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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의 대충 레시피

5. 떡볶이

by 말라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떡볶이는 언제 해 줄 건가요?

라고 물었고, 나는 이 것을 맨 마지막에 넣을 생각이었는데 자다가 누군가가 구독을 했고, 그 알림을 보며 벌떡 일어났다.


"아 나 오늘 브런치에 글 쓰는 날이지~"

결국 일어나 무슨 음식을 할까? 고민 3초 하다가 바로 떡볶이로 정했다.

떡볶이는 할 말이 많다.

우선, 나는 대구에서 떡볶이 스승님으로 유명하다.

대구의 유명 떡볶이 중 하나였던, '였던'을 쓰는 이유는 없어졌기 때문이다.

장사 잘되다가 왜 없어졌나? 그건 천천히 썰을 풀고, 대구에는 유명 떡볶이가 너무 많다.

윤옥윤, 황제, 신천, 신전, 중앙, 달떡, 엔간한 재래시장 떡볶이도 그렇고 학교 앞 떡볶이도 그렇고

대충 들어가도 맛난다.


"대구는 대충 아무 데나 들어가도 맛난 게 있는데
돼지갈비, 자장면, 떡볶이야!"


서울남자인 단비아빠가 대구살이를 몇 년 하고 나서 한 말이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서울 살아보고 알았다.

아무튼 저 많은 유명 떡볶이 사이에서 당당하게 이름을 걸었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두 남자, 미숙이네. 이 두 브랜드의 창업에는 내가 관계되어 있다.


두 남자는 후배들이 오픈한 것이고, 미숙이네는 나의 친 오빠가 오픈한 것이다.

두 남자의 오픈 비하인드는 재미났다.

대구의 '개나 소나'라는 중식 안주가 나오는 실내포차를 운영할 때였다. 그때 4~5명의 젊은 손님들이 왔었다.

한쪽에는 일수가방 같은 파우치를 들고 오는, 이십 대 후반정도 보이는 껄렁껄렁한 남자 무리들

첫인상이 좋진 않았지만 한번 오면 안주를 4개 정도 시키고는 폭풍 흡입한다. 매상도 꽤 괜찮았고 결재도 잘하는 테이블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때가 이십 대 초반이었다고 한다.

암튼 그 친구들이 단골이 되었고, 어느 날 그중 나랑 친했던 녀석이 나에게 진지하게 물어봤다.


"누님, 내 뭐 먹고 살꼬? 남 밑에 들어가서 일하는 건 싫고, 보험 팔기도 싫고, 그냥 장사하고 싶은데 뭐 하면 잘 팔리겠노!"



그런 젊은 친구에게 나는 떡볶이 팔아볼래?라는 말을 시작으로 그 친구들에게 떡볶이를 가르쳤다.

물론, 첨에는 전국 팔도를 떠 돌며 맛난 떡볶이를 먹어보고 맛난 걸 가지고 오라고 했다. 한 석 달 그렇게 했나? 그리고 기본적인 떡볶이 하는 방법을 내게 배웠다. 왜 고운고춧가루를 써야 하는지. 왜 고추장을 쓰지 않는지. 왜 떡의 분을 내는지 등의 원리를 설명하는 거였다. 그리로 그들과 나는 하나의 레시피를 만들었고, 아마도 그들은 거기서 무언가를 추가 하였다. 물론 추가 품에 대해서 말할 수는 없다. 그건 그들의 레시피니까!

그들이 장사의 신이 된 이유는 인테리어, 그들의 레시피, 운영방침도 있었지만 처음 시작할때 잘된 이유는 방송 빨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배경은 내게 음식을 배울 때 내가 다큐의 주인공이 되어 지역 mbc방송에 출연 중이었고 그때, 후배들이 식당에 와서 배우는 게 촬영되었다. 이때 나는 담당 작가에게 말했다.

후배들이 오픈하게 되면 따로 한 꼭지 출연시켜 달라고! 결국 그 후배들은 그 출연을 계기로 여기저기 방송사들로부터 연락이 왔었다.

물론, 맛있다. 그렇지만 이런 방송 빨도 무시 못하는 것이 바로 요식업이다.


후배들은 그 이후 두 남자 푸드라는 회사를 창업하였고, 요식업계로 뛰어들어가 두 남자 찜닭, 일인샤부샤부 전문점인 스구식탁, 등을 창업하였고. 나름 지방에서 침좀 뱉고 다니는 친구들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떡볶이가 슬슬 입소문을 낼 때 쯤 나는 식당을 관두고 서울로 가 전업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생활고를 겪던 나를 위해 두남자는 작가 생활하며 애 키우는 나를 지원해 주기 시작했다. 매달 단비의 교육비와 단비가 중학교, 고등학교를 올라갈 때 드는 비싼 교복을 후배들이 사줬다. 두남자에서 지금은 세남자가 되었지만 그들은 동업을 이십년 가까이 이어가고 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누님이 우리 스승님 아입니까!"


스승의 날이면 꽃도 보내던 녀석들!

자~레시피는 두 남자도, 미숙이네 것도 아닌 나의 밀떡 레시피이다.

이 또한 나랑 작품 한 배우들은 꼭 한 번씩 먹게 되는 메뉴 중에 하나이고

얼마 전에 돌아가신 나의 제부 또한 나의 밀떡을 좋아했었다.

가끔, 영천의 삼송꾼만두를 택배 받는 날이거나, 냉동실에 쟁겨둔 대구 납작만두를 먹을 때, 아님 집에서 4명 이상 모였다고 하면 해주는 가장 손쉬운 메뉴~


준비물, 밀떡. 어묵, 대파, 카레, 간장, 후추, 고은고춧가루, 설탕


떡볶이의 레시피는.. 항상 들어가는 순서대로 적는다.


1. 딱딱한 떡이 잠길 정도의 물을 넣고 끓인다.

(만약, 떡이 말랑하면 물이 끓고 나서 넣는다)

2. 끓기 시작하면 어묵과 대파를 던진다.

3. 바로 카레가루 한 스푼을 넣는다.

4. 다시 끓기 시작하면 후춧가루를 미친 듯이 친다.

5. 이어 간장을 한국자 넣는다.

6. 밀떡의 하얀 분가루가 나오며... 간장 넣은 밀떡이 끓으면 고은고춧가루를 넣는다

(절대 굵은 거 안됨)

6. 고은고춧가루가 밀떡의 하얀 분이랑 만나 고춧가루가 되듯이 걸쭉해지면 설탕을 넣는다.


끝!


팁입니다.

이 떡볶이의 포인트는 카레, 간장. 고은고춧가루입니다.

카레의 향을 가미하고, 간은 간장으로 gㅏ고, 고춧가루는 고운 걸로 써서 직접 고추장을 만든다.

이게 바로 포인트입니다.

후추를 많이 치면 ~ 신전, 신천. 황제 등에서 파는 대구식 떡볶이 맛을 느끼 실수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단짠의 조화는 1대 1입니다. 그렇지만 떡볶이는 조금 달아야 맛나므로~

간장 한국자 넣으셨으면 설탕은 한국자 반!

고은고춧가루가 없다고 굵은 거 쓰시면 망합니다.

저는 야채로는 대파만 넣습니다. 그러나. 기호에 따라 다른 걸 넣어도 됩니다.라고 말하진 않겠습니다.

전 떡에 다른 야채 물이 생기는 게 싫어서~ ^^


저는 다시다는 넣지 않습니다. 간혹 이럴 때는 넣습니다.

간이 안 맞아 간장을 다시 넣고 싶으나 이미 농도가 맞혀졌을 때! 국물이 더 생기면 곤란한 경우에 다시다로 간을 맞추긴 하지만 엔간하면 그냥! 진간장으로 만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밀떡은 예전 분식점에서 팔던 앞뒤가 일자로 되고 가는 노란 별대 떡을 사용합니다.

일반적인 마트에서 구하기 힘드니까 그냥 밀떡 아무거나 쓰시면 됩니다.


자 그럼 이제~ 제 폰 사진첩에서 제가 만든 떡볶이 사진이 있는지 확인해 볼까요?

두 장의 사진이 다른 날 찍었는 거임에도 불구하고 농도가 비슷한 거 보니... 대충 넣어도 일정량을 넣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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