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로 언어를 배우다(바이블 언어와 영어회화 100일 여행)
1) 인간의 ‘의식’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죽으면 끝’이라는 관점에서부터 ‘죽음 후에도 의식은 존속한다’ 또는‘ 카르마 법칙에 따라 윤회와 환생을 반복한다’는 관점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양자역학 사고가 발전하면서 의식을 뇌에만 국한하지 않고, 신체 전체와 세포 단위의 통합적 작용으로 보는 견해도 유력하게 제기된다.
한편, 기억이 없는 언어화나, 내면의 음성이 없는 문자화는 뇌의 인지기능을 단순화하고 상투적으로 만든다. 결국 퇴행을 초래하여 뇌를 무력화한다. 이는 치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의 언어활동이나 문자활동이 사유와 통찰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고장 난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하거나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상투화된다면, 뇌도 여기에 쉽게 적응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마치 전두엽에 갑작스러운 고장이 생긴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기억과 언어를 문자화하는 과정은 기억을 불러와 언어로 변환하고, 이를 다시 문자로 기호화하여 외부에 기록하는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복합적 인지활동을 단계별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크다. 개인의 기억을 호출하여 사유와 통찰의 필터링을 거쳐 의미를 산출하고, 이를 언어로 변환하고 문자화하는 활동은 우리의 의식 세계를 심화 발전시킨다.
이러한 논거는 언어활동과 글쓰기 또는 예술적 창작 활동의 결과물이 우리의 삶에 영감을 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육체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뒷받침한다.
2) 언어와 문자의 복합적 인지활동은 다음과 같이 5단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1) 지각(perception)과 기억의 활성화(recall)
뇌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해마(海馬, hippocampus)는 경험과 정보를 저장한다. 기억은 편도체의 감정 기능과 연계되어 장기 기억으로 저장된다. 시청각이나 감각을 통해 특정한 자극이 지각되면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이 연결되면서 기억의 창고에서 기억이 호출되고 활성화된다.
(2) 언어화(language)
불러온 기억은 언어화 과정을 거쳐 타인과 공유되고,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형태로 변환된다. 여기에는 주로 좌뇌의 역할이 중요한데, 언어를 생성하고 표현하는 기능은 전두엽의 브로카 영역(Broca’s area)이 담당하며, 언어를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기능은 측두엽의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이 담당한다.
(3) 내적 음성(inner speech)
언어화된 내용은 전두엽에서 점검되고 정교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사고(思考)를 언어로 조직화하는 과정이며, 곧 ‘내적 말하기’에 해당한다.
(4) 문자화(writing)
내적 음성은 문자로 기호화된다. 좌뇌의 두정엽은 말소리를 문자로 연결하며, 글자를 선택하여 종이에 쓰거나 키보드에 입력하는 과정을 담당한다.
(5) 외부 기록(communication)
문자화된 결과는 종이나 디지털 매체, 예술적 산물로 남는다. 이러한 외부 기록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사회적 공유와 문화적 축적을 가능하게 한다.
히브리어 알파벳은 옛날 조상들이 어린 나이에 아무 뜻도 모르면서 서당 훈장님에게 혼이 나면서 천자문을 외우듯이 다음 22자를 외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는 게 필자의 지론이다. 이에 관한 근거들은 저서 히스토리 A의 ‘포토이미지’와 히스토리 D에서 주장한 바와 같다. 아기들이 부모에게서 말을 배울 때 글자와 뜻을 다 알고서 웅얼거리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볼 때, 뇌의 작용은 글자보다 말이 우선한다.
진화의 정통성을 따져보더라도 말은 5만 년 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함에 반하여 글자는 5천 년 남짓에 불과하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외우는 것이 인류의 언어활동에 부합하다. 4만 5천 년이 흐른 후에 글자는 인류의 정착생활과 상거래의 수단으로, 또한 광범위한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그리고 지배계급의 통치수단으로 작용하였을 뿐이다. 그러므로 말의 소리와 포토이미지가 우선이고 글자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다만, 외국 말를 익히는 외국인은 자국의 글자를 제3의 다리로 활용하여 외국말을 익혀야 하므로 그만큼 말을 익히기 복잡해지고 제약조건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글자에 집착하면 할수록 외국어는 멀어진다. 문법이나 구문법에 연연할수록 필기시험은 잘 볼 수 있을지언정 언어와는 멀어진다.
그래서 언어의 첩경은 해당 언어의 어떤 의미를 가리키는 글자의 발음을 아무 생각 없이 읇조리고 기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글자는 뒷전이고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다. 문법은 물론이고 글자에 숨겨진 깊은 뜻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발음을 기억하는 게 우선이다. 히브리어 알파벳을 우리의 오랜 정서에 맞게 7언절구를 읇조리듯 리드미컬하게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기억의 창고에 저장이 될 것이다. 저장이 안 되어도 괜찮다. 발음의 소리를 뜻과 연결해 봄으로써 수천 년 전의 향수를 느껴보거나 짐작해 보는 것만으로 족하다.
전문가 수준의 실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므로 한참 후에 만들어진 모음까지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음 기능을 가진 자음 또는 자음의 결합들은 그때그때 익히면 될 일이다. 히브리어 문자는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읽는다. 히브리어 알파벳 22자를 쉽게 외우기 위해서 일곱 단어씩 끊어서 읽는다. 일곱 단어씩 끊어서 읽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시들이 대부분 앞부분 네 음절과 뒷부분 세 음절로 이루어진 리듬으로 구성된 7 언시이기 때문이다. 이 리듬은 비단 한국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당나라의 이백, 두보와 연결되어 있으며, 그리스 피타고라스 시대에 7은 균형과 안정이었다. 현대 뇌과학에서도 7은 단기기억의 경계이며 뇌가 세상을 인식하는 감각은 7차원이라는 유력한 견해가 있다.
* 자음이 단어의 끝에 올 때 변하는 형태(final form)인 5 개 자음(’카멤누페차’)은 고대 필사본에서 글자의 끝을 시각적으로 구분하기 위한 것으로 모양만 달라지고 음가는 동일하다.
카프(Kaf) כ => ך 메레크(Melekh, 왕) מל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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