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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야 Dec 05. 2022

지극히 현실적인 청춘물

점연아 온난니 후기


사실 나는 청춘 로맨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같은 로맨스라 하여도, 좀더 애절하고, 고달프고, '너 없으면 안 돼..' 이런; 한마디로, 선협물 처돌이이다. 남자 주인공에 피땀눈물에 중독된 거 같기도 하고, 하여튼.


더군다나 주연을 맡은 진비우 그리고 장정의는 거의 초면이나 다름 없었다. 저번 달인가 완주한 장야 또한 시즌 2를 보기 위한 준비 단계에 불과했던터라,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렇게 나와 인연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이 작품을, 영자막까지 감수하고 시청한 이유는 다름아닌...



다른 여타 중국 드라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 비주얼이었다.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중국  사회는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다. 지금까지 꽤 많은 드라마와 예능을 시청해오면서, 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머리색이 아닌 모습은 마주치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진비우 특유의 반항적인 분위기까지 더해져,


'어멋! 이건 꼭 봐야되,'


모드가 발동하고야 만 것이었다.


천재 프로그래머 리쉰과
당찬 모범생 주윈의
성장, 사랑 그리고 복수를 그린 작품


줄거리를 읽었을 때는, 사실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이과천재 남주와 그런 남주를 동경하는 여주. 골백번은 더 본 듯한 설정이었다. 이 작품에 특별성을 부여한건, 남주인 진비우의 연기와 세심한 연출이었다.


시청자들은 종종 이과천재의 무뚝뚝하고 잘생긴 남주가 눈치없는 여주에게 일방적으로 다정한, 그런 류에 이야기에 설레임을 느낀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남자주인공은 정말이지,


쓰.레.기 그 자체이다.


독단적이다. 여주를 위한답시고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한다. 수없이 상처받게도, 부모님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가 리쉰과 이 드라마에게 사랑에 빠진 이유는,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는 듯한 사소한 애정 표현과 연출이,  진짜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커플을 관전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도리어, 오글거리는 대사와  아름다운 키스신으로 점칠한 여느 청춘 드라마보다 더 설레는 기분을 주었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일 만큼
지치는 것도 없더라


또한, 다른 여타 현대극과는 달리, 결말으로 향하는 과정이 상당히 힘겨운 편인데, 현실성을 더해준 또다른 요소 중 하나였다.


마치 사이다에 중독되어 있는 현대 사회를 꼬집는 듯 했다.


종종 극 중 캐릭터에 과몰입을 하는 나 또한, 주인공이 조금이라도 고전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 오고는 한다. 악인의 몰락 없이는 결말에 만족하지 못한다. 단지 '새드' 엔딩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충분한 '복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내팽겨친 작품들도 꽤 있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애초에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을 뿐더러, 아무런 힘이 없는 개인이, 설령 역사적인 천재라 할지라도, 권력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 자수성가조차 불가능에 가까운 사회 아니던가.


< 점연아 온난니 >는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메세지를 전달한다.


꼭 적을 몰락시키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구조에 있으며, 대부분의 비극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 작용으로 인해 만들어진다. 애초부터 적이란 특정할 수 없을 뿐더러, 굳이 말하자면 사회, 또는 세상 그 자체이다.


오로지 복수만에 집착하던 리쉰은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미래'를 꿈꾸기 시작한다.


악인은 자멸했고,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어떻게보면 씁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안을 주기도 한다.


꼭 싸우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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