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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의 대충 레시피

3. 대용량 감자조림

by 말라

나는 아직도 감자 한 박스가 6.000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자를 시킬 때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유월에 감자는 한 박스에 육천 원 했는데라고 읊조린다. 여기서 불과 몇 년 전은 음.... 십 년도 더 전이다. 세월 가는 걸 자꾸 까먹고 이야기하는 게 우스워서 손가락으로 꼽아 보면 십 년도 더 전의 일을 가지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무튼 감자 시키는 걸 보면 주인 성격을 알 수 있다.

감자는 크고 굵은 것들과 잘고 못생긴 것들과의 가격차이가 심하다.

뭐 모든 야채들이 그렇겠지만, 사람만큼이나 인물을 따지는 게 바로 야채값이다.

감자 중에 제일 좋은걸 왕왕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특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말이 특이지, 함바집용이다.

즉 함바집이나 식당에서는 대부분 가격대가 싼 특을 쓰고, 구내식당에서는 냉동감자를 쓰는 편이다.

차라리 냉동감자를 쓰면 전처리 여사님들이 힘들지나 않지, '특'감자가 들어오면 주방에서는 감자 깎느라 난리이다. 나는 감자종류를 그 주방에 투자된 인력으로 정한다.

전처리 여사님이 없을 경우, 대규모 직원식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왕왕으로 구매하고, 전처리 여사님이 있거나 소규모 직원식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못난이 감자로, 물론 전처리 여사님이 있더라고 그분이 할 일이 많은 경우에는 왕왕을 구매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듣는 소리는 "어유~ 이실장님은 야채 구매를 좋은 걸로 해줘서 너무 좋아"라는 칭찬을 받긴 하지만 나이가 너무 많으신 분들은 야채 다듬는 그 시간이 앉아서 쉬며 손만 일하는 시간인 것을 감안하면 좀 험한 야채를 구매해도 되긴 한다.


나는 감자를 깎을 때마다 소공녀 세라를 생각한다.

이 무슨 경우냐 싶겠지만, 나에게 감자란 단어로 생각나는 것은 소공녀 세라가 부친 사업이 망해서 다니던 재벌기숙학교에서 식모로 전락하게 되고, 주방에서 수프용 감자 한 박스를 깎았다는 그 대목이 기억이 났었다.

그때만 해도 그걸 읽은 나는 '아~ 역시 외국이라 다르구나. 우리나라는 이런 경우 무를 썰었다고 하거나 멸치 똥을 깠다고 할 텐데, 외국이라 감자를 깎았다고 하는구나, " 어릴 때에도 나는 요리에 관심이 있었나 보다. 수프를 자주 먹는 외국에서 감자는 절대적 야채란걸 알았으니까!


감자는 절대 껍질을 깎아서 그냥 두면 안 된다. 감자의 녹말 때문에 까맣게 변색되기 때문에 항상 물에 담가놓는데 이 또한, 문제다. 써야 할 모양대로 칼질하지 않고 그냥 깐 감자를 물에 담가두면 다음에 썰때 칼 감자 단면에 붙어서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전처리 여사님들께 감자만큼은 꼭 용도에 맞게 칼질을 해 놓으라고 한다. 대부분 한식뷔페에서는 감자는 채칼질을 해서 볶음용, 깍둑썰기를 해서 카레나 짜장용, 혹은 반달모양으로 해서 조림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자 나의 감자조림은 간단하다. 튀긴다. 물론 이 방법은 두고두고 먹는 가정식에서는 하면 안 된다.

튀겨 놓은 감자를 조림해 놓고 하루가 지나게 되면 마치 몇 시간 지난 후렌치프라이를 먹는 맛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그날 먹을 감자조림이라면 이 방법을 적극 추천한다.

이유는 감자가 모양이 일그러져 뭉개지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물

감자, 식용유, 간장, 설탕, 물엿, 마늘, 참기름. 꽈리고추


1. 깎아놓은 감자를 튀긴다.

2. 건져서 기름망에 받쳐놓는다.

3. 간장, 물엿을 1. 대 1로 넣은 팬을 가열한다.

4. 양념이 끓으면 튀긴 감자를 넣는다.

5. 색을 위해 노추를 살짝 가미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6. 센 불로 해서 바글바글 끓는 양념에 감자를 조리는데 이때 설탕을 추가한다.

7. 마늘은 설탕을 넣고 나서 바로 넣는다. 꽈리고추도 ~

8. 점성이 생기며 타기 전에 불을 끄고 식으면 참기름과 통깨를 뿌린다.


너무 대충인가?

팁은 물엿은 생각보다 달지 않고, 물엿으로 무언가를 조릴 때는 센 불로 해야지 윤기가 난다.

그리고 설탕은 기호에 맞게 쳐야 한다. 즉 설탕과 간장의 농도가 1대 1인데 물엿과 간장을 1대 1을 했을 경우에는 단짠의 비율이 1대 1이 안되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설탕을 추가할 때 0.3 정도로 추가하면 된다.

노추란 것은 옛날로 치면 캐러멜색소인데~ 이건 취향이다. 안 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왕이면 모든 음식은 한뜸 식히고 나서 깨와 참기름을 뿌려야 한다.

마늘이 필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간장마늘 치킨이 왜 간장마늘이겠는가!

간장으로 맛 내는 모든 음식에 마늘향의 궁합은 최고의 궁합이니까 늘 마지막에 넣어서 향을 살려주는 게 팁이다.

그리고 꽈리고추는 물엿이 들어가는 모든 요리에는 가장 근사한 색을 내어주는 야채이다.

그러나 없어도 무방하고, 대파로 해도 되고, 그냥 고추로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색이 바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포인트~


두 사진의 차이는 물엿양과 흑깨와 참깨, 그리고 꽈리고추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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