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지원사업은 하늘과 같아서프리마켓을 합니다.
계절은 봄부터 시작이지만 달력은 겨울부터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한다. 기관에서는 12월에 새 연도의 계획을 짜고 예산을 편성해 두고 새해를 맞이한다. 그러다 보니 지원사업은 2월에서 3월에 결정이 된다. 문화 지원센터 동아리 활동, 작가 강연료 지원, 문화예술 활동, 평생교육 장학 진흥원 등에서 올해의 목표와 방향성에 맞는 지원사업 계획을 발표한다. 지원이 가능한 공간이나 단체에서는 그에 맞는 계획서를 작성해서 지원사업마다 접수하게 된다. 사뭇 입시생이 원서 쓰는 마음과 같다고 하면 억지일지도 모르겠지만 지원은 2곳인데 지원하는 곳은 40곳이 넘는다면 경쟁률은 입시 못지않다. 제주는 더군다나 책방이 전국에서 가장 많고 지원사업은 한계점이 많다.
처음 지원사업을 하게 된 이유는 책방 홍보를 위해서였다. 새내기 책방을 알고 찾아오게 만드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니니까. SNS 정보에 허우적대는 소상공인은 하루가 숨이 턱턱 막힐 만큼 SNS가 힘들다. 지원사업을 통해서 책방에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고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주변의 공방 대표님이나 예술 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섭외하고 수업 계획안을 만들어 신청해 보기도 하고, 도내 도서관에서 책 축제 행사를 진행하면 부스 참여를 통해 책방 이름이 노출되도록 애를 썼다. 매달 수업이 열리고 요일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책방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돌아갔다.
코로나19 시기 통제되는 생활이 지속되면서 답답함에 몸부림치는 감정이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책방 앞마당의 공간을 활용한 프리마켓이 시작된 계기가 코로나19였다. 지역 상권도 살리고 방문객에게는 야외 활동을 즐길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책방은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게 될 것이로 생각해서였다. 매월 같은 주의 요일에 고정적으로 약속을 어기지 않고 열리는 프리마켓, 자녀 손을 잡고 찾아주는 손님들 덕분에 동물들도 덩달아 신났던지 금이의 꼬리는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제주도는 온통 프리마켓으로 가득 찼다. 뜨거운 여름 햇살은 강렬하고 눈부시다. 장마 기간이 지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출발선에선 바람에 전해지는 공기부터 무겁다. 여름은 잠깐이다. 뜨거움은 밤이 되면 식기 마련이다. 열기가 식기 전에 웃음이 숨어든 틈새를 막아두고 활기가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