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귤밭 Jazz
남편의 꿈은 이 공간이 음악이 넘치는 곳이었으면 했다. 이름 없는 뮤지션이 맘껏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 주변에 밭만 있으니 소음 걱정 없고 고요한 시간 속에 온전히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이 되기를 바랐다. 서울 낙원상가를 누비며 골라 온 엠프 스피커와 마이크 장비를 직접 설치하며 어깨가 들썩였다. 누군가 용기를 내주길 바라면서 공연만 하면 무료로 장소를 쓰게 할 마음이었다.
어느 날 우쿨렐레 선생님이 수업 중에 공연 장소가 필요한데 예산이 여유롭지 못해서 공간 찾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귀가 솔깃했다. 혹시 지금 아무것도 꾸며지지 않은 마당에 데크만 있고 조명도 없는 공간에 책상과 의자도 없는 공간에 공연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번 보고 결정해 보시도록 권했다. 수업 끝나고 바로 둘러본 후 야외 조명등을 하나만 달고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공연이 성사되었다.
나름 공연장이 불편하지 않도록 화장실과 주변 정비를 했다. 저녁 시간이니만큼 어둡지 않게 하려고 전기공사를 신경 써서 마무리하고 앉을 곳을 준비하기 위해 귤 콘테나를 닦고 바람에 말린 후 바닥에 배열을 해두고 방석이 될 만한 것을 얹었다. 11월 겨울밤이라 공기가 차다. 지붕을 천막 공사를 해둔 덕에 밤이슬은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무릎 담요와 따뜻한 차를 준비해 두고 우쿨렐레 동아리 멤버들이 간식을 준비해 주어 오시는 분들이 드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 테이블보와 들꽃을 꽂아 제법 그럴듯하게 준비가 되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재즈밴드 [시크릿코드], 당시 2019년 당시 세 번째 앨범을 발매하며 제주 민요를 담은 곡을 연주했다. 영주십경가, 오돌또기, 이어도사나 등 각 파트가 주고받는 리듬이 멋지게 어우러졌다. 시골 마을 그것도 중산간 마을에서 처음 열리는 재즈 음악회 소식을 듣고 모여드는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처음으로 꽉 채운 풍경에 마음이 뭉클했다. 묵직한 베이스, 리듬감 완벽한 드럼, 현란한 손놀림 키보드, 스테레오를 가득 채운 기타, 울림이 깊은 보이스의 보컬이 함께 어우러져 귤밭 구석구석 스며들어 귤잎 위에서 반짝였다. 꿈같은 밤이다. 밤하늘의 별들보다 반짝이는 귤밭 Jazz 선율은 이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에 달빛을 담아 건네주었다.
책방은 책과 음악이 언제라도 공유하는 공간이기를 원한다.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분 짓지 않고 너와 내가 함께 하는 시간을 나누는 곳,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차곡차곡 쌓아가는 책방의 시간을 항해하기 위해 돛을 올렸을 뿐이니까 어떤 풍파가 올지 모르지만 나아가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