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선생님

by 은색연필

햇살이 유난히 좋은 날이었다. 6살 조카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산책하던 길에, 검은 열매를 매단 나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조카의 조그만 입이 달싹거리기 시작했다.


"이모~ 이거 '까마중 강태'예요. 근데 엄마가 버찌라고 했어요."


나와 남편은 서로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 '까마중 강태'라니! 처음 듣는 생소한 이름이 너무 어색해서, 아이가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하는 줄 알았다. 까만 열매라면 당연히 버찌겠지, 속으로만 생각했다.


조카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또 안 믿는다는 걸 눈치챈 표정이다.


"그래? 그럼 이모가 뭔지 확인해 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스마트 렌즈'를 꺼냈다. 정확한 이름을 알려주려고 준비하며 검색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에 여유가 묻어났다.

[까마중, 강태]
9~10월 경에 검은색 열매가 달리며, 독성이 있지만 약용으로 쓰인다.


화면을 보는 순간 눈이 커졌다. 설명을 준비하던 마음이 와장창 소리를 내며 깨졌다.


"어??? 진짜 그런 신기한 이름이네? 어떻게 알았어?"

"어린이집에서 배웠어요."


조카의 얼굴에는 의기양양함이 번진다. 그 초롱초롱한 눈빛 앞에서 내 입꼬리도 따라 올라갔지만, 속에선 묘한 울렁임이 일었다. 글자도 다 모르는 6살 아이가 내 확신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 것이다.


주머니 속에 넣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방금 생긴 일의 정체가 뭐지? 아이의 말을 확인하려 한 게 아니라, 아이가 틀렸음을 가르치려 했던 게 아닌가.


신이 난 조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옆에 있는 풀이며 버섯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생소한 이름이 또 나온다. 나는 더 이상 맞는지 틀리는지 찾아보려 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의 어떤 세계는 내 세계보다 더 넓을 수 있다는 자각에 멈춰있었다.


그날 이후, 조카가 아무리 이상한 이야기를 해도 의심부터 하지 않는다. "이모는 처음 듣는데, 알려 줄래?" 하면 아이는 눈빛부터 반짝인다. 대화는 한결 길어진다.


조카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또렷하게 남았다.

"까마중, 강태예요!"


매거진의 이전글Right Now에서 Write Now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