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새벽 두 시였다. 방 안은 깊고 단단한 어둠에 잠겨 있었다. 눈이 말똥 했다. 포근한 이불에 몸을 뉜 채 유튜브 영상을 훑었다.
금메달이 확정되던 순간의 김연아 선수 얼굴이 보였다. 불끈 쥔 주먹, 환하게 열린 입꼬리 위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내 심장이 덩달아 빨라졌다. 한 사람이 견뎌온 긴 시간이 한꺼번에 번쩍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어쩌면 나도 그런 성취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올림픽 시상대와 그래미 무대에서 누군가의 이름이 가장 밝게 빛나면 함께 기뻐한다. 그 눈부신 조명과 박수가 잦아들면 현실의 내가 보인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그 사실이 한때는 쓸쓸했다.
그래서 <스토너>가 마음에 오래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눈에 띄지 않는 삶. 그의 아내는 타인에게는 친절했지만 남편과 딸에게는 늘 날이 서 있었다. 스토너는 그런 집안 공기를 견디며 묵묵히 기저귀를 갈았다. 그의 좁은 서재엔 평온한 딸의 숨소리가 울렸다. 세상이 모르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평화가 있었다.
트로피도 박수도 없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문학을 만났고, 그것을 생의 한가운데에 두었다. 그뿐이었다. 남들보다 늦게 공부를 시작한 스토너는 절박했다. 아직 읽지 못한 부분이 남았다고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가슴에 불꽃은 누구나 품을 수 있다.
삶의 마지막에 스토너가 자신에게 묻는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창 쪽이 희미하게 밝아진다. 어둠이 서서히 새벽빛에 자리를 내어준다. 조용히 몸을 일으켜 의자에 앉는다. 키보드의 차가운 감촉이 손끝에 닿는다. 평소라면 포근한 이불속에서 잠을 더 청할 시간이지만, 어제 쓰다만 에세이가 화면에 그대로 있다. 내겐 금메달 대신 작은 서재가 있다.
평범한 하루가 또 열린다. 그래도 괜찮다.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 좋다. 남몰래 조용히 빛난다.
조금 있으면 커피 향과 식빵 구운 냄새가 집안에 퍼질 거고, 저녁이면 보글보글 끓는 찌개에 남편과 스스럼없이 수저를 섞을 것이다.
다만, 잠을 빼앗긴 눈이 뻑뻑한 하루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