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도도솔솔라라솔, 경우의 수>
내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남자 배우들이 갑자기 동시다발적으로다가 주인공으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드라마를 한참 안보고 있던 나는 캐스팅 소식부터 가슴이 뛰었다.
<열여덟의 순간 이후> 도대체 언제 나오나 기다렸던 옹성우는 <경우의 수>에..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너무 조금씩만 나와 가슴 아프게 했던 이재욱은 <도도솔솔라라솔>에..
<보건교사 안은영>은 취향에 안맞아 보지 못하고 넘겼는데 그새 <스타트업>의 주인공으로 남주혁이 캐스팅 되었다.
스타트업은 아직 중반이므로 결말을 더 보아야 알 수 있겠고..
끝난 드라마들은 품평을 해야 이야기로 인한 내 세달의 여러 생각들이 의미 있어 질 수 있으니 기록을 조금은 남겨보아야겠다.
<경우의 수>는 아주 짧게 이야기하자면10년 동안 한 사람을 짝사랑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남자는 고백하는 여자를 두번 거절하지만 결국 남자도 사랑을 하게 된다는 아주 간단한 스토리..
10년 짝사랑 그게 가능하냐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살아보니..10년도 별거 아니더라. 그렇게 사랑할 수 있더라..
맨 처음의 학창 시절 에피소드는 참 재미있었다. 내가 학원물을 좋아하는 이유는...그 때는 뭐든 용서가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무모하든, 용기가 없든, 멋있는 척을 하든..그땐 그럴 수 있으니까..개연성이 생기는데..
나이가 들면 다르다. 나이가 들어도 고등학생처럼 행동하면....몰입력이 떨어진다.
옹성우가 왜 사랑을 거부하는지 설득력이 약했다. 부모님의 이혼과 다툼이 원인이라고 표현하고 싶어하지만 그 부분이 너무 약해서 남자의 행동이 납득하기 어려웠다. 드라마 중반부에서는 저 좋은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왜 저렇게 스토리를 이끌어갈까 화가 치밀어 올랐다.
특히 여자를 좋아하는 김동준과 옹성우 신예은이 우연이 마주치는 장면이 너무 많아..진부했다...
<도도솔솔라라솔>은 착한 사람, 착한 스토리, 착한 대사 등등..어떤 것이든 앞에 착하다는 말을 갖다붙이면 해결된다.
전혀 있음직하지 않고 손발 오그라드는 오바하는 장면이 있음에도 이런 드라마가 사랑받고 매니아가 있는 이유는...
우리는 드라마에서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 어딘가에 있는 그 착한 마음...착한 말들을 나도 하고 싶고..듣고 싶기 때문에..
비슷한 드라마로 <쇼핑왕 루이>가 있다.
연기 잘하는 이재욱 때문에 시작한 드라마이지만 고아라가 인생작을 만난 느낌이 들었다.
고아라가 아닌 구라라는 전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캐릭터와 정말 잘 어울렸고 완벽히 소화했다.
도도솔솔라라솔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고, 스토커 때문에 전체적인 밝은 분위기에서 스산한 느낌도 주었다.
각각 인물의 정체가 무엇일까 여러 장치들을 통해 계속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전개가 드라마를 더 보고 싶게 만들었다.
두 드라마의 중후반까지 느낌은 이러했다.
<경우의 수>는 지루했다. 어긋나는 이유도 설득력이 없고..남주의 행동이 이해가 안되고..웃기려고 넣는 장면들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도도솔솔라라솔>은 이에 비해 이런 류의 드라마에서는 정점을 찍은 게 아닐까 싶을만큼 치밀한 전개와 배우들의 찰떡 캐스팅과 연기력으로 매니아층을 확 잡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절대 오지 말았으면 했던 마지막회가...
지금까지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도도솔솔라라솔>은 갑자기 큰병에 걸린 남주가 모두 죽은 줄 알고 지냈던 5년 뒤...
다 낫고 오려고 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남긴채 키스신으로 급하게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잘 이끌어왔던 3개월이 허무해진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파리의 연인> 이후 최악의 결말이다.
해피엔딩으로 끝내고 싶었다면 중간에 죽음인 것처럼 여주인공에 사실을 알렸던 남자 주인공 엄마의 옷이 검은색은 아니었어야 하며...
지금까지 치밀했던 스토리 전개로 보자면 죽음이라고 알려야 했던 상황 설명이 에필로그에 나왔어야 했다.
아니면 5년 보다 더 짧게 시기를 잡을 수도 있었으며..
마지막 둘의 만남 이후의 분량이 좀 더 길어 시청자를 설득하려는 의도가 보여야했다.
하지만..그냥 그렇게 훅...바람 빠진 풍선처럼..매가리 없이... 시청해주셔서 감사하다는...마음에도 없는 말로 끝내버리다니..
이런 말도 안되는 결말에 대한 내 결론은...
드라마를 막 보고는 이렇게 시청자를 우롱할 수 있나 열이 팍팍 났지만...
지금까지 잘 만든 드라마 마무리를 멋있게 하고 싶은 심정은 나보다 만든 사람들이 더 할텐데..
이런 결론을 낼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안에서 의견 충돌이 있지 않았을까..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을 추구하는 사이에서..뭐가 안맞아 에라이~
포기하는 심정으로 그냥 그렇게 땅땅땅 결론 지은 게 아닐까..
오랜만에 가슴 따뜻해지는 참 착한 드라마를 만났는데..이런 결말은 너무나 아쉽다.
이렇게 아쉽고 속상하고 착찹한 심정으로 <경우의 수>마지막회를 보았다.
그런데.....
이럴 수가.............
지금까지 내 모든 빈정대는 말투가 미안하게..마지막회 만큼은 반짝반짝 빛나게...한 장면 한장면 다 의미있게 잘 만들었다.
아..그렇구나..이래서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하는 거구나...
질질 끌어 속상했던 선재와 영희가 다시 만나게 되는 것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장면 장면을 보여주었고...
좋으면 좋은 거지 왜 또 저렇게 망설일까 답답하기만 했던 우연과 수도 또 상처받을까 두려운 마음이 클 수 있겠다 이해할 수 있게
심리 묘사와 대사 전달을 잘 해주었다.
아름다울 것만 같았던 우연과 수의 관계에서도 작은 다툼들과 서로 맞추어가는 과정도 현실감 있게 보여주었다.
<경우의 수>라는 제목의 의미도 짚어주고..엄마의 심리도 아이들의 마음 맞춤을 통해 변화할 수 있겠다 싶게 잘 마무리했다.
중간에 그만 볼까 많이 망설이는 날 보며...드라마를 의리로 보냐며 주변에서 신기하게 봤었는데..
끝까지 의리로 보길 참 잘했다. 결말을 보지 않았다면...<경우의 수>는 괜히 봤다 싶은 안타까운 드라마로 기억되었을텐데...
난 이야기의 힘을 강하게 믿는다.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100개의 좋은 말을 해주어도..
하나의 이야기에서 오는 울림 보다 크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드라마의 결말이 어쨌든 배우의 연기가 어쨌든..연출이 어쨌던 간에..
모든 이야기는 나에게 무언가를 남긴다.
이번 두 드라마를 보며..
내가 부모님을 바라보는 시선...친구들을 대하는 방식....어려운 사람들에게 갖는 마음...
돌아볼게 참 많았다.
하지만 가장 큰 한가지..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잘 끌고가는 것의 중요성..
열정으로 시작되었던 내 일들이 끝이 흐지브지 끝나지 않았었나...
내 끝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기억되었을까..돌아보게됐다.
올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 <경우의 수>처럼 실망스러웠다면 꽉찬 결말로 다시 만회해 보리라...
<도도솔솔라라솔>처럼 기대감을 갖게 했다면 역시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그 기대감에 부흥해 보리라...
<경우의 수> <도도솔솔라라솔> 보는 동안 행복했스~~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