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부터 방까지 야금야금~
우리 아가를 처음 데려왔을땐 추울까봐 방에 캣타워를 놓았었다. 그러다 바로 봄되고 여름이 되어 베란다로 캣타워를 내다놨다.
그런데 이 녀석이 베란다에 캣타워를 내어놓은 후론 베란다 창문 앞 자리를 차지하고, 캣타워 2층에서 방을 내려다보더니.... 내가 빨래를 하려고 베란다 세탁기 앞에 서면 매우 못마땅한 표정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마치 내 집에 왜 마음대로 들어오는거냐고 항의하는거 같았다.
처음엔 그러는 모습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웃고 말았지만 그 후엔 베란다에서 자기를 쓰다듬으려고만 해도 으르렁 거린다.
아니.. 베란다가 자기꺼야? 거긴 공동구역이다, 이놈아!
내가 베란다에 나갈때마다 '애기고양이... 잠깐 들어갈게' 고지하는 신세가 될 줄은 몰랐다.
동반자와 내가 출근할 때는 베란다 캣타워 2층에서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아. 저 큰 괭이들이 나가려나보다...'하고 동정을 살피고 있다. 우리가 나가면서 삐비빅하고 문이 잠기는 소리가 나면 이 녀석은 캣타워서 내려와 안방 한가운데로 사뿐사뿐 들어오신다. 그리고 거기에 자리를 잡고 식빵을 굽는다.
이건 어떻게 알았냐면 우리가 나가고 5분쯤 있다가 내가 핸드폰을 놓고 나와 다시 들어갔다가 알게 되었다.
우리 괭이님은 내가 삐삡삑하고 문을 열자 차마 일어나지도 못한 엉거주춤한 자세로 '니가 왜 또 들어와?'하고 눈으로 물었다.
-고양이가 감정표현에 박한 동물이라고 하지 말 것. 고양이처럼 얼굴표정과 눈빛으로 할 말 다하는 녀석들은 없다고 생각된다-
우리 괭이가 너무나 당당하고 뻔뻔한 눈빛으로 묻기에 '저기 핸드폰을 놓고 가서...'하면서 핸드폰을 얼른 집어들고 다시 나오면서 '거기 앉아있어.. 이젠 안 올게'하고 문을 닫는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되어 문을 열면 그때는 이 괭이님께서 엉덩이도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베란다 캣타워로 가서 우리 옷 벗는거를 태연히 내려다보신다.
그리고 나는 부엌으로 제 아빠는 화장실로 가면 또 방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그루밍을 하신다.
저녁을 먹고 치우고 이불을 펴고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 동반자는 화장실로, 나는 또 부엌으로 가면 우리 괭이님은 너희들 잘 자리야 아무데면 어때라는 말을 온 몸으로 하면서 제 아빠의 자리에 배를 길게 깔고 앞다리 뒷다리 길게 펴고 수건마냥 누워서 눈으로 우리의 동선을 쫓고 있는다.
내가 조금만 가까이가서 제 신경줄을 건드리면 뻗었던 앞발을 오므리고, 그래도 가깝다 느끼면 뒷발도 오므리고, 그래도 내가 떨어지지 않으면 배를 떼어서 식빵자세로 앉아 나를 그 보석같은 눈으로 노려본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서 차마 일어나라고 못하고 심기 불편하지 않게 옆에 나란히 누워서 큭큭 거린다.
내가 상전인지 쟤가 상전인지...
그래도 애기고양이... 너의 영역을 너무 넓혔어... 조금만 줄여줘라....
엄마랑 아빠도 궁뎅이 붙힐 공간은 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