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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블비 프로젝트 Sep 19. 2022

MVP 1개월 차, 프리씨드 단계 VC미팅 후기

투자 미팅에서 투자를 받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다

“솔직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저희는 지금 투자받고 싶지는 않아요. 투자는 유저 1만 명 달성했을 때 그때 받을게요.”


저번 주 목요일에 ‘키쥴러’라는 아이템으로 해외 벤처캐피털(VC)과 씨드 라운드 투자 미팅을 진행했다. 팀이 결성된지는 약 삼 개월, 키쥴러가 만들어진지는 한 달. 벌써 한 아이템으로 VC를 만난다는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짧은 시간인 만큼 아직 팀에서는 투자는 조급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빠르게 굴러가는 범블비가 지금 맞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지를 외부에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봐줄 수 있는 멘토가 필요했다.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빠르게 MVP에 대한 결과를 만들고 미팅을 진행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미팅은 범블비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빠르지만 뾰족하진 못했다


키쥴러는 론칭한 지 약 한 달 정도 된 프로덕트이다. 아이 스케쥴 관리 앱으로 현재까지 가입자는 막 200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WAU(주간 이용자 수)는 4명으로 수치로 봤을 땐 마켓 핏을 찾았다!라고 확정 지을 수 없었다. 초반에 스케쥴러로 홍보했을 때 엄마들이 관심을 보이고 가입했지만, 폭발적인 모객은 아니었다. 그래서 스케쥴러를 바탕으로 엄마들을 확실하게 끌어들일 핵심 페인 포인트를 모색하고자 페르소나도 정자동에 사는 워킹맘들로 타겟을 좁히며 추가 기능들을 제공했다.

처음에는 가족 간 공유가 핵심 기능이었다. 앱의 접근성을 높여 카톡으로 전달한 링크만으로도 가족들과 함께 아이 스케줄을 편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공유받은 사람들을 각 일정에 등록하여 등 하원 등 아이를 전담마크해야 하는 일을 분담할 수 있도록 태깅 기능도 추가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스케쥴 공유하기 버튼을 클릭하여 가족들을 초대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으며, 오히려 엄마 본인이 매번 카톡으로 앱에 접속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아이의 일정을 가족과 함께 공유한다는 점은 엄마들이 불편함을 무릅쓰고 스케쥴을 등록하게 하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아이의 스케쥴과 성장 지표를 매일 브리핑해주면 충분히 스케쥴을 직접 입력하지 않을까? 그래서 있는 데이터를 끌어모아 매일 밤 10시에 아이의 다음날 일정을 브리핑해주었다. 특히 우리가 설정한 타겟인 워킹맘들은 ‘내가 지금 일을 하면서 육아를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FOMO(Fear of Missing Out)가 존재해 있기 때문에 아이의 일정 현황으로 잘 자라고 있음을 대시보드를 통해 확인시켜준다면 더 적극적으로 스케쥴을 관리해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브리핑 하단에 링크로 접속하면 아이의 스케쥴 데이터를 전체 데이터와 비교하는 대시보드와 육아 분담 순위를 볼 수 있도록 제작했다. 그러나 이것도 아직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계속해서 빠르게 새로운 가설을 시도하고 검증해보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특징이 없었다. 이는 VC와의 미팅에서도 표가 났다. 오고 가는 질문들은 평이했으며, 현재 프로덕트의 핵심 무엇인 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우리 또한 현재 프로덕트의 아이덴티티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제공해줄 수 없었다. 팀원으로써 우리가 타깃으로 하고 있는 시장을 완전히 알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VC도 분명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되는 하이브리드형 자동차


그러나 미팅을 통해서 본 기회는, 범블비는 분명 뾰족하게 깎을 수 있는 팀이라 점이었다. 팀원 모두가 VC 미팅에 참여했으며, 대표 혼자 이야기하지 않고 팀원 모두가 키쥴러에 한 마디씩 거들며 제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미팅 전 매일 늦게까지 일하며 함께 준비하기도 했고,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는 현 상황을 알았기에 씨드 투자를 바라보고 참여하기보다 조언을 얻자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우리의 투자 가치에 대해 얘기했을 때 당당하게, 아직 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범블비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입니다'. 개인적으로 VC 미팅에서 팀을 소개할 때 뭐라고 얘기할까 고민하며 생각한 워딩이었다. (하나도 긴장 안된다고 했지만 사실 머릿속으로 무슨 얘기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일단 달리는 엑셀과 계속해서 점검해보는 브레이크가 있고, 안에서 열심히 만드는 엔진과 밖에서 면대면 세일즈를 할 수 있는 두 개의 엔진이 있다. 그리고 워킹맘 시장을 보여줄 헤드라이트도 있다. 이제 좋은 내비게이션과 연료만 있으면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그렇기에 더욱 뾰족하게 깎아나간다면 다음 미팅에서는 큰 투자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고객의 입장에서 제품을 만들자

합계 출산율 0.81, 앞으로 4년 동안 출산율을 높이지 못하면 소멸위기인 나라. UN사무총장도 한국에 와서 대한민국은 답이 없다고 얘기할 정도로 심각한 출산율 문제에 봉착해있다. 처음에는 이 얘기가 남에 일인 듯했지만,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며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너무 힘든 일이라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다. 5시에 퇴근 조차도 눈치 보이고,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서 내가 열심히 올렸던 연봉을 깎아야 한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교육 정보를 찾지만, 핵심 정보는 입소문에만 의존하고 있기에 일을 하며 좋은 교육을 정보를 알아보는 데 한계가 있다. 맘 카페 직장 게시판을 보면 육아 후 복직에 대한 고민 글이 매일 수십 건씩 올라온다. 이런 상황에서 육아를 하라고 일시적으로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키쥴러가 단순히 마켓핏을 아는 것이 아니라, 육아의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이 조금씩이라도 육아에 참여하고 분담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 그래서 육아의 부담을 줄이는 것. 실제로 앱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고 있다. 육아 전문 콘텐츠에서도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브런치 글을 공유해주기도 했고, 어떤 워킹맘님은 Ppt 를 만들어서 개선사항을 전달해주기도 했다. 또한 홍보할 때마다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많은 워킹맘들로부터 비전에 공감을 얻고 있는 만큼 처음에는 단순히 마켓 핏을 찾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다면 이제는 모두가 조금 더 사명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타겟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는 고객의 사용성을 높이고 이들이 원하는 기능을 빠르게 추가해 나가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키쥴러가 고객이 필요할 것을 예상했다면 이제는 실제 고객들이 존재하니 이들의 반응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키쥴러가 지속 가능한 공동육아 플랫폼으로써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키쥴러는 분명 아직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서비스이다. 그래서 이번 미팅을 발판삼아 페인포인트를 해결하는 서비스와 사용성 좋은 앱으로 1만명의 유저를 확보하여 다음 미팅에서는 큰 투자를 받아 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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