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라는 제목의 수업이 내 눈에 들어왔다. 공공 도서관이 기획하고 강사가 운영하는 독립 서점에서 강의가 이뤄졌다. 문제는 저녁 7시부터 시작한다는 것. 기혼녀가 된 이후 그 시간의 도서관 수업은 처음이다. 수업은커녕 외출조차 하지 않는 시간대다. 저녁 수업은 새로운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었다. 매주 금요일 총 8회 차 과정이어서, 내가 낳아 놓은 미취학 아동 한 명을 여덟 번이나 외면해야 하는 데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분리불안’을 걱정했다. 엄마 없이 아이가 울지는 않고 잘 있을 수 있을까. 혹은 아이와 떨어진 채 내가 두 시간이나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였다. 결정적으로 남편이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 나 대신 아이를 씻기고 재워야 가능했다. 전업주부인 나의 양육 철학상 밤 9시 전에는 꼭 아이가 잠들어야 했으므로.
나의 용기와 남편의 발 빠른 귀가 덕분에 그렇게 ‘브런치 스토리’를 만나게 됐다. 첫 수업에 참석한 수강생들이 브런치를 화제로 올리고 있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대부분 초면일 텐데 수년간 이어온 동호회 수준의 밀도로 이야기를 해댔다. 나는 브런치가 뭔지도 모르는데 하나같이 브런치 작가가 되어 꾸준히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에세이 수업에 임했던 나의 열정은 의외로 폭발적이었다. 기자로서 성공하는 꿈은 꾼 적 있지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복습도 하고 숙제도 해치워 나갔다. 아이나 남편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고, 작문하는 나 자신에게 오롯이 빠져 들었다.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진 나르키소스 수준이었다. 나에게 이런 내가 있다니…… 여덟 번의 수업이 종료될 때까지 나는 어휘력, 문장력, 퇴고력 등등을 키우고 몇 달 후 브런치 작가가 되는 데 성공했다.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가 이루어진 순간이라고나 할까. 5개월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어안이 벙벙했지만, 인생의 다음 장이 시작되고 있었다.
브런치 작가로서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은 명사형이 아니다. ㅇㅎㅅ문학상 수상자라든가, 21세기 최고의 소설 50권 선정 같은 대단한 감투? 브런치 작가가 된 지 고작 2년이 지났지만 내 일상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가정주부로서, 아이의 엄마로서 거친 파도가 닥치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해 글을 쓸 에너지는 바닥이 난다. 매일 필사하거나, 글쓰기 수업에 참석하거나, 합평 모임에 나가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북토크에 가거나, 올해 최고의 책을 만나기 위한 열독 등은 언감생심이다. 다만 나는 태풍 없는 잔잔한 생활 속에서 쓰는 시간이 즐거운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기 마련.
큰 틀에서 보면 지금도 나는 삶이 주신 시큼한 레몬을 레모네이드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 과정을 담대하게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브런치에 에세이 연재를 올리면서 소재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했다. 나에게 벌어진 일들 가운데 아무리 작은 일도 깊이 파고들면 그 안에 계시가 있는 것이다. 작가로서는 별의별 내용이 다 쓸거리이고 가르침이라는 진리를 알게 됐다. 그냥 하루하루를 알차게 살아내면 된다 싶다. 이른바 살아내기. 지금부터 이 동사를 내 꿈으로 명명해 볼까. 살다 보면 화산 같은 분노, 어처구니가 없는 실수, 배꼽 잡는 웃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감탄, 두 눈을 퉁퉁 붓게 하는 눈물 등 많은 사건을 지나게 될 것이다. 이미 지나오기도 했고! 어떤 삼라만상이 내게 와도 하등 이상할 게 아니라는 자세로 살아내는 것, 그것이 나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