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경차 유럽 인기 / 출처: 연합뉴스
한국에서는 외면받던 작은 차가 유럽에서는 ‘핫’한 상품으로 떠올랐다. 국내와 해외 시장의 극명한 소비 패턴 차이 속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유럽 소형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유럽 판매 차량 중 소형차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며 글로벌 전략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7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올해 1~5월 유럽 시장에서 판매한 소형차는 총 20만 6,023대로, 두 회사 유럽 판매량의 51%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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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해 44.5%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유럽에서 ‘피칸토’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기아의 모닝은 올해 1~5월 해외 판매량이 5만 65대로, 국내 판매량(5,383대)의 약 10배에 달한다. 이 중 유럽에서만 2만 7,686대가 팔려 해외 판매의 55% 이상을 차지했다.
현대차 소형 해치백 i10과 i20, 기아의 모닝은 모두 유럽 시장에서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 유럽 맞춤형 모델로 출시된 i10은 12년 만에 100만 대를 달성했으며, 같은 해 출시된 i20도 2021년에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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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국 소형차가 유럽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뚜렷한 시장 특성이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차 판매 비중은 38.8%에 이른다.
좁은 도로와 부족한 주차 공간, 실용적 소비 성향이 소형차 인기의 핵심 요인이다. 또한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 정책도 소형차와 친환경차 수요를 높이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경차가 외면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국내에서는 자동차를 사회적 지위나 성공의 상징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 실용성보다 외관과 크기를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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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경차의 풀옵션 모델 가격이 2,000만 원 전후로 소형 SUV나 준중형 세단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가격 경쟁력도 약화됐다.
여기에 취득세, 자동차세, 유류세 환급, 공영주차장 할인 등 경차에 제공되던 각종 혜택이 축소되면서 경제적 매력도 감소했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들이 국내외 소형차 시장의 극명한 대비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최근에는 소형 전기차 모델이 유럽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기아 경차 유럽 인기 / 출처: 연합뉴스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은 지난해 12월 유럽 출시 이후 6개월 만에 1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기아의 EV3는 올 들어 5월까지 2만 8,739대가 팔리며 기아 유럽 전기차 판매량의 64%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호실적에 힘입어 현대차·기아는 소형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는 지난 2월 해외 전략형 소형 SUV ‘EV2’의 콘셉트카를 공개했고, 현대차도 엔트리급 소형 전기 SUV를 출시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아의 올해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EV3의 흥행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차·기아의 유럽 시장 성공은 소비자의 니즈와 지역적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전략의 결과물이며, 앞으로도 유럽의 소형차 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