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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의 대충 레시피

4. 대용량 볶음밥

by 말라

그 집이 볶음밥 맛집이라는 건 내가 발견한 것이다!

이 무슨 말일까?

대구에는 '진흥반점'이라는 짬뽕 맛집이 있다. 그 집은 내가 스무살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노포 맛집이었는데 평소 짬뽕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당연히 볶음밥을 시켰고~ 나는 그 집에서 어릴 때 먹던 옥이 이모네의 볶음밥 맛을 느꼈다. 옥이 이모는 엄마의 친구였고 동네에서 반점을 했었다. 그랬기에 나의 모든 중식은 바로 옥이이모네에서 먹었던 맛을 기준으로 한다.


맛집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그 집은 지역 숨은 맛집으로 소문이 났었고 진흥반점의 대표 메뉴는 짬뽕이었다. 그러나 내가 이십 년 전 맛집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볶음밥도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집의 볶음밥이 왜 이렇게 맛나지?라는 궁금증을 가졌고, 그 조리과정을 보기 위해 일부러 주방 뒤편에 있는 룸을 이용하였고, 주인아저씨가 볶음밥을 볶는 걸 유심히 지켜보았다. 다른 게 없었다. 그냥 철판인 웍에서부터 오는 화근내(탄내)가 그 비법이었고, 그 웍에서 튀겨내는 계란 프라이. 그리고 햄이나 새우를 쓰지 않고 오로지 돼지고기와 당근, 파. 이 세 가지로 승부를 건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 나도 그 집 맛의 80%를 재현해 내는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그런데 이 비법이 요리사인 오빠와 한식뷔페를 할 때 발현되기 시작했다.

뷔페에서 남는 찬밥처치는 너무나 고민이었고, 느긋하게 누룽지로 만들자니 내 급한 성격이 문제였고

결국 볶음밥을 해야 하는데, 어떤 날은 한솥 가득 남은 찬밥을 볶자니 내 어깨가 부서질 것 같았다.

그러자 오너셰프인 오빠가 옆에서 말했다.


"자야~ 그거 비비는 거데이. 볶다가는 어깨 나간데이~"


오빠의 말을 들은 나는,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지 내가 좋아하는 화근내 가득한 그리고 깔끔한 볶음밥을 해 먹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몇 번의 시도 끝에 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을 알아냈다.


혹시나 대용량으로 볶음밥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꼭 이 방법을 해보시라!


준비물: 따뜻한 밥, 대파, 당근, 참기름, 깨, 식용유, 후추, 맛소금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재료 (돼지고기, 계란)


1. 따뜻한 밥을 준비한다. 찬밥이라면 꼭 레인지에 데우거나, 식당의 밥이라면 꼭 보온밥통에 있는 밥

2. 대파와 당근을 잘게 썬다. 당근은 너무 잘게 썰면 예쁘지 않음, 대파는 국밥용 정도로~

3. 프라이팬을 센 불로 가열한 뒤, 식용유를 아주 넉넉하게 넣고 대파와 당근을 넣는다. 이때~ 튀기다시피 파기름을 내며~프라이팬을 웍질 하여 화근내(탄향)도 같이 입힌다. 그리고 후추를 밥 한 공기에 두 번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친다.

4. 따뜻한 밥에 파와 당근 볶은 기름을 끼어 붓고 열심히 섞어 준다. 이때 맛소금으로 간을 한다. 끝!

5. 먹기직전, 혹은 내기 직전 참기름과 깨를 뿌린다. 물론 안뿌려도 된다.

만약 좀 더 고급지게 하고 싶으면.. 돼지고기를 볶고 난 뒤에 파와 당근을 넣고.

좀 더 색감을 넣고 싶다면 계란 스크램블을 따로 해서 비빌 때 섞으면 된다.

그러나. 파와 당근만으로 이미 맛은 충분해진다.


팁~

여기서 팁을 주자면 뷔페식당이나 영업집에서는 절대~ 간을 세게 하면 안 된다.

다른 음식들을 같이 먹어야 하므로 볶음밥 간은 밍밍하지 않을 정도로만 하면 된다.

계란 스크램블을 할 때 계란을 100프로 익힌 다름에 넣어야 한다. 만약 80프로 정도 익히고 볶음밥을 비비면

볶음밥 특유의 화근내가 사라진다. 우린 볶는 게 아니라 비비는 거라는 거 잊지 말도록!

물론~ 만약 1~2인분 정도를 볶을 거라면 그냥 찬밥으로 직접 프라이팬에 볶으면 된다.

1~2인분 할 거면서 밥을 데우고 비비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마시도록!



오늘은 일찍 일어난 김에 사담 좀 할게요~

사진 찾다가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비주얼이 그다지인 이 사진 밖에 없네요.

요건, 얼마 전 근무했던 한식뷔페에서 한 볶음밥인데~ 영업주가 전날 남은 밥을 그대로 아침에 내보는 집이라 그걸 막기 위해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새 밥을 짓고, 남은 찬밥은 여분의 밥통에 보관했다가 손님이 가장 많은 점심시간대에 볶음밥으로 내었죠. 아 근데 웃긴 건, 미처 옮기지 못한 어제밥을 손님들이 드시려고 해서 손님들에게 그건 어제밥이에요 드시지 마세요. 볶음밥용이니까라고 말하니까~ 어제 거 볶음밥 해준다고 하면 싫어하니까 어제 거라고 말하지 말라고 해서 빵 터졌습니다. 주인들은 손님들이 바본 줄 아나 봐요. 손님들은 어제밥인 거 알고 먹습니다. 다시 안 오면 되니까~ 여기밖에 먹을 곳이 없어서 참고 먹거나! 하는 거죠. 남는 밥 볶음밥 한다고 하거나, 식혜 만든다고 했을 때 그걸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이 집은 당일 새 밥에 진심이구나라는 걸 느끼니까요! 뷔페집에서 재활용은 어제 내었던걸 다시 내는 걸 말합니다. 손님 상에 나갔던 것은 아니지만 백 명이 넘게 오는 매장에 노출되어 있던 것을 다시 쓰는 기분, 주방장으로서는 최악의 집이죠. 다녀본 중 그 분야에서는 최고의 집이었기에.. 매장 관리하는 젊은 친구에게 늘 말했죠


"너라면 이거 먹겠어? 네가 보기 불편한 음식은 남도 주지 말자, 적당히 버려.
주방으로 넣어주던가! 우리가 버릴게~'


그러자 그 젊은 친구는 CCTV 때문에 버리기가 힘들다고 말하더라고요.

요즘 어떤 영업주들은 가게를 두세 개, 혹은 투잡으로 경영하면서 온 구석구석 CCTV를 설치해 놓고 전화로 지시를 하죠. 정말 많이 겪어 본 지라~ 전 그래도 이야기하죠.

"사장한테 욕먹으나 손님한테 욕먹으나 욕은 똑같이 먹어.
그런데 사장한테 욕먹는 게 그래도 좀 낫지 않냐?"

암튼, 전 그러다가 그 집에서 잘렸어요. 헤헤헤.

잘라줘서 너무 다행이다 싶어서 땡큐 하게~ 바이 했어요. 이 집 썰은 언제 따로 시간 내서 한번 풀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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