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하루의 취향>
하루 종일 아이들과 붙어 있는 지 며칠이 되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요즘...
갑자기 한 시간의 자유가 생겼다.
이 한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그 동안의 희생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커피 물을 올리고...음악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 이건 너무 자연스러운 거구나.
커피와 음악...그 동안 잊고 있었어. 매일 커피를 마시면서도 왜 음악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블라인드를 끝까지 올리고..
테이블에 앉았다. 뭘 해야 하나..
맞다. 오늘 해야 할 숙제들이 있었지.
<마션>을 꺼냈다. 하루에 세페이지 원서 읽기...
히잉..이 분위기에 화성에서 홀로 죽음을 오가는 사람 이야기는 읽고 싶지 않구나..
<총균쇠>를 펼쳤다.
에잉..이 분위기에 수렵 채집이 어쩌고 작물화가 어쩌고..제목부터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구나.
커피 물이 식어간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꺼냈다.
이 책은 마법에 걸린 것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을 쫙쫙 긋게 하며 읽게 하다가도
갑자기 이게 뭔소리냐 자꾸 번역자만 탓하고 싶어지게 하는 묘한 구석이 있다.
흐응..이것도 아니다.
그래 이럴 땐!! 에세이가 있었지!!!
내가 작년에 발견한 취미!!내 취미는 당당하게 에세이 읽기라며 글도 썼던 것 같은데..(취미..맞냐..마지막으로 언제 읽었는지 기억도 안남)
시간이 없다. 곧 시끄럽게 아이들이 들이닥칠지 모른다.
얼른 눈에 보이는 에세이를 꺼냈다.
제목하여 <하루의 취향>
아....이 책을 읽은지 언제던가..그 시절 나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김민철의 <모든 요일의 기록>과 <모든 요일의 여행>을 읽고..
아직 읽을 작가의 책이 한권 더 남아있음을 알고 얼마나 설레었던가..
역시 탁월했다. 김민철은 언제나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밑줄 그을 부분은 더 많아졌고..이때 갈망하던 여행들은 집밖도 못나가는 상황에서
먼 미래를 꿈꾸게 했다.
그런데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읽으며 진정한 내 자아의식을 찾아보아야겠다는 것과
이 책의 취향 찾기가 맞닿아 있었다.
그 전에 읽었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또 달라져있었다.
관심 분야도 이루고 싶은 목표도, 삶을 대하는 방식도..
<모든 요일에 기록>에서 작가는
나도 기억하는 못하는 나를 거기에서 발견한다. 그때의 내가 궁금해서 다시 그 책을 읽는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책을 발견한다. 그리고 새로운 부분에 새로운 감정을 줄을 긋는다.
그렇게 영원히 새로운 책을 발견해나가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내 유난한 기억력이 준 축복일지도 모른다.
하루의 취향을 읽으니 그 책을 읽을 때 예전의 내 모습이 생각났다.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봄바람이 불고 꽃을 보고 길을 걷고 책을 읽으며
내가 했던 수많은 잘못들을 후회했고..
열심히 살았다 토닥였고...
앞으로 성장할 내 모습에 설레였다.
지금 책을 읽는 그때와 다른 나는
좋은 사람이 되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고..
하지만 내 혼자만의 시간도 간절히 원하며..
허름한 일도 반짝반짝 윤기가 돌도록 만들어놓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책을 읽는 건 매번 달라지는 나와 만나는 설레는 일...
몇년 뒤 다시 이 책을 꺼냈을 때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