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여름 - 붓다. 쏟아내다.

4. 북토크, 큐레이션의 무게

by 소희


제주에 자리한 동네 책방이 무척 많다. 지난 이야기지만 개업 후 다섯 곳이 새로 들어섰다.

책방을 방문하면 ‘저도 책방이 하고 싶거든요’라는 말이었는데 그 꿈을 이루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책방이라서가 아니라 판매를 위한 생업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경쟁을 은연중에 하게 마련이다. 그것보다 위축되는 마음 때문에 조바심으로 포장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깊이 있는 독서가도 아니고, 문학적 소양이 깊은 사람도 아니며, 글을 쓰는 작가도 아닌, 그저 평범한 주부인 내가 책방을 열 생각을 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주변 책방에서 열리는 북토크 소식을 보면서 작가님을 잘 아는 사이인가? 또는 북토크는 어떻게 열 수 있는 것인지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다. 먼저 책방에 문의를 해보는 간단한 메시지를 보냈다. 친절하게도 지원사업을 통해서 할 수 있거나 제주도에 계시는 작가님을 섭외하거나, 먼저 연락이 온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이미 그 책방지기는 무언가 연결될 수 있는 역량이 갖추어진 상태였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건 바로 찔러보기였다.




무작정 인스타 쪽지를 보냈다. 그리고 지인을 통해서 아는 작가님께 부탁을 해보기도 하고, 게시글에 들어가 애정을 담아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적극적인 구애로 북토크로 이어졌다. 첫 번째 열린 북토크는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김석영 시인님의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 시집으로 열렸다. 제주에서 처음 열린 북토크여서 시인님도 떨리고 우리도 떨리며 만났다. 시의 문장을 낱말로 조각내어 나누어진 구성원에 조각난 낱말 중 세 개를 골라 문장을 만드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놀라운 문장들이 쏟아져서 시인님도 더불어 의미 있는 시간으로 남았다는 후담을 전해주셨다.




제주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책방이 제주에 있다. 동서남북으로 한곳씩은 있는 누구나 다 알만한 - 책 읽는 사람들- 책방이고 여행으로 손꼽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공통점은 누구보다도 책에 진심이 전해지는 것이다. 서점원으로 일했던 경력이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책방을 한다는 것은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잘 팔리는 책, 인기몰이로 사라지는 책이 아니라 시대적인 배경, 이슈, 사회적 문제 등 주제를 각인 시키고 독자의 손으로 고르게 만드는 능력은 바로 큐레이션의 힘이라 생각한다. 요즘은 챗GPT로 글도 쓰는 시대이지만 사람의 진심이 담긴 문장의 깊이는 다르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책을 찾는 이의 마음이 끌리도록 책장을 구성하는 힘은 책방지기의 무거운 의무감이기도 하다. 솔직히 큐레이션이 자신이 없다. 책을 읽고 글을 소개하는 메모를 쓰는 것은 힘들다는 생각을 자꾸 하다 보니 선뜻 큐레이션을 해본다는 것이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것은 이 책방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 버리는 것 같아, 책장을 훑어보고 부족한 책방지기가 들키는 것 같아서 책을 읽지 않은 책에 관해 쓸 수가 없다. 그리고 누군가 써놓은 느낌으로 직접 책을 간택하는 독자의 마음에 선입견을 품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컸다.

독립 책방은 곧 책방지기 취향의 문제다. 취향이 좁아지면 그만큼의 위험성도 커진다. 그러다 보면 군더더기가 붙게되고 일이 많아지게 된다. 누구나 아는 취향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책장을 따라 걸으며 마음이 해결되는 곳으로 도달이 되도록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큐레이션이 독립 책방을 이끄는 브랜드이고 힘인 것이다. 책방의 책방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힘을 길러 ‘이곳이 아니어도 돼’라는 순간이 없어지도록 책방의 브랜딩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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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는 책을 과연 다 읽을 수 있는 것인가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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