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씨 윈터양 이야기
3화: 흔들림의 시작

by 글빛누리


3화 — 흔들림의 시작

흔들림의 시작

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오후였다. 창문을 타고 내려오는 햇살이 교실 바닥에 기울어진 사각형을 그리고 있었다. 소년은 수업 시간 내내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좀머 씨가 지나갈 시간이었다. 3시 27분, 그는 항상 이 시간에 학교 앞 보도를 지났다. 소년의 눈은 시계와 창문을 오가며 그 순간을 기다렸다.

3시 25분, 이제 곧 좀머 씨가 나타날 것이다. 소년은 책상 위 《좀머 씨 관찰일지》를 무의식적으로 쓰다듬었다. 오늘은 무엇을 기록할까. 좀머 씨의 걸음 수를 세어볼까, 아니면 그가 흘끗 바라보는 대상들을 기록할까.

종소리가 울렸다. 소년은 서둘러 가방을 챙겼다. 다른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교실을 빠져나갈 때, 그는 창가로 다가갔다. 3시 27분. 좀머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소년은 이마를 창문에 바짝 붙이고 길을 살폈다. 좀머 씨는 단 한 번도 이 시간을 어긴 적이 없었다.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그는. 항상. 정확했다.

"집에 안 가니?"

"아, 네... 선생님."

소년은 마지못해 창가를 떠났다. 학교를 나서며 그는 좀머 씨가 지나다니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가을 햇살이 따스했지만, 그늘에 들어서면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발걸음 소리와 뒤섞였다.

모퉁이를 돌았을 때였다.

소년은 처음으로 좀머 씨가 걷지 않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길가에 쓰러져 있었다. 회색빛 코트가 가을 햇살 아래 더 바랜 것처럼 보였다. 그의 모자는 옆으로 굴러 낙엽 위에 놓여 있었다.

소년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그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주변에는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지만, 아무도 좀머 씨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흘끗 보고는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마치 길가에 쓰러진 사람이 아니라 오래된 우편함이나 벤치라도 되는 양.

"괜찮으세요?"

소년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 바람에 실려 사라진 것 같았다. 좀머 씨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좀머... 씨?"

이번에는 좀머 씨의 눈꺼풀이 살짝 움직였다. 그의 눈동자가 소년을 향했다. 그 눈에는 소년이 본 적 없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그것은 슬픔이었을까, 아니면 체념이었을까. 아니면 그 둘 다였을까.

좀머 씨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말을 하려는 듯했으나, 곧 다시 굳게 다물어졌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소년은 도움의 손길을 뻗으려다 멈췄다. 좀머 씨의 눈빛에서 그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읽었기 때문이다.

좀머 씨는 옷의 먼지를 털고 모자를 집어 들었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도와드릴까요?"

다시 한번, 소년의 말은 바람에 섞여 멀어져 갔다. 좀머 씨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거절의 의미였지만, 소년은 그 안에서 아주 작은 감사의 기색을 느꼈다. 마치 소년이 말을 건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이.


그날 이후, 좀머 씨의 걸음은 달라졌다. 눈에 띄게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소년은 알았다. 그의 관찰일지에는 <루틴의 미세한 변화>라는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었다.

3시 27분에서 3시 29분으로 바뀐 학교 앞 통과 시간.

10초에 7걸음에서 10초에 6.5걸음으로 줄어든 보폭.

이전보다 15도 더 숙여진 고개.

가끔씩 나무나 벤치에 기대어 숨을 고르는 새로운 습관.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좀머 씨의 눈빛이었다. 이전에는 그저 바닥만 응시하던 눈동자가 이제는 가끔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특히 소년이 있는 방향으로. 그들은 결코 눈을 마주치지 않았지만, 소년은 알았다. 좀머 씨가 자신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 비 오는 오후, 소년은 창가에 앉아 좀머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계는 3시 29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좀머 씨는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코트는 이미 흠뻑 젖어 있었고, 머리카락에서는 빗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학교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소년이 있는 창가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이 처음으로 마주쳤다. 좀머 씨의 입가에 미세한 움직임이 있었다. 웃음은 아니었지만, 그것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소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좀머 씨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의 걸음은 여전히 일정했고, 방향도 변함없었다. 하지만 소년은 알았다. 그의 내면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는 것을. 오랫동안 단단하게 봉인되어 있던 무언가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날 밤, 소년은 《좀머 씨 관찰일지》에 새로운 항목을 추가했다.


오늘, 좀머 씨가 나를 보았다. 정말로 '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치 얼음이 녹아내리듯, 아주 천천히. 아직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지만, 좀머 씨의 걸음 속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언젠가 나는 그 이야기를 알게 될 것이다.


다음 날, 소년은 학교를 마치고 좀머 씨의 경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천천히. 좀머 씨는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고,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걸었다.

그들은 그렇게 함께 걸었다. 한 사람은 앞에서, 또 한 사람은 뒤에서. 말없이, 그러나 분명한 연결 속에서.

며칠 후, 좀머 씨는 공원 벤치에 앉아 쉬었다. 소년도 멀찍이 떨어진 벤치에 앉았다. 그들 사이에는 여전히 말이 오가지 않았지만, 이제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었다.


한 주가 지나자 좀머 씨의 걸음은 다시 익숙한 리듬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것은 예전과는 다른 종류의 리듬이었다. 좀머 씨의 눈은 이제 완전히 땅에 고정되어 있지 않았고, 어깨는 조금 더 펴져 있었다. 그의 입술은 여전히 단단히 다물려 있었지만, 때때로 그 굳은 선이 부드러워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것은 아주 작은 변화였다. 하지만 소년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만큼 중요한 변화였다.

소년은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그의 관찰일지에는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었다. 좀머 씨가 걷는 이유, 그가 말하지 않는 이유, 그가 항상 같은 길을 걷는 이유. 그 모든 수수께끼가 조금씩 실마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날 밤, 창문 너머로 달빛이 스며들 때, 소년은 생각했다. 사람들이 걷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떤 이는 목적지를 향해 걷고, 어떤 이는 건강을 위해 걷는다. 하지만 좀머 씨는 달랐다. 그는 시간을 거슬러 걷고 있었다. 잃어버린 무언가를 향해, 혹은 잃어버린 무언가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그리고 소년은 이제 그 여정에 작은 동반자가 되었다. 묵묵히 지켜보는 증인이자, 어쩌면 언젠가 좀머 씨가 다시 말을 하게 될 때 그 첫 마디를 들을 수 있는 사람.

소년은 달빛 아래서 미소 지었다.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그 다음 날도, 그는 좀머 씨의 걸음을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기다릴 것이다. 좀머 씨의 내면에 생긴 작은 균열이 조금씩 더 커져, 마침내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순간을.

소년의 《좀머 씨 관찰일지》는 이제 단순한 기록을 넘어, 두 영혼의 조용한 대화가 되어가고 있었다.


� 《좀머 씨와 윈터 양》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2편씩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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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혼자에서 함께로 이어지는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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