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선생님도 모르겠네. 우리 같이 찾아볼까?"
긴 휴식 끝에 작은 공부방을 열었다. 초등학생은 처음이었다. 선생님도 모르겠다고 자연스럽게 인정하고는, 속으로 놀랐다. 나는 아이와 나란히 앉아 답을 찾았다.
아이는 선생님의 모른다는 말에도 눈빛이 밝았다.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경계가 잠시 흐려진 교실엔 생기가 돌았다.
아이들이 모두 떠난 교실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밝았던 아이의 눈빛을 떠올리다가 오래전 한 학생의 얼굴이 겹쳤다. 당혹감으로 붉어지던 얼굴.
초보 강사시절, 내 목소리는 거침없었다.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삭제한 사람처럼 굴었다.
"설명이 이해가 안 가요." 복도까지 따라 나온 학생에게 방금 충분히 설명한 내용이니까 스스로 찾아보라고 성의 없이 대답했다. 10분 밖에 없는 쉬는 시간을 그렇게 쓰고 싶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나의 전달력을 의심하지 않고 상대의 이해력을 탓하는 태도였다. 붉어진 얼굴을 봤으면서도 모른 체 돌아섰다.
세상의 크기를 가늠조차 못 하던 20대로 돌아가본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브레이크 없는 차를 타고 신나게 달렸다. 보험도 들지 않은 낡은 차를 몰고 무작정 도로로 나서면서도, 사고 따위는 나만 비켜 갈 거란 기이한 믿음이 있었다. 그 믿음을 용기라 포장했다. 아찔한 일이다.
모른다는 감각이 막연하던 시절이었다. 경력이 쌓이고 전문가라는 소리를 들을 무렵,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아는 것이 늘어날수록,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 더 선명해지는 게 아닌가.
목소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더 조심스러워졌고,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좋은 답을 내놓지 못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답이 명확하지 않을수록 오히려 말은 속사포처럼 빨라지곤 했다. 알맹이 없는 그럴싸한 수식어를 요란하게 쏟아냈다.
동그라미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까 봐 전전긍긍하던 내 모습이 어른거렸다. 정답만 찾아다녔다.
이제 내 이름 뒤에 붙던 선생님이란 호칭도 사라졌다. 다시 학생이 되었다. 더 이상 모르는 것에 움츠러들지 않으려 한다.
"오늘은 이만하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