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이탈리아 남부투어 2)
남부투어는 일정에 맞추어 물 흐르듯이 흘러갔다. 전형적인 패키지 관광객처럼 어느 작은 휴게소에 내린 우리는 이탈리아식 크루와상인 '꼬르네또'와 카푸치노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폼페이에 도착했다. 오기 전 우연히 TV에서 해주는 폼페이 다큐멘터리를 봤다던 엄마는 설명해주는 가이드님만큼이나 해박한 사전 지식을 뽐냈다. 혹여나 엄마가 지루해할까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후 점심은 패키지 투어에 포함 되어있는 단체 식당에서 해결했다. 오는 길 내내 버스 안에서 점심 식사에 대한 기대를 낮춰준 가이드님 덕분일까. 식당의 파스타와 피자는 인상 깊지 않아도 생각보다는 먹을만 했다. 식사보다는 화장실에 길게 늘어선 줄이 인상 깊었던 패키지 식당을 빠져나와 드디어 버스는 아말피 해안도로에 접어들었다.
소렌토에서 아말피에 이르는 이 해안도로는 영국 BBC에서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할 곳’으로 유명하다. 다만 지중해 바다에 부서지는 윤슬이 눈부신 이 도로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상당히 수준의 운전 실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말피 해안도로는 매우 좁고 높은 절벽에 위치해 있는데다가 무려 왕복 2차선이기 때문이다. 렌트를 했으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도로’가 아닌 ‘죽기 전에 가본 도로’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 다행히 우리는 패키지 투어를 선택했으므로 거의 매일 이 도로를 운전하는 배태랑 버스 기사님과 함께 아말피 해안도로를 달렸다. 거기에 버스에 탑승하기 전 어디선가 본 남부투어 꿀 팁으로 버스의 오른쪽에 앉은 엄마와 나는 끊임없이 펼쳐지는 해안도로를 만끽할 수 있었다.
한참을 달려 버스는 소렌토 전망대에 멈췄다. 소렌토 전망대는 소렌토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사진 스팟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 뿐이 아니다. 이곳엔 또 하나의 명물 ‘페페 삼촌의 트럭’이 있다. 'da zio Peppe'. 지오는 이탈리아어로 '삼촌'이라는 뜻이란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예전에도 이 트럭을 본 것도 같았다. 분명 대단한 맛 집은 아니지만 세월이 느껴지는 단촐한 메뉴들에서는 정감이 느껴졌다. 인증샷을 찍으려 잠시 내린 관광객들을 위해 가이드님은 페페 삼촌의 작은 트럭에서 레몬셔벗을 사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뜨거운 지중해 태양이 작렬하는 전망대에서 먹는 레몬 셔벗의 맛이란. 그 새콤한 맛에 잠깐이나마 더위가 가시는 듯 했다.
더위가 가시니 쓸데없는 생각들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페페 삼촌이 얼마나 오래 소렌토 전망대에서 장사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도로 위에 자리를 잡았으니 이 트럭 역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 된 걸까? 그렇다면 이 레몬 셔벗은 자동으로 죽기 전에 꼭 먹어야 봐야 할 레몬 셔벗이 된 거나 다름없는 게 아닐까?
"자 여러분 사진 다 찍으셨죠? 이제 미니버스가 도착했어요!"
가이드님의 말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우리를 태우러 온 미니버스가 도착한 모양이었다. 포지타노의 좁은 골목길은 우리가 타고 온 대형 버스가 들어갈 수 없으므로 사람을 반으로 나누어 미니버스로 환승해야 했다. 그렇게 미니버스를 타고, 우리는 남부투어의 마지막 목적지인 포지타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