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야
지금은 스페인 가는 비행기 안,
한국시간으로 오후 4시 40분이다.
비행기 탄지 5시간 밖에 안되었다.
아직 9시간을 더 가야한다니.
난 비행기 운이 좋은 사람이다,
오늘 비행기가 거의 만석이고, 대부분의 자리가 3명씩 가득 채워져 있는데
신기하게도 내 옆 2자리는 비어있다. 덕분에 마음 편히 화장실을 들락거릴 수 있다.
지금 비행기 안은 깜깜하다.
창문을 살짝 열어 밖을 보려고 하면 눈을 뜰 수 없을만큼.
비행기 안에서 이것저것 하려던 계획이 민망할만큼 비행기에 타자마자 내리 5시간을 자기만 했다.
아무래도 나 비행기 멀미가 있는 것 같아.
태국 갈 때는 괜찮았는데, 오늘은 내내 머리가 지끈거리고 가슴이 답답하다.
얼른 내리고 싶지만, 아직 9시간이나 남았으니 남은 9시간동안 뭘 하며 보낼지 궁리해야한다.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려했지만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으니 더 답답해지는 것 같아서 영화는 못보겠다.
그래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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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글쓰는걸 좋아한다. 하늘 한 가운데에서 갖는 나 혼자만의 시간.
어제 낮까지만 해도 설렘만이 가득했는데, 밤이 되니 조금씩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진짜 가는구나” 실감도 나고,,,
가서 잘 살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의 긴장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미지의 장소에 대한 설렘과 긴장이랄까
난 여행 갈 때에도 미리 알아보지 않고 일단 가서 몸으로 부딪히는 스타일이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즐거움은 ‘직접 온몸으로 알아가는 즐거움’이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사진을 미리 보고, 관광명소도 알아보고, 사람들의 여행후기를 읽고 가면
뭐랄까, 관광지를 탐험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에.
그래서 일부러 스페인 여행에 관한 글, 스페인 워홀 후기 글을 읽지 않았다.
하나씩 내가 직접 오감으로 느껴보겠어.
누군가 밑그림을 그려둔 위에 색칠을 칠하는게 아닌
새햐안 도화지 위에 순간적 끌림으로 내 그림을 채워가고 싶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나의 감정들을 다 느껴보고 싶다.
그래서 떨렸다보다.
미지의 것에 대한 긴장감은 아무리 겁대가리 없는 나여도 어쩔 수 없나보다.
묘한 확신이 든다,
이번 스페인행은 나에게 큰 행운이 따를 것 같다는 확신.
모든 과정이 그랬으니까. 비자 발급도, 비행기도, 그러니까 가서 내 마음에 쏙 드는 집도 구할 수 있을거고 아주 좋은 룸메이트들도 만날 수 있을거야. 모든 것이 내가 상상하고 꿈꿔온대로 그려질거야.
9시간 동안 할 것도 없는데 마음껏 상상해야지.
내가 살고 싶은 집은, 깔끔하지만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났으면 좋겠어.
내 방에는 큰 창문이 있어서 햇살이 많이 들어오길 바래. 에쁜 커튼까지 달려있으면 더 좋겠다.
매일 일기쓰고, 글쓰는 시간들이 행복할만큼 아기자기한 책상도 있으면 좋겠다.
아이보리에 우드 색의 인테리어이면 좋겠다.
난 요리하는걸 좋아하니까 넓고 깔끔하고 요리하고 싶게 생긴 주방이길 바래.
화장실이 또 아주 중요한데, 화장실은 깨끗하면 돼.
제일 중요한 건 같이 살게될 친구들인데, 내 또래의 여자들이면 좋겠고 같이 집밥도 해먹고 싶다. 내가 해주는 한식을 좋아해주면 좋겠군.
거실에도 햇빛이 잘 들어와서 아침에 햇살을 받으면서 거실 창가 앞에 앉아서 차 한잔 하면 좋겠다.
특별히 내가 에쁜 찻잔까지 챙겨왔는데 말이야.
따뜻하고 조용한 거리에 위치한 곳이면 좋겠다.
그런 집이라면 6개월 정도 계약할거야.
아마 이런 집 구하게 될거 같아. 생각보다 엄청 빨리!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