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부, 딸기잼 발라주세요."
"이모부, 계란물 입힌 빵에 햄 넣어서요."
"우유 안 먹어요. 이모!"
주말 아침, 주방에 각자의 식성대로 주문이 쏟아진다. 토스트를 굽는 남편의 손길이 분주하다. 세 명의 동생이 세상에 내놓은 네 명의 아이들. 조카들이 우리 집 거실 풍경을 순식간에 바꿔 놓는다.
아이들이 쉴 새 없이 부른다.
"이모, 이것 좀 봐요."
"고모, 화장실 가고 싶어요!"
나는 자연스럽게 '이모'가 되었다가, 금세 '고모'가 된다. 이모와 고모 사이를 바쁘게 오간다. 그 정신없는 틈바구니에서 호칭이 자꾸 꼬인다.
"어디 보자~ 이모가 해줄게. 아니 고모가 해줄게."
살짝 눈썹을 올리며 아이들에게 말한다.
"헷갈리니까 그냥 모모라고 불러."
아이들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모모" 하고 몇 번 부르다 말고 이내 이모, 고모로 돌아간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이름은 아이들 입에 붙지 않는다.
시끌벅적한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귓가에 아이들 목소리가 맴돈다. 남편과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한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다들 안녕하다. 카페도 그 자리에 있다.
아이들에게 빼앗겼던 TV 리모컨을 되찾아 소파에 앉는다. 영화를 보다 말고 문득, 내 호칭 중에 '엄마'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이 잠깐 머문다.
옆자리에서 웃고 있는 남편 얼굴을 몰래 쳐다본다.
"내일 아침엔 딸기잼 바른 토스트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