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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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면서 하늘은 더욱 잿빛으로 변했다. 시청 앞 마천루, 저 너머로부터 몰려온 구름은 덧칠한 검은 물감처럼 이내 청사(廳舍) 하늘 위를 어둡게 덮었다. 그러나 예보가 맞다면 비는 오지 않을 것이다. 만약 비 내린다면 청사 옥상에서 나와 함께 하늘을 보던 P실장은 "그것 봐요."라고 말할 것이고, 나는 "드문 경우군요"라고 말을 하겠지. 손 뻗으면 닿을 듯 한껏 내려앉던 구름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엷어지거나 내 눈과 발이 닿지 않는 어딘가에 다다라서야 기어코 비를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태연함을 가장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내 '오후'의 기대는 자주 어긋나는 편이다. 하여, 나는 오후 2시를 지나며 찾아드는 달콤한 고적함을 항상 믿지는 않는다. 위험하다. 여러 겹, 여러 색 옷을 입는 나의 오후, 보이는 게 다일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대개는 후자 쪽이었다. 사랑에 조급해 하지 않는 이유다. 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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