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그 여름이 자꾸 생각나요. 그때 우리는 왜 서로 더 많이 망가지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자발적으로 치명(致命) 쪽을 겨냥하거나 스스로 망가지기 일쑤였을까요? 사실 그마저도 아니었다면 그 여름의 혹독한 시간으로부터 더 잔인한 방식으로 배제됐을까요. 아무튼 참 어설픈, 이를테면 세련되지 못한 최후의 자기방어 같은 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오늘은 하지(夏至)입니다. 이미 한창인 여름이 뒤늦은 신분증을 발급받는 날이죠. 이 여름은 과연 우리를 기억할까요? 나는 생각보다 오래 당신 곁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