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증 중고차 양산센터/출처-연합뉴스
대기업의 본격 진출을 앞둔 중고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점유율 제한이 오는 5월 해제되면서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BYD, 국내 대형 렌터카 업체들까지 경쟁에 가세했다.
이미 신차 시장을 앞지를 만큼 커진 중고차 시장에 기업들이 총출동하면서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했지만, 시장 점유율 제한으로 인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왔다.
정부는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을 위해 올해 4월까지 현대차는 4.1%, 기아는 2.9%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5월부터 이 제한이 풀리면서 상황은 급변할 전망이다.
현대차 인증 중고차 양산센터/출처-연합뉴스
기아는 최근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하며 중고차 매매단지 등 인프라 구축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였다.
현대차도 지난해 같은 항목을 정관에 포함시켰고, 5년·10만km 이내의 자사 브랜드 차량에 대해 인증 절차를 거쳐 중고차로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차량을 조회하고 오프라인 인증센터에서 실물 차량을 확인할 수 있다. 기아 역시 용인의 오토허브를 통해 인증중고차 매장을 운영 중이다.
중고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건 완성차 업체뿐만이 아니다.
기아 인증중고차 센터/출처-연합뉴스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차 거래 플랫폼 ‘오토벨’을 통해 중고차 매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차량 탁송 플랫폼 ‘핸들러’를 운영하는 쏘카와 협력해 전국적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국내 렌터카 업계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11월 장기렌터카 플랫폼 ‘마이카 세이브’에 중고차 매매 서비스를 추가한 데 이어, 조만간 B2C 전용 브랜드도 공개할 예정이다.
SK렌터카는 지난해 말 화성에 인증 중고차 센터를 열었고 최근 천안에 중고차 경매 단지를 조성해 B2C는 물론 경매 부문까지 진출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BYD도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며 눈길을 끌고 있다.
BYD 전기차 국내 공식 출시 행사/출처-연합뉴스
BYD는 최근 국내에 ‘BYD코리아오토’를 설립하며 중고차 수입·판매에 나섰다. 신차 판매는 기존 BYD코리아가 맡고, 중고차 유통은 새로운 법인이 담당하는 구조다.
BYD는 중국 내 중고차 매물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하는 흐름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전기차 중고차 수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연내 본격적인 수입 중고차 유통이 시작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미 출시된 전기 SUV ‘아토3’는 3000만 원 초반대 가격을 자랑하는 만큼, 중고차 가격은 이보다 더 저렴할 수 있다.
중고차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중고차 판매량은 약 254만 대로, 신차 판매량 약 165만 대보다 1.5배 이상 많았다.
경기 침체로 인해 합리적인 가격의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카닷컴 설문에 따르면 자동차 구매를 계획한 소비자 10명 중 7명이 중고차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기아 인증중고차 센터/출처-기아
이 같은 흐름은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허위 매물이나 침수차 같은 문제로 소비자 피해가 빈번했던 중고차 시장에서, 대기업의 진출이 품질 관리와 사후 서비스의 향상을 가져올 것이란 기대다.
대덕대 이호근 교수는 “중고차 품질 측면에서 대기업 진출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높아진 서비스는 결국 비용으로 반영될 수 있어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인증 중고차 양산센터/출처-연합뉴스
결국 소비자 선택은 ‘고품질과 고가격’ 또는 ‘저렴하지만 불확실한 품질’ 사이에서의 판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와 정보가 제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변화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