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D 1-4

제1부 대한민국 죽음사용설명서

by 김진광

제2장 죽음의 매뉴얼


5. 중환자실의 풍경


상황 1 : 일반병동에서 중환자실로 옮김

(병동 복도, 모니터 알람이 잦아진다)

간호사: “선생님, 302호 산소포화도 88%입니다 산소 5리터까지 올렸는데도 반응 없습니다”

전공의: “혈압은요?”

간호사: “90에 55입니다,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전공의: “안 되겠네요, 승압제 바로 준비해 주세요, ICU(중환자실) 이관 넣고요”

간호사: “네, 보호자분께 설명드릴게요”

전공의: “상태 더 나빠질 수 있어요, ICU에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일반병동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진다는 것은 환자의 몸이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신호다. 숨이 가빠지거나,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이 흐려지거나 장기 기능이 급격히 저하될 때 의사들은 더 이상 일반병동에서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그때 환자는 조용하지만 급박하게 중환자실로 이동한다.


의사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ICU 적합성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현장에서 의사들은 다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고 한다.

1. 이 환자는 지금 죽을 위험이 있는가?

2. 일반병동에서 감당할 수 있는가?

3. 24시간 모니터링이 필요한가?

4. 인공호흡기·승압제·투석 등 고위험 치료가 필요한가?

5. 상태가 급변할 가능성이 높은가?

이 중 하나라도 “예”라면 의사는 환자를 ICU로 보낸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바로 중환자실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응급실은 흔히 트리아지(triage)의 공간이라고 한다. 이는 응급상황에서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응급실 의사는 환자를 보고 일반병동으로 보낼지, 중환자실로 올릴지, 혹은 즉시 수술실로 보내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가 기도·호흡·순환(ABC)이 불안정하거나, 심정지 후 ROSC(자발순환 회복) 상태이거나, 중증 패혈증∙패혈성 쇼크∙중증 외상∙심근경색∙치명적 부정맥 등 심장 응급 상황일 경우 중환자실로 전동(transfer)된다. 요약하면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나 승압제 같은 생명 유지 치료가 필요하거나, 집중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경우, 심폐소생술(CPR) 후 회복 즉시 중환자실로 이동한다고 볼 수 있다.


상황 2 : 중환자실 입실 직후

(ICU 입구, 침대가 밀려 들어오고 의료진이 빠르게 움직인다)

간호사: “산소포화도 92%, 혈압 95에 60, 모니터 바로 연결할게요”

전공의: “라인 확보됐나요?”

간호사: “네, 18 게이지 두 군데 잡았습니다”

전공의: “좋아요, 혈압 더 떨어지면 바로 약 올릴게요 호흡 패턴 계속 체크해 주세요”

중환자실 전문의: “이 환자, 오늘 밤이 고비입니다 1시간 간격으로 상태 바로바로 보고해 주세요”


상황 3 : 중환자실에서 말기·임종을 판단하는 순간

(중환자실, 조용한 모니터음만 들린다)

중환자실 전문의: “호흡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지금은 기계가 거의 전부 대신하고 있습니다”

간호사: “혈압도 약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어요 더 올릴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전문의: “몸이 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임종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간호사: “보호자분들, 곁에 계실 수 있도록 안내할까요?”

전문의: “네, 지금이 좋겠습니다”


상황 4 : 가족에게 설명하는 장면

(ICU 면회실, 의사가 조용히 앉아 설명한다)

전문의: “지금 환자분은 호흡을 거의 기계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가족: “상태가... 많이 위중한가요?”

전문의: “네, 혈압도 약으로 겨우 유지되는 상태입니다 몸이 더 이상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족: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전문의: “임종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가족분들이 곁에 계시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가족: “네, 알겠습니다”


상황 5 : 임종 후(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

일본 의사 야마자키 후미오(山崎章郎)의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묘사된다.


전문의: “저희는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가족: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았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그동안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솔한 일본 의사는 이렇게 고백한다.

“환자의 시신이 병원 뒷문을 통해 나갈 때마다, 나는 설명할 수 없는 허탈감에 사로잡힌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마음은 전혀 충족되지 않았다. 늘 무언가를 남겨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바쁜 일상 속에서 어느새 잊히고, 똑같은 일이 끝없이 되풀이된다. 나의 이런 감정은 결코 이길 수 없음을 알면서도 싸움을 걸어야만 하는 사람의 숙명과도 같이 느껴졌다.”


임종 환자가 체외이탈 상태에서 중환자실의 광경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중얼거릴지도 모른다.

"누가 후회 없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 했던가? 나는 단지 고통 없이 편안한 죽음을 원했을 뿐인데..."


중환자실의 환자는 보통 10개 안팎의 라인과 튜브를 연결하고 있다. 주요 장치를 위치와 기능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팔뚝(전완부)에는 말초정맥관(peripheral IV, PIV)을 삽입하여 수액, 항생제, 진통제 등의 약물 투여와 혈액 채취를 시행한다. 승압제 등 특수 약물 투여를 위해서는 목 부위의 내경정맥에 중심정맥관(central venous catheter, CVC)을 삽입한다.


호흡을 유지하거나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기관 내 삽관튜브(endotracheal tube, ETT)를 기관 내에 삽입한다. 기계 호흡이 장기간(보통 2주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 기관절개술을 시행하여 기관절개관을 통해 기계호흡기를 연결한다. 실시간 혈압 측정과 동맥혈가스검사(ABGA)를 위해 손목 부위에 동맥관(arterial line, A-line)을 설치한다.


영양공급을 위해 코를 통하여 위관(콧줄, NG tube)을 삽입하거나, 장기 영양 공급이 필요한 경우 복부에 위루관(PEG tube)을 설치한다. 소변 배출과 소변량 측정을 위해 요도에서 방광까지 요로 카테터(foley catheter)를 삽입한다. 폐 주변에 고이는 공기, 체액, 혈액을 배출하기 위해 갈비뼈 사이로 흉관(chest tube)을 삽입한다. 그밖에 심장 리듬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가슴 부위에 심전도 리드(ECG leads)를 부착하고, 산소포화도 측정을 위해 손가락 끝에 펄스옥시미터(pulse oximeter)를 장착한다.


* 중환자실에서 사용되는 의학 용어 20선

에이비지에이(ABGA, arterial blood gas analysis): 동맥혈 가스 분석(산소, 이산화탄소, 산∙염기)

에이엠아이(AMI, acute myocardial infarction): 급성 심근경색

에이피브(A-fib, atrial fibrillation): 심방세동, 혈전∙뇌졸중 위험

에이알디에스(ARDS, 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 급성 호흡곤란, 폐기능 손상

에이알에프(ARF, acute renal failure): 급성 신부전, 신장기능 급격 저하

비피(BP, blood pressure): 혈압

에이치알(HR, heart rate): 분당 심장 박동수

알알(RR, respiratory rate): 분당 호흡수

에스피오투(SpO₂, peripheral oxygen saturation): 산소포화도

씨피알(CPR,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심폐소생술

디엔알(DNR, do not resuscitate): 심폐소생술 거부

에크모(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체외막산소공급장치

아이씨유(ICU, intensive care unit): 중환자실

아이브이(IV, intravenous): 정맥주사

엔피오(NPO, nil per os): 금식

셉시스(sepsis): 패혈증

티피엔(TPN, total parenteral nutrition): 정맥영양공급

벤틸레이터(ventilator): 인공호흡기

브이에스(V/S, vital sign): 활력징후, 체온, 혈압, 맥박, 호흡 등 기본 생체지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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