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D 3-3

제3부 죽음 준비 차례 참고 문헌

by 김진광

제5장 마지막 리허설


1. 죽음 연습(1)


죽음사용설명서와 사후세계에 관하여 어느 정도 정리를 하고 보니 예상과는 달리 개운하지 않았다. 정리가 깔끔하게 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죽음이라는 것이 애초에 이런 식으로 정리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마찬가지로 죽음 연습도 거창할 것이 전혀 없다. 죽음 연습이 곧 마지막 생명 연습이라고 생각한다.


죽은 다음의 세계에 대해서는 의식의 사후 존속을 믿는다. 의식뿐 아니라 창조주와 영혼의 섭리를 믿는다. 이 문제는 누구에게 강요할 것은 아니다. 다만 의식의 사후 존속을 믿는다면, 죽음의 현장에 입회하는 가족과 의료진도 지금보다는 더 친절하고 진지해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나 자신도 남은 시간을 영혼의 문제를 탐색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생명 연습의 윤곽은 잡혔다. 소리 내어 읽기, 글쓰기, 운동하기의 세 가지로 정해졌다. 이것들은 뇌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업임이 확인되었다. 매일 규칙적으로 몇 개 언어를 정하여 소리 내어 읽고 외우며, 책이 팔리든 말든 일정한 주제를 정해 꾸준히 글을 써나갈 것이다. AI와 유튜브 같은 편리한 도구들이 개발된 덕분에 이러한 작업을 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본서를 집필하면서도 맞춤법 교정과 문장 다듬기, 팩트 체크 등에서 인공지능 Copilot의 도움을 받고 있다. 지난번 책을 쓸 때에 이 물건을 알았어야 했는데 아쉬운 마음이다.

이와 함께 시간이 되는 대로 장르 불문 좋은 음악을 듣고, 미술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국가가 고령자에게 주는 혜택 중에서 감사한 것은 지하철 무료 승차와 박물관∙미술관 무료입장이다. 또한 매일 한 시간 정도 가벼운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여행을 할 생각이다. 아마도 나의 생애 중, 앞으로 만나는 풍경들이야말로 가장 진실에 가까울 것으로 믿는다.


2. 죽음 연습(2)


투신자살한 사람의 남은 자리에는 염라대왕의 요청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신발과 소지품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고 한다. 반면, 자신을 고립시킨 채 한을 안고 죽어간 자의 방에는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이 있든 없든, 잠시 소풍 왔다가 떠나는 인생에서 지저분한 흔적은 남기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본다.


한국 의사들이 몸조심하느라 모르핀 사용에 인색한 현실을 알기에, 비상시를 대비해서 집 한켠에 양귀비를 재배하고자 하고 싶은 욕구가 있으나 불법임을 알기에 삼가기로 한다. 암 질환에 걸리면 통증을 조절하기 위한 나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텐데 현재로서는 없다. 치매로 대소변을 조절하지 못하고 의식을 상실하는 상황에 대비하여, 그런 상태까지 가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의료 현실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장기기증 서약서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병원에서의 죽음을 최악의 경우로 상정하고, 그전에 곡기를 서서히 줄여나가는 등의 비책을 준비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얼마 되지 않은 재산이지만 유언장을 작성하여 보관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유언장의 법적 효력을 위해 몇 가지 절차들이 보이는데 그것은 앞으로 시간을 가지고 생각할 것이다. 시급해할 만큼 재산이 없다.


사회관계를 단절한 지 오래되었으므로 나의 장례식은 제법 쓸쓸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독은 나의 에너지였기에 가능한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위에 누가 모여드는 것도 부담스럽다. 언제 죽었는지 모르게 사라져야 한다.

3. 에필로그


히스토리 D(death)를 마치며 필자는 쉬운 길을 멀리 돌아왔다는 느낌을 갖는 한편, 죽음을 준비하는 데 특별한 묘수는 없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말기 암에는 통증이 따르고 중증 치매는 존엄성의 파괴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단순히 건강관리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은 모털리티(mortality)를 운명으로 한다. 아무리 건강을 챙겨도 유전자 조합과 살아온 동안 경험한 사건∙사고의 인간조건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따라서 고령의 예비환자가 건강관리와 병원치료만이 전부인 듯 여생을 살아가는 것은 생과 사의 중요한 한 부분을 간과하는 것이다.


병원에서의 죽음이 대세이므로 중환자실, 요양병원, 요양원, 호스피스 기관에 대해서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제도와 시스템은 너무 느리게 움직인다. 개인이 그 흐름을 마음대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너무 기대를 걸지는 말자.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의사의 연명의료 중단결정이나 모르핀 사용도 매뉴얼의 질서에 따라 진행될 것이다. 그래서 자택에서의 죽음이나 제3의 길도 상황에 따라 써먹을 카드로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에 대비하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생의 마지막에 아무런 준비 없이 경황 중에 헤매는 모습은 피하고 싶다.


클리셰로 들릴지 모르지만, 남은 시간동안 하루빨리 물질에 대한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고 사유와 성찰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이는 막연한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각자에 맞는 언어활동, 창작활동, 건강관리로 몸과 의식의 균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처지에 맞게 산책과 여행을 하면서 전에 보았던 것들을 다시 보고 확인하고 재해석하는 즐거움을 누려야 할 일이다. 인생의 마지막 연습이 내 몸 건강관리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끝)


* 히스토리 D (차 례)


제1부 대한민국 죽음사용설명서


제1장 죽음학 개론

죽음을 이야기하기(8)

죽음을 정면에서 바라보기(10)

흔하게 마주하는 죽음의 모습들(13)

육체와 죽음(15)

죽음의 의료화(17)


제2장 죽음의 매뉴얼

사망진단서와 시체검안서(22)

폐 심장 뇌(28)

뇌사(33)

시신기증과 장기기증(35)

중환자실의 풍경(40)

통증관리(48)

심층연구 : 혈류역학(54)

산정특례제도(57)


제3장 죽음에 관한 판례들

보라매병원 사건(60)

김할머니 사건(62)

간병 살인(66)


제4장 병원 요양병원 요양원 호스피스전문기관

병원(73)

요양병원(75)

요양원(77)

호스피스 전문기관(81)


제5장 연명의료결정법 연구

입법 배경(84)

연명의료결정법의 기본원칙(86)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말기환자(87)

연명의료와 연명의료결정(88)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91)

호스피스 서비스(95)

대만의 연명의료결정제도(99)

대만의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시사점(101)

일본의 개호보험과 한국의 장기요양보험(105)


제6장 생존과 죽음 사이

심폐사(109)

뇌사 식물인간상태 코마(114)

사례연구 : DOA(병원 도착 시 사망)(117)

인공호흡기와 인공영양공급(121)

유품정리사(126)


제7장 제3의 길

고래 낙하(131)

단식존엄사(135)

고독사(145)

독거사(148)

존엄사와 안락사(145)

집에서 혼자 죽기(재택사)(154)

실종 신고(161)

죽음사용설명서 요약(164)

에세이 : 고독의 축복(167)


제2부 사후생


제1장 죽음에서 영혼으로(179)


제2장 사후세계의 공식화 움직임(184)


제3장 임사체험

임사체험의 패턴(186)

체외이탈(189)

파노라마 체험(190)

먼저 간 사람들과 만남(193)

변화된 삶(196)

맺는말(200)


제4장 뇌와 정신(203)


제5장 죽음과 영혼

죽음 이후의 삶(209)

선물(212)

영혼의 빛은 어디에 있는가(214)

영양공급관 제거에 걸린 시간 15년(216)

장자처사(莊子妻死)(218)


제6장 과학과 영성

요한복음 9장 3절(221)

이븐 알렉산더(222)

임사체험에 대한 과학적 가설 검증(225)

의식의 사후 존속 선언(227)

내가 아는 한 가지(232)

의사 박중철(233)


제3부 죽음 준비


제1장 죽음 준비를 위한 프롤로그(236)


제2장 내 몸 건강진단서(241)


제3장 기억 언어 문자(253)


제4장 죽기 전에 버려야 할 것들

나르시즘(1)(256)

나르시즘(2)(260)

데이터베이스 청소(263)


제5장 마지막 리허설

죽음 연습(1)(265)

죽음 연습(2)(266)

에필로그(267)



* 히스토리 D (참고 문헌)


1. 김새별∙전애원, 남겨진 것들의 기록, 청림출판

2. 김새별∙전애원,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청림출판

3. 디팩 초프라, 정경란 옮김, 죽음 이후의 삶, 행복우물

4. 박중철,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홍익출판

5. 베르나르 베르베르, 전미연 옮김, 죽음1, 열린책들

6. 베르나르 베르베르, 전미연 옮김, 죽음2, 열린책들

7. 브루스 그레이슨, 이선주 옮김, 애프터 라이프, 현대지성

8. 셀리 케이건, 박세연 옮김, 죽음이란 무엇인가, 웅진지식하우스

9. 앤서니 스토, 이순영 옮김, 고독의 위로, 책읽는수요일

10.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최준식 옮김, 사후생, 여해와함께

11. 유성호,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21세기북스

12. 우에노 치즈코, 이주희 옮김,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동양북스

13. 이븐 알렉산더, 고미라 옮김, 나는 천국을 보았다, 김영사

14. 이호,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웅진지식하우스

15. 정현채,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비아북

16. 최준식,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죽음학 강의, 김영사

17. 크레이그 맬킨, 이은진 옮김, 나르시즘 다시 생각하기, 푸른숲

18. 한스 할터, 한윤진 옮김,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 포레스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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