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4/출처-폭스바겐
올해 상반기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판매량 1위에 오른 브랜드는 다름 아닌 독일의 폭스바겐이었다.
저가 공세로 유럽에 파고든 중국 브랜드들과의 격전 속에서, 폭스바겐은 다변화된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다시 한번 시장의 중심에 섰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제이토 다이내믹스가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올해 상반기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총 13만 5427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78%의 성장을 기록했다.
테슬라(10만 9262대)를 제치고 브랜드 기준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폭스바겐 미국 캘리포니아 매장/출처-연합뉴스
판매 성장세를 이끈 주요 모델은 순수 전기 SUV ID.4와 전기 세단 ID.7, 전기 해치백 ID.3였다.
특히 ID.4는 단일 모델 기준으로 올 1분기 유럽 브랜드 전기차 베스트셀링 1위, 상반기 전체 2위를 기록했다.
폭스바겐은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균형 잡힌 전기차 포트폴리오 전략을 앞세워 유럽 전동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모두를 위한 전기차’라는 전동화 전략하에 세그먼트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ID.5/출처-폭스바겐
국내 시장에서도 폭스바겐은 ID.4와 쿠페형 전기 SUV ID.5를 중심으로 전기차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상반기 이들 두 모델의 국내 판매량은 총 1704대였다.
한편, 같은 기간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도 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제이토 다이내믹스는 30일, 상반기 유럽에서 중국 브랜드들이 전년 동기 대비 시장 점유율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5.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체 판매량은 91% 증가했다.
BYD/출처-연합뉴스
특히 BYD는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통해 유럽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올해 상반기 BYD는 7만 50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의 성장을 보였다. 6월 한 달간만 해도 1만 5565대를 팔아 스즈키, 미니, 지프 등을 제치고 유럽 내 25대 주요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고급 전기차 브랜드 샤오펑도 상반기 8338대를 판매하며 유럽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 테슬라의 올해 상반기 유럽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2.4%보다 0.8% 하락한 1.6%를 기록했다. 브랜드 기준으로는 폭스바겐그룹(28%), 스텔란티스(11%), BMW그룹(10.3%)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유럽은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며, 완성차 기업들에게는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진다. 특히 미중 간 공급망 갈등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유럽 시장은 각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도요타/출처-연합뉴스
중국은 포화 상태인 자국 내수시장을 벗어나기 위해 유럽을 거점 삼아 확장에 나섰고, 미국 역시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자국산 자동차 무관세 수출을 추진 중이다.
한국과 일본도 유럽 공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일본의 도요타는 체코 자회사를 통해 오는 2028년부터 연간 10만대 규모의 전기 SUV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닛케이아시아가 전했다. 도요타가 유럽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도요타는 2025년까지 C-HR+ SUV, 신형 bZ4X 등 총 14종의 전기차를 유럽 시장에 출시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가 EU의 탄소중립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현지 생산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 본사/출처-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유럽 전기차 시장은 폭스바겐의 반등, 중국 브랜드의 약진, 테슬라의 하락이라는 다층적인 흐름 속에서 글로벌 전기차 경쟁의 핵심 무대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