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만약에 우리>를 보고
나의 취미는 책 읽기와 영화 보기다. 그래서 오늘은 앞으로 나의 글에 종종 등장할 영화를 보고 든 생각과 함께 나의 사랑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내가 이번에 본 영화는 김도영 감독의 <만약에 우리>이다. 사실 이 영화는 보겠다는 결정을 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나는 약 3년의 질기고 질겼던 연애를 끝낸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슨, 막 영화의 이야기가 꼭 내 얘기 같다고 느끼며, 난 문가영도 아니고 구남친은 구교환도 아닌데 지나치게 영화에 몰입해 울기만 하다 머쓱하게 집으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는 소리다. 여기서 잠깐! 정말 한치의 사심 없이. 아니 오히려 사심이 있다면 이런 소리는 더더욱 못 할 테니 사심을 가득 담아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내 구남친은 구교환을 닮았다... 아 화내지 마시고 뒤로 가기 버튼으로 향하는 손가락을 잠시만 멈춰주셔라. 물론 구교환에 비하면 구남친은 이곳저곳 좀 찌그러지긴 했으나 지인들도 인정한 구교환 닮은 꼴이다. 아서라, 이 얘기는 더 이상 꺼내지 않을 테니.
아차차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얘기를 해보자. 영화를 보고 울었냐고? 에이~ 날 뭘로 보시고! 당연한 말씀. 아주 눈물 콧물 범벅에 오열...까지는 하지는 않았고 ㅎㅎ 인간미 있게 딱 서너 방울가량만 흘려주고 극장을 나왔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더 나의 지난 연애와 닮아있었다. 구남친과 나는 은호와 정원처럼 개털일 때부터 시작해 조건 없이 서로를 사랑했다. 만나는 동안 우리의 사랑은 점점 더 커져 필요 이상으로 자주 울고 웃으며 많은 추억을 남겼고, 그 추억들은 내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우리가 사랑했던 그 시간들은 내게 아주 선명하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사랑을 줘 본 적이 처음이었고,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본 적도 처음이었다. 그는 정말 그때 내 집이 되어줬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감겨서 살았었다.
그러나 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했던가. 사랑에 미쳐있을 때는 별 거 아니게 느껴졌던 우리의 사소한 문제들은 어느새 헤어짐의 이유가 되었고 결국 우리는 끝이 났다. 은호가 끝내 정원이 타 있는 지하철을 탈 수 있었음에도 떠나보냈던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놓쳤다. 적어도 내 기억은 이렇다.
구남친은 우리의 연애를 어떻게 기억할까? 우리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던 그날을 과연 어떻게 기억하고 있으며 그 끝을 어떻게 기억할까? 나를 원망하진 않을까? 먼 훗날 우리의 미래도 은호와 정원처럼 잘 헤어졌다는 생각이 들 만큼 멋질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곧바로 내 첫사랑에 대해 돌이켜보았다.
우선 내가 첫사랑을 겪으며 얻은 게 있다면 나 스스로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꽤나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던 내가 실은 자주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이기도 하며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을 잘 억누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식의 슬픈 깨달음이 대부분이라 약간 씁쓸하긴 하지만 이건 아주 값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 사랑에서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예전의 나는 이랬겠지만 다신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도 할 수 있었다. 물론 다음 사랑을 시작할 용기는 아직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사랑을 두려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터, 다가오는 사랑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언젠가 시작될 다음 사랑을 위해 잠시 에너지를 비축하는 중에 있는 것이고, 난 사랑에 있어 아주 성장하고 멋져질 거다.
그런데 나는 왜 영화를 보고 펑펑 울지 않았을까. 이젠 그를 완전히 놓아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걸까? 아니면 난 그보다 사랑을 하던 내 모습이 좋았던 걸까? 이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수 없지만 전에 인스타그램에서 본 문장이 하나 기억난다. 어떤 사랑은 아쉽더라도 적당한 때에 헤어져야 좋게 기억될 수 있다고 했다. 나 역시 우리의 사랑이 그렇게 기억되기를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관계가 시기적절하게 잘 끝났다고 생각하며 적당히 슬퍼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이별을 말하던 그날과 내 선택에 대한 후회로 헤어짐을 번복하고 싶었던 많은 밤들을 잘 참아냈다. 다시 생각해도 그때 끝내길 정말 잘했다.
물론 아직도 함께 보낸 시간들이 생각날 때가 종종 있다. 같이 듣던 노래라든지, 좋아하던 음식을 먹을 때라던지... 그래도 이제는 그 기억들을 밀어내지 않는다. 나에게 좋은 추억이 되어주어서, 영화 같은 사랑을 경험하게 해줘서 고마울 뿐이다. 앞으로는 조금 더 어른스러운 사랑을 하리라 다짐하며 이 글과 나의 첫사랑에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