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부로 25살이 되었다. 고작 숫자에 불과한 나이에 연연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 연초가 어색하다. 20살이 되었을 무렵엔 마냥 신이 났었고, 21살이 되었을 땐 술집에 가면 동생들이 있다는 사실에 우쭐했었다. 22살이 시작됐을 땐 무슨 얘길 하든지 간에 "우리 아기 그래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23살 그리고 24살 땐 아직 20대 초반이라고 해도 되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저 2개월 후 시작될 개강이 두려웠다. 그러다 어느새 25살이라는 반 오십의 나이가 되었다. 와씨 뭐 됐다... 거짓말... 25살이면 빼도 박도 못하는 어엿한 어른이잖아? 있잖아... 나는 내가 25살이면 번듯한 회사에서 어쩌면 사회생활에 질려버린 채 신세 한탄이나 하며 결혼이란 것도 바라보고 있을 줄 알았지. 그치만 현실은 이제야 나의 적성을 찾아 그 첫걸음을 떼기 위한 준비 과정에 있다니...
나의 오늘 하루는 이랬다. 엊그제 새벽까지 마신 술의 여파로 수면 패턴이 완전히 뒤엉켜 애매한 시간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오전 10시쯤 눈을 뜬 후 이제는 몇 개 안 되는 SNS 알림에 답장을 하고 글을 더 열심히 쓰기 위해 전날 시킨 키보드가 막 도착해 이리저리 만지작대기를 반복하다가 대충 요거트에 시리얼을 부어 먹었다. 그리고 미뤄뒀던 서평을 하나 쓰고 맞춤법 공부를 했고,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마침내 완전히 마무리했다는 대견함에 자아도취하며 (^^) 오빠의 물건을 담은 택배 박스를 쌌다. 그렇게 몇 시간을 보내고 아직 몸에 남은 이부자리의 흔적을 씻어냈고 밥을 먹고 줄리언 반스의 [연애의 기억]을 읽은 후 이 작가에 심취해 유튜브에서 그의 인터뷰를 찾아보다 맥주 한 캔과 함께 책상 앞에 앉았다. 뭐야 이렇게 적어보니까 나 꽤 바빴잖아? 는 밥 먹은 걸 두 번이나 얘기할 정도로 한 게 없다는 거잖아... 아니? 나 오늘 공부도 하고 책도 봤어! 매일 생산적인 삶을 살아야 하나? 잠시 휴식기에 들어선 거라고 생각해 주면 안 되니!!!
이렇게 뒤늦게 나의 적성을 찾아 불확실한 길을 걸어보려는 시도는 설레면서도 무섭다. 지난 4년 간의 대학 공부는 시간 낭비였던 것 같고, 그래도 출판계 일이 내 전공과 같이 글을 다루는 인문 계열이라는 공통점을 꾸역꾸역 찾아내고 있다. 막상 출판계 취업을 준비하면 좌절의 시기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고, 그 시기를 호기롭게 흘려보내기 위해 매일 꾸준한 노력과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할 뿐이다.
TO.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고, 대단하고, 잘하고 있는 너에게.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잘하고 있어. 상투적이지만 네가 노력한 지난 시간들은 진짜 찬란하고, 패기 넘치고,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 무너질 것 같을 때 꿈을 향해 달려가며 이글거리던 너의 눈빛을 생각해! 당연히 넘어져도 돼. 마침내 해낸 멋진 네 모습에 설레어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던 그 밤을 떠올려! 오늘도 수고 많았어. 맛있는 거 먹고 푹 쉬어도 돼.
그리고 TO.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고, 대단하고, 잘하고 있는 너의 주변인들에게.
제발 나를 예쁘게 봐주세요. 나만큼 자주 심란하고, 가벼운 질문에도 자꾸만 말끝을 흐리게 되는 사람도 없답니다... 무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예? 제가 놀고 있었다구요? 그거 방금까지 책상에 앉아 있다가 머리 식히느라 그런 겁니다. 그냥 뭐... 하 그렇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