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씨 윈터양 이야기
2화: 좀머씨 이야기

고요한 걷기에서 피어나는 관계와 회복의 서사

by 글빛누리

2화: 좀머씨 이야기

2화: 좀머씨 이야기

그는 늘 혼자 걸었다.
언제나 같은 길, 같은 시간.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든 간에
그는 멈추는 법 없이 걸었다.

고개는 약간 앞으로 기울어 있었고,
어깨는 축 처져 있었으며,
입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

누가 인사를 건네도 대답이 없었다.
아니, 인사를 건넨 사람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좀머 씨’라고 불렀지만,
그의 이름이 정말 좀머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몰랐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고,
그도 설명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를 알고 있었다.
그는 항상, 어김없이,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년이 그를 처음 본 건 여덟 살 때였다.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길, 비가 퍼붓던 날이었다.
그는 흠뻑 젖은 채, 우산도 없이 걷고 있었다.

처음엔 그가 길을 잃은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 날, 그리고 또 그다음 날에도
그는 같은 길을 같은 속도로 걷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소년은 그의 걸음을
조용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좀머 씨는 마치 세상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사람처럼 걸었다.
발걸음은 일정했고, 시선은 늘 땅에 고정돼 있었다.
말을 하지 않으며, 누구와도 함께 걷지 않았다.

어떤 날은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오늘은 길이 미끄러우니, 좀 쉬고 가세요.”
“이따 비 올 것 같아요, 우산이라도 드릴까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살짝 저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사람들은 그를 ‘수상한 노인’이라 불렀지만,
소년에게 그는 이해는 안 되지만 설명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마치 미로 같고, 수수께끼 같고, 하지만 어딘가 슬퍼 보이는 사람.

그래서 소년은
그의 하루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자신만의 기록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좀머 씨 관찰일지》.

그는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길을,
아무 말도 없이 걷고 있었다.
그의 하루는,
오직 걷는 것으로만 채워져 있었다.


� 《소년의 관찰일지》

5월 10일, 토요일. 비 오는 날.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이 우리에게 상상력 숙제를 내주셨다.

“아무 사람이든 하루를 상상해서 써 보렴.”
나는 고민하다가,
좀머 씨의 하루를 상상해서 쓰기로 했다.

아침,
좀머 씨는 조용히 눈을 뜬다.
창문으로 빗소리를 들으며 밖을 내다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우산 없이
비 오는 길을 걷기 시작한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걷고,
혼자 벤치에 앉고,
혼자 잠을 잔다.

나는 그런 좀머 씨를 매일 본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왜 좀머 씨는 항상 혼자일까?


� 《좀머 씨와 윈터 양》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2편씩 연재됩니다.


✍️ 당신은 혼자 걷는 사람인가요,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인가요?

— 이 이야기는 혼자에서 함께로 이어지는 여정입니다.


�️ 매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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