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5/출처-기아
기아가 올해 하반기 출시할 준중형 전기 SUV ‘EV5’에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CATL의 삼원계 배터리를 채택하면서 주행거리는 기존 모델보다 짧아졌지만, 생산 단가를 낮춰 차량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전기차 보조금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기아는 이를 통해 내연기관 SUV 고객의 전기차 전환을 본격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기아는 오는 9월 국내 출시 예정인 준중형 전기 SUV ‘EV5’에 중국 CATL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했다.
EV5/출처-기아
환경부 인증시스템(KENCIS)을 통해 확인된 EV5 항속형 2WD 모델의 주행거리는 상온 복합 기준 460㎞(도심 507㎞, 고속 402㎞), 저온 기준 374㎞(도심 361㎞, 고속 389㎞)로 인증됐다.
같은 플랫폼 기반인 EV3(501㎞), EV4(533㎞)보다 다소 짧은 수치다.
EV5는 전장 4615㎜, 전폭 1875㎜, 전고 1715㎜, 휠베이스 2750㎜로 현대차 스포티지와 유사한 크기의 준중형 SUV다.
최고 출력은 217마력이며 공차중량은 1995㎏ 수준이다. 기아는 이 모델을 패밀리카와 1~2인 가구 등 폭넓은 수요층을 겨냥한 대중형 전기차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EV5/출처-기아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아가 이번 EV5에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한 핵심 배경은 ‘단가 절감’에 있다.
CATL은 2023년 기준 1㎾h당 배터리팩 생산 단가가 136달러로, 중국 주요 제조사 평균치(142.2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낮은 배터리 단가는 차량 가격 인하로 이어지며 이는 보조금 책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EV5의 국내 판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보조금 전 기준 4000만 원 중반~5000만 원 초반 사이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할 경우 실구매가는 3000만 원 후반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쟁 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5의 최저가가 4740만 원, 테슬라 모델 Y가 5000만 원 중후반대인 점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기아의 이번 전략은 단순한 원가 절감을 넘어,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계산도 포함돼 있다.
EV5/출처-기아
환경부의 보조금 산정 공식에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효율계수)와 재활용 가치(환경성계수)가 중요한 요소로 반영된다.
NCM 배터리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와 환경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보조금 산정 시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기아는 이미 소형 전기차 레이 EV와 다목적 전기차 PV5에도 CATL 배터리를 적용한 바 있다. EV5 또한 이와 같은 전략적 흐름을 이어가는 모델이다. 특히 고전압 배터리를 활용하면서도 비용 부담을 낮추고, 보조금 혜택까지 극대화하려는 다층적인 전략으로 해석된다.
EV5/출처-기아
내부 설계에서도 실용성을 강조했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를 통합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 3존 독립 공조 시스템, 2열 평탄화 접이식 시트 등 다양한 편의 사양이 탑재됐다. 1열 콘솔 수납공간과 2열 콘솔 슬라이딩 트레이 등도 적용됐다.
기아는 EV5를 기존 내연기관 SUV 고객층의 ‘전기차 환승’을 유도하는 전략 모델로 활용할 계획이다.
기아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EV5의 가격 책정은 “내연기관 중형 SUV를 타던 고객이 전기차로 전환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아 쏘렌토를 의식한 가격 포지셔닝이다.
EV5/출처-기아
2026년형 쏘렌토의 최저가는 3580만 원, 하이브리드 모델은 3896만 원부터 시작된다. 기아가 EV5를 쏘렌토와 경쟁 가능한 가격대로 설정하려면 보조금을 감안한 기준으로 3000만 원 후반~4000만 원 중반대가 적절하다는 분석이다.
EV3, EV6, 아이오닉5 등을 경험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EV5가 가격 대비 상품성이 높다는 기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기아는 EV5의 배출가스, 소음, 충돌 등의 최종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며 정식 출시는 9월로 예정돼 있다. 구체적인 트림별 가격과 사양은 출시 시점에 맞춰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