뒤에도 조금 더 마동이의 곁을 머물던 선생님은 2바퀴 정도를 더 돈 다음에야 마동이의 곁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이것으로 마동이의 교육이 끝나지 않았다. 계속 마이크를 들고 승마장에 있는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도 마동이에 대해서 말하셨다.

"조금 박차를 세게 가해야 하는 말은...... 마동이."

그리고 다른 선생님도.

"얘, 고개 오른쪽으로 돌리지 않게 조심해."

왜요? "네."

이게 무슨 말인가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지 말라니요? 궁금했지만 난 순순히 마동이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왼쪽고삐를 잡아당겼다.

마동이의 오른쪽으로 말들이 빠르게 우르르 지나갈 때였다.

"얘 고개."

"네."

아. 그제야 난 이해했다. 마동이가 오른쪽에 빠르게 달리는 말들을 볼 수 없게 고개를 돌리라는 말이구나. 근데 왜지? 그것을 끝내 알지 못한 채 승마는 끝났다. 아직 5시간이 더 남았지만, 마동이를 다시 못 탈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 박차를 세게 가해야 하지? 그렇게 세게 가하면 안 되지 않나? 살살 가해도 알아서 가던데? 그리고 왜 빠르게 달리는 말들을 보면 안 되지? 자기도 달리나? 훈련이라지만, 마동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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